< 혼자 같이 놀기 >
162. 혼자 같이 놀기
고대 용사의 무덤에 등장하는 정예 몬스터와의 전투.
하지만 양손 스왑을 활용하는 테크닉에는 단점이 있다. 콤보 없는 첫 타만 연속으로 사용하는 방식이기에 안전하게 싸울 수는 있으나 밑도 끝도 없이 지겨운 전투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시청자들한테는 이걸 보여주는 게 좋지. 스타일리쉬하게 싸우고 싶다면 이런 방식으로도 활용한 수 있거든.
거의 플레이어와 비슷한 크기의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는 해골.
대응법은 앞에서 설명한 방법과 매우 비슷하다.
놈이 거대한 검을 휘두를 준비를 하는 동안 열심히 평타 공격을 해준다. 그리고 몬스터의 검이 들어 올려지는 순간, 바로 양손으로 바꾸면서 경직을 주는 것!
이렇게 되면 콤보를 활용해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으며 놈은 경직 때문에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게 된다.
- 저기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르신데요?
- 아니 무슨 진도가 첫 수업부터 중간고사 분위기냐?
- 난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 한 번만 삐끗하면 그대로 저승행인데, 그 한 번의 실수를 안 하네.
- 난 왼손에 장애가 있어서 이거 못 할 듯.
- 장애가 없어도 못 합니다.
이제 얼추 정예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니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하러 갈 차례였다. 이 아이템은 알려지지 않은 아이템이 아니다. 대부분의 공략에서 좋은 반지니까 꼭 획득하라고 공략으로 많이들 알려주고 있는 반지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심자는 시도만 하다가 포기하고 만다.
“반지를 지키는 몬스터가 제법 까다롭거든.”
다른 정예 몬스터들과 달리 유저와 무브셋을 완전하게 공유하는 몬스터.
그런 주제에 경직을 먹지 않으니 사람들에게는 보스보다 더 어려운 잡몹으로 꽤 명성을 얻고 있다.
- 아! 여기 거기네 개 같은 쌍칼!
- 여기 몹이 많이 쎈가봐요?
- 그냥 개 빡쳐요.
보통 쌍검술이라고 하면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를 몰아치는 이미지가 강하다. 마찬가지로 반지를 지키는 해골은 특유의 민첩함으로 플레이어를 농락하는 콘셉트였다.
- 심지어 저놈 나오는 맵이 공간도 좁고 삼면이 낭떠러지임.
- 여기서 13번 낙사하고 포기한 1人···
- 24번 낙사하고 포기한 2人···
- 24번 낙사면 그냥 다른 걸 다 떠나서 게임에 대한 유전자가 없는 거 아님?
- 너어··· 참 나빴다··· ㅠㅠ
- 말로 뼈를 때리넼ㅋㅋㅋㅋ
이토록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몬스터의 꼼수!
지금 공개해준다.
- 응? 뭐야? 방패 말고 주문 세팅하는데?
- 주술 쓰려는 건가? 이 빠른 놈에게?
- 어지간한 주술은 써 봐야 맞지도 않던데.
내가 세팅하는 주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마력 화살이고 둘은 울부짖는 폭풍이다.
- 저거 최악의 주술 아니냐?
- 공격도 느리고 데미지도 약하고 도무지 쓸데가 없는 스킬임당.
- 장점이라고는 딱 하나. 유도라는 거?
- 그 유도도 정면으로는 안 가고 무조건 뒤통수를 노리는 바람에 실패확률이 높아요. 효과가 거의 없을 정도죠.
무조건 뒤통수를 노리는 유도탄이라는 점이 골 때리는 이유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상태에서 사용해도 굳이 뒤통수를 타격하기 위해 뒤로 빙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사이에 파고들면 칼로 몇 번은 쑤셔지고 피해를 보기 십상이니 최악이라는 호칭을 당당히 달고 있다.
‘나는 반대로 그것 때문에 사용하는 거고.’
반지를 지키는 가디언은 드래곤 소울에서 흔치 않은 비선공형 몬스터다. 먼저 치지 않으면 절대 플레이어를 공격하지 않는다. 우선은 그 점을 활용해서 내게 유리한 위치. 놈과 정면이면서 등 뒤에 바로 낙사가 가능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 보니까 낙사를 유도하려는 것 같은데 저도 그 생각 해봤었거든요.
- 성공했어요?
- 그럼 제가 방송하고 있겠죠. ㅜㅜ
- ㅎㅎㅎ
- 공략법 보면 절대 가지 말라는 자리로 비제이가 가고 있심당
- 대체 뭘 어쩌려는 거지?
지금까지 내가 보여준 것이 없었다면 채팅창은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인 비웃음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체 내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이렇게 세팅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지.’
기본 마력 화살로 놈이 나를 인식하도록 만들고, 바로 울부짖는 폭풍을 사용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화살을 날림과 동시에 울부짖는 폭풍을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 드래곤 소울의 몬스터는 플레이어를 정면에서 인식했을 때 바로 달려들지 않는다. 일종의 눈치싸움을 하게 되는데 그때가 주술의 캐스팅 타이밍이 된다.
특히나 울부짖는 폭풍은 캐스팅이 길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활용이 중요한 편이다.
끼아아아아-!
주술의 이름이 폭풍이긴 하지만, 사실상 이건 바람 속성의 마법이 아니라 흑마법에 가까운 주술이다. 폭풍과도 같은 형태를 지닌 유령을 쏘아내는 마법이라고 할까? 그 유령이 비명을 지르며 가디언을 향해 날아갈 때, 가디언도 눈치 싸움을 끝내고 내게 대시 공격을 해온다.
이렇게 적이 돌진해오는 바로 지금!
‘굴러버려.’
지겨운 방법이지만, 또다시 사용되는 구르기.
무협지에서는 나려타곤이라는 이름으로 무림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수치스러운 회피 신법으로 불리지만, 드래곤 소울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본기이자, 생존기다.
쌍검을 교차하며 빠르게 내가 있던 자리로 날아온 가디언이 나를 베려는 찰나에 땅바닥을 구르며 회피했다.
이러면 공략 완료다.
내가 있던 자리는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나도 바로 낙사를 할 만큼 위험천만한 자리였다. 그런 내게 대시 공격을 했으니, 가디언이 지금 그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까 사용했음에도 이제야 도착하는 울부짖는 폭풍이 놈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그렇게 가디언은 저 아래 깊은 곳으로 떨어졌다.
- 아··· 내가 저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었구나··· 진짜 거의 다 만든 공략이었는데···
- 님이 비슷하게까지 했다는 걸 누가 믿음? 증거 있음?
- ㅅㅂ ㅠㅠ
- ㅋㅋ 쓰레기 마법 두 개로 보스급 몬스터를 그냥 날려 버리네.
- 이건 저도 해봐야겠어요. 드디어 목 없는 기사의 반지를 얻을 수 있겠네요.
- 구르다가 타이밍 놓쳐서 10번 죽는다는데 10원 건다.
- 난 20원.
- 다 나가!
그즈음, 깊디깊은 나락에서부터 안개 뭉치 같은 소울이 올라왔다. 캐릭터가 흡수함과 동시에 가디언으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 들어왔다.
『목 없는 기사의 반지
거대한 용의 발톱에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전해지는 전설 속 기사의 반지.
물리 내성 10%
즉사 무효』
원래 개발 단계에서는 듀라한의 반지라는 이름이었지만, 발매 직전에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를 위해서 목 없는 기사의 반지로 이름을 변경한 아이템이다.
- 좋다, 좋다, 그런 말만 들었는데 물리내성 10%랑 즉사 무효? 완전 개사기네.
- 겨우 10% 올라가는데, 그게 사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예요?
- 저게 갑옷 방어와 함께 올라가는 거거든요. 게다가 강화도 할 수 있어서. 5강까지 하면, 20%정도 될걸요?
- 존나 좋네요!!
- 비속어 조심해요. 그러다 강퇴당할라.
- 보니까 존나는 괜찮은 걸로 통계가 나왔더라능~
- 그거 존나 좋넹!
- 그렇다면 시발 좆나 좋네요가 등장하면 어떨까?
「뇌려타곤님이 강제퇴장 처리되었습니다.」
- 용자다. 행동주의자!
- 몸소 보여주셨넹.
반지로 20%에 방어구로 20%를 채우면 물리 공격에 대한 내성이 40%다. 괜히 이 반지를 지키는 가디언이 상대하기 까다롭게 디자인된 게 아니다. 그만큼 반지의 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인데 사실 이 반지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물리 내성이 아니라 즉사 무효다.
- 즉사 무효는 뭐예요?
- 그러게요. 저도 3회차까지 했었는데, 한 번도 이 반지는 획득을 못 해봐서.
- 즉사 무효가 어떤 건지 아시는 분!!!!
- 내가 나올 차례군. 끔살 당한 파워썬입니다. ㅜㅜ 나름 고인물인데, 석유한테는 안 되네요 ㅠㅠ
- 즉사 무효는 이런 겁니다. 체력이 15% 이상 남아 있다면 어떤 공격에도 한 방에 죽지 않는 거죠. 강력한 데미지 때문에 일격사하는 일이 많은 드래곤 소울에서는 아주아주 끝내주는 아이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 ㅇㅇ 죽을 위기를 한 번 정도 모면할 수 있으니 다른 아이템과는 비교할 수 없이 끝내주는 거임. 근데 왜 형이 여기서 나와?
- 고수 플레이 보고 배우려고요. 근데 비제이님이 제가 보낸 쪽지 읽씹하셨음 ㅠㅠ
- 너 같은 허접이랑은 안 놀아~ 이런 건가.
- 팬티만 입는 미천한 것! ㅋㅋㅋㅋ
새로 획득한 반지를 착용하고, 바로 보스 방으로 향했다. 이번의 타깃은 스톰사의 악마 잡는 게임에서 정말 큰 인상을 준 바로 그 녀석이 모티브다.
- 도살자다!
- 이거 호러게임인가요? 여기 분위기 엄청 고어한데······.
- 뽕 겁나 맞았나 봄. 근육이 터질려고 그래 ㄷㄷㄷ
살집과 근육이 두툼하여 체구부터 위협적인 몬스터가 중식도를 연상케 하는 칼을 들고 있었다. 드래곤 소울에서의 정식 이름은 징벌자였지만, 이런 분야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몬스터가 도살자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팅창에는 도살자라는 명칭이 마구 올라왔다.
이 보스의 특징은 일반 공격에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는 점이다.
- 뱃살 방어력 보소.
- 칼질을 해도 체력이 아예 안 다네. 버그 아니에요?
- 공격 모션에, 피 튀기는 모션까지 다 나오는 거 보면, 피격 판정은 받는 거 같은데.
- 도와줘요! 파워썬!
- 얘는 원래 공략법 모르면 개고생하는 보스로 유명해요. 공략법만 알면 좀 쉽고요. 칼 말고 보스 몹을 자세히 보시면 거대한 몸체 여기저기에 랜덤으로 문신이 생기는 게 보일 거예요.
- 바로 그 문신을 공격해야만 피격 판정을 받고 그게 누적되면
- 일정의 판정치가 누적되면··· 바로 지금처럼 넘어짐. 이때 키 높이로 내려온 대가리를 때리면 그때만 데미지가 들어감. GF가 몬스터들마다 개성이랑 특징 잘 잡아서 잘 만들었음.
- ···제가 할 말을 다들 해주셨네요. ㅠㅠ
- 갑자기 훈수충들이 들었다!!!
- 입고수 캐릭터를 뺏길 수는 없다능.
- 고인물은 어디에나 있다!!!
- 얼른 물어봐 줘. 빨리 물어보라고! 내가 대답해줄 거야!!
- 나도 대답해 줄 거야!!!
- 뭐야··· 무서워······
징벌자의 체력은 매우 많다. 그렇기에 문신을 가격하여 징벌자를 쓰러뜨린 후 피해를 주는 일을 수십 차례 반복해야 하고 여기서 시청자들이 다소 지루해할 수 있었다.
‘그러지 말라고 내가 준비한 무기가 있지.’
이름하여 간지 폭풍이지만 너무나도 느린 발동 속도 때문에 드래곤 소울에서는 제대로 쓰기 어려운 무기가 있으니 이는 ‘고행하는 검’이다.
- 오? 검이 빛나는데? 이건 뭔가요?
- 특기요. 잡다한 아이템 말고 나름 이름 있는 무기마다 가진 스킬이죠.
- 전용기술 또는 특수기술이라고 해서 줄이면 전기, 특기가 되는데 지금 비제이님이 쓰시는 건 아는 사람이 없는 거로 앎.
- 왜요?
- 보고도 모르삼? 비제이가 이상한 루트로 움직이면서 처음 먹은 아이템이 여럿이니까.
- 고행하는 검. 왠지 고독해 보이고 간지난다 싶었는데 성전사만 쓰다가 이제 보여주네.
이 검이 특기는 공격시 3타까지 검에 충격파를 압축한다는 것이다. 이때까지는 빛이 모여들며 제법 신비롭게 연출되지만, 막상 데미지 자체는 단검 수준일 만큼 형편없다. 그러나 마지막 4타에서 응집된 충격파가 폭발하는데 이때의 데미지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단점은 단일 대상을 노려서 4타를 적중시켜야 한다는 것, 특기를 사용했을 때 스태미나의 사용량이 대폭 올라간다는 것, 만약 4타를 성공하지 못하거나 다른 타깃을 노리고 휘두른다면 다시 누적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의 공격 모션이 묵직해지고 타격음이 큰 만큼 공격속도가 확 느려진다는 것이다.
“쓰라고 만들었다기보다는 연출용으로 아주 제격이라서 만든 소품 같은 녀석이지.”
설계하기에도 딱 징벌자를 상대할 때만 가능하지, 그 이외에는 비효율의 집대성이라 봐도 되는 무기다. 그러나 이 모든 것과 맞바꿔도 될 만큼 멋지고 아주 뛰어난 손맛을 자랑한다.
1타, 2타, 3타··· 그리고 마지막 4타!
쾅!
어지러워하던 징벌자가 막 칼을 바닥에 박으며 일어나려는 그 타이밍에 충격파가 거대한 보스 몬스터를 그대로 후려쳤다. 그러자 거인과 같은 큰 몸체가 뒤로 튕겨나가며 맵 전체를 흔들었다.
크아아아-!
머리를 세차게 흔든 징벌자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고함을 내지르며 두 눈에 붉은빛을 번뜩였다. 그리고 사방의 벽에 시체들을 휘감고 있던 사슬들이 출렁였다.
- 대박! 보스 체력이 한 번에 30% 까이네.
- 쟤 빡쳤다!!
- 2페이즈인 거? 아님 특이한 거?
- 눈 빨개지는 건 원래 그런건데 소리 지르는 거랑 맵이··· 상호작용인 듯 싶네요.
- 저 칼··· 갖고 싶다···
- 하앍하앍··· 핥고 싶다···
「멍뭉이할짝님이 강제퇴장 처리되었습니다.」
- 와우!
- 안녕~
아까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몸부림치고 칼을 휘두르는 징벌자의 빈틈을 여지없이 노렸다. 때리기 좋게 문신이 번뜩이는 건 유저를 끌어들이려는 미끼다. 확실하게 치고 빠질 수 있는 타이밍에만 공격을 가하고 놈이 휘청거림과 동시에 무기를 바꿔 공격하기를 반복했다.
< 혼자 같이 놀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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