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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리끼리 >

“며느리요!?”

“쉿!”

아버지는 움찔 놀라 주방을 보시고는 한층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하셨다.

“네가 오죽 잘나서 딸자식 있는 부모들은 죄다 들이대고 있거든. 그 꼴을 보더니 돈만 보고 여우 짓 하는 지 어떻게 아느냐면서 직접 참한지 아닌지 보는 게다.”

“딱히 결혼하라고 재촉하거나 그러시는 기미는 없었는데요.”

“네가 재벌 된 거지 우리가 물려준 것도 아닌데 무슨 결혼을 강요하겠냐. 우리가 무슨 막장 드라마의 부모들도 아니고.”

“때가 됐고 여자들 만날 기회가 많은데 정작 연애 소식은 없더라. 사업이 잘 나간다는 소식들만 신문에 잔뜩이었어.”

“저도 다 컸는데 누구 만나고 누구랑 헤어졌는지를 다 보고해야 할 리가 없죠.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건 깊은 관계일 때면 충분하고요.”

“그래도 자식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지. 해서, 예쁘고 참하고 좋은 취미도 있고 건강하면서 게임도 같이 좋아해 주고 말도 잘 통하고 요리도 좋아하고 복스럽게 먹으면서도 날씬하게 예쁜 며느리를 네 엄마가 찾는 중이다.”

뭔가 현실에는 없는 굉장한 말들의 조합을 들은 것 같았다.

“그런 여자가 있어요? 게다가 저부터도 그렇게 완벽한 남자가 아닙니다만?”

“아무렴. 하지만 너는 그 많은 조건들을 모조리 쌈 싸 먹는 게 있지.”

“뭐요?”

“젊은 재벌이라는 거.”

“···그러고 보니 아까 말하셨던 여자의 조건 중에 돈은 없었네요.”

“네가 아주 많으니까.”

왠지 순식간에 이해가 되어 버렸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모르는 거야. 나이는 됐는데 결혼할 기미는 안 보이지, 잘 나가서 여기저기 좋은 혼수랍시고 소개는 들어오지, 직접 봤는데 우리 아들만 못하지, 이런 상황이라서 그런 거다. 그런데 만약에 방금 말한 이 어려운 조건들에 부합하는 며느리를 발견하게 되면?”

“권하실 수 있겠네요.”

“맞다. 그러니 엄한 처자를 소개받고 싶지 않으면 엠마라고 했나? 너 좋다고 말하는 처자랑 연애도 하고 오붓한 모습이라도 사진 찍어서 보내곤 해라. 그러면 며느릿감 찾는 일을 우리 고 여사가 멈출 게다.”

한국도 아니고 미국인데 연예인이랑 사귀는 게 뭐 어떠냐는 말도 덧붙이셨다.

“나이 차이가 제법 나기는 한다만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면 뭐··· 괜찮겠지?”

“지금 굉장히 글로벌한 말씀을 하신 거 아세요?”

“아들이 글로벌하니 아비도 그리해야지.”

“말씀하신 중에 사나이의 자존심이 걸렸으니 저도 고백하는데요. 아버지 아들은 매우 건강합니다. 꼭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엔조이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모든 만남이 항상 결혼을 전제로 둬야 할 만큼 깊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역시 우리 아들! 글로벌하구나! 하지만 이건 한국적이지 못하고 우리 고 여사가 알면 충격 받을 수도 있으니 부자간의 비밀로 하자.”

그즈음 주방으로 오지 않고 누가 봐도 이상할 만큼 수군수군 대는 우리 쪽에 날카로운 시선이 오고 있었다. 어머니의 기세가 슬며시 느껴지자 아버지가 다소 호들갑스럽게 말하셨다.

“밥상 다 차린 것 같구나. 우리 고 여사가 솜씨 발휘했는데 요즘은 재료도 좋아서 더 맛있다. 셰프들한테서 직접 배우기까지 하거든. 뭔 다우닝? 다이닝? 아무튼, 비싼 놈의 레스토랑에 가서 먹을 때마다 우리 아들 만들어주게 알려달라고···”

“여보! 빨리 와서 앉기나 해요!”

“아이고~ 바로 갑지요~”

갑작스레 속사포처럼 말씀하시더니 식탁으로 가서 수저를 놓고 갈비찜을 옮기는 등의 보조를 하셨다. 그사이 엉거주춤하게 있던 내 뒤로 현관문이 열리며 한 손에는 앵무새가 든 새장을, 다른 팔로는 고양이를 품에 안은 태희가 들어왔다.

“오빠! 올만! 여기 베니카도 인사!”

- 학!

“오빠가 미운가 보네.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봐. 맞지? 로니?”

- 그런가 봐! 바보! 안뇽!

예쁘게 잘 차려입은 동생의 모습을 보니 왠지 어깨에 인형만 올려두면 어떤 연예인이 생각날 것만 같았다. 결혼과 관련해서 들리는 나머지 소식은 썩 좋지 않았던 사람 말이다. 그러자 살짝 다른 의미로 부모님의 심정이 이해됐다.

‘태희가 엄한 놈한테 잘못 걸려서 결혼생활을 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그 망할 새끼는 내가 찢어 죽일 것이다.

가장 좋은 일은 그런 얼간이 같은 놈과 인연을 맺지 않는 거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누구와 만나야 할지에 대해서 살짝 고민이 됐다.

“엄마! 오랜만에 본 오빠가 대놓고 동생 무시하고 있어요! 눈앞에서 딴 생각하고 있어요!”

“아냐. 그 두 마리 이름이 베로니카에서 나눈 거 맞지?”

“정답!”

“그거 추리하느라 그런 거다.”

“와! 아재 센스!”

잠시 어처구니없이 보다가 장난스레 ‘으이구!’하며 머리를 쥐어박으려 했는데 고양이가 아까의 학-학- 거리며 정말로 크게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 감히 자기 주인을 건드리는 불한당을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반응 같았다.

“이 꼬맹이가 네 보디가드냐?”

“나쁜 오빠로부터 주인님을 지켜주는 집사님이시지롱~”

“주인도 아니고 집사를 자처하다니. 그런 동물 따위 왜 키우는지 모르겠다니까. 버려라. 충직한 개를 키워.”

“오라버니. 요즘 세상이 21세기라는 건 알고 있으세요?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시다가는···”

“저 아이의 몸값과 사료가 내 주머니에서 나왔다고 들었단다.”

“오바마마를 섬기는 마음을 미처 교육시키지 못했나이다. 소녀를 용서해주세요.”

“오냐. 그럼 나를 대신하여 주방일을 하여라.”

“네, 오바마마. 엄마! 밥상 차리는 거 내가 도와줄게!”

“주방에 동물들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지? 얼른 네 방에 두고 와!”

“히잉···”

“그런 애교는 네 아빠한테만 통하는 거란다.”

“아앗!”

내가 못했던 머리 쥐어박기를 어머니께서 하셨지만, 고양이는 이번에 잠자코 있었다. 역시, 우리 집의 서열 1위는 고 여사님이시다.

왁자지껄한 식사 분위기를 보며 나는 가슴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 가족도 각자의 취미와 여유를 마음껏 누리는 삶을 살고 있다. 본래의 역사에서는 따스한 정이 있어도 나눌 시간이 없으니 행복의 크기 역시 작았다면 이제는 달라졌다.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건 더할나위없는 축복이라는 생각만 계속 드는 시간이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걸 보니 결혼 압박도 여느 가족들처럼 나올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고. 가족이 흥청망청 쓰다가 불화를 일으키는 몇 사례에 비하면 우리 가족은 최고로 현명하고 화목해.’

그런 한편으로는 연애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 맞기는 했다.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말도 변명이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나에게 꼭 맞는 운명적인 누군가를 그럴듯한 사건으로 만나는 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당초 내가 갖지도 않은 완벽함을 타인에게만 요구하는 게 욕심이기도 하고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 잠시 노트북을 보았다.

그간 지나온 시간이 이 안에 대부분 있었다. 이래저래 찍은 사진들, 연락 가능한 사람들의 목록, 회사 직원들을 모조리 데리고 떠났던 여행지에서의 흥겨움, 축제의 한 마당 등등.

시차가 있어도 내가 전화하면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상관없이 받을 이들이 수두룩했다. 이런데 고작 애인이 없다고 ‘나는 여지껏 헛된 시간을 보냈어.’라고 할 수 있을까? 인생의 핵심 요소를 결혼에 두지 않는 한 그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본다.

‘자유로운 만남이 딱 편하기는 한데, 결혼을 생각하면 또 달라진단 말이지.’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가정을 이룰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 결혼의 부산물로서의 아이가 아니라 자식을 양육하기 위한 마음가짐은 있는가,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인지 부모님의 은근한 부탁이나 세간의 시선을 고려하는지 구분하고는 있는가.

각오까지는 갈 필요도 없다.

부부와 부모가 될 마음이 있는지를 되짚었다. 그러자 마음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보류.”

즐기는 것과 진지한 만남은 다르다.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

*

“여기가 강남이다!”

“컴온! 밤을 즐겨보자고!”

강남의 건물주로 자리 잡은 두 친구, 진수와 성찬을 보러 갔을 때 나는 부모님의 청춘 연애 시절과도 같은 새로운 변화를 실감했다. 언제나 플레지에 울고 웃고 즐기던 겜돌이 친구들은 이제 음주가무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 오! 오! 오! 오!

- 오빤-!

클럽에서 즐기는 강남이라는 단어.

- 스타일!

- 헤이~ 섹시 레이데~!

자기 소유의 건물에 딸린 클럽인 만큼 녀석들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유쾌하게 온몸을 뛰며 놀았다. 그리고 춤도 못 추는 이놈들조차 잘 짜인 군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춤은 다름 아닌 말 춤이었다.

- 오! 오! 오! 오!

- 오빤-!

“강남 오빠다! 예에!”

“우리를 위한 노래가 세계로 뻗어나가셨다!”

어둡지만 선명한 빛이 미러볼과 함께 정신없이 스치는 곳. 강렬한 비트에 맞춰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는 것만 같고 몸을 맞댄 이성이 흥겹게 춤추는 이곳에서 나름대로 한껏 꾸민 진수성찬과 만났다.

이 역시도 부모님과 유사한 변화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두 친구는 몸 쓰고 꾸준히 땀 흘려야 하는 헬스를 외면한 채 자신의 넉넉한 풍채에 어울리는 힙합 스타일의 코디를 했다는 것이었다. 10년 전의 미국 힙합 뮤직비디오를 보면 꼭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말이다.

“뭐냐? 이 졸부 콘셉트는? 힙스터가 아니라 마피아 중간보스 찌끄레기 같은 꼴이잖아.”

“오자마자 팩트로 두들기기 있기 없기?”

“그러고 보니 너님은 전역할 때의 몸이네? 아메리칸은 칼로리 폭탄이라는데 넌 덜 먹었냐?”

“먹고 열나게 쇠질로 몸을 조져주셨다. 너희도 헬스장에 가지 그래?”

“가봤는데 운동한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더라고. 근육 돼지가 되길래 그냥 돼지가 되는 길을 선택했지.”

“인생 뭐 있냐? 즐겨! 포기하면 편해~”

달라진 건 크게 없었다. 캔 맥주에 오다리와 배달음식으로 만족하던 것에서 메뉴와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다.

“골드거래는 여전히 잘하고 있던데 이렇게 놀 수도 있었고?”

“플레지야 애들 쓰면 되는 거지. 네가 터를 워낙 잘 다져놔서 유지만 하면 되는 건데 뭐.”

“성 먹어서 골드 수입이 제법 되지만, 건물주만은 못한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러다 보니 네 수입 놔두고 우리 수입 쪼개서 밑에 사람 두면 잘 굴러가더라.”

뻑뻑하게 담배를 한껏 폐 깊숙이 담았다가 길게 내쉬었다. 그 모습이 정말로 영화 속 악역과 싱크로율 100%라서 웃음이 나왔다.

“여기서 딱 하얀 가루든 상자만 꺼내면 제대로겠다. 안 그래?”

“우리가 조폭이고 너는 미국에서 온 손님인 거?”

“하여간 누가 회장님 아니랄까봐 클럽에까지 보디가드를 데려오고 그러냐.”

툴툴대는 두 녀석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 몸이 워낙 거물이라서 그러시다.”

“안 그래도 잘 알고 있음다~ 근데 너님은 보디가드 대신 직접 때려잡을 몸뚱이라는 게 반전이지.”

“중사로 전역하신 우리 회장님이잖아.”

“노노. 쇠질 하는 거랑 진짜 격투기 배운 보디가드랑은 달라.”

“그 헤비한 몸만 봐도 싸움이 안 날 것 같기는 하네. 암튼 아까 말 춤 봤지?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미국에서도 개 쩐다며?”

“위튜브에 말춤 따라 추는 애들 엄청 있더라고. 진짜인 거 맞아? 네가 느끼기에도 그래?”

“뭐··· 쩔기는 하지.”

“대박이네. 한국 가요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줄 누가 알았겠냐?”

국위선양이 별 거 있냐며 녀석들이 기뻐했다. 특히 노래 제목에 ‘강남’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걸 아주 즐거워했다.

“영종 테마파크에서 부를 거지?”

“미쳤냐?”

“아니, 왜 안 불러?”

“놀이동산이라는 단어가 뭔지 까먹은 거냐?”

“요즘 애들도 알 거 다 안다니까.”

“그거랑 달라.”

“꼰대다. 회장님이라서 트랜드를 모르는게 틀림없어!”

낄낄 거리며 진수, 성찬과 나눈 잡담은 대부분 이러했다. 연예인 이야기, 게임 이야기 아주 조금, 클럽에서 놀고 바에서 만난 여자의 이야기, 웃으며 다가오는 친절한 이들의 이야기 등등이었다.

“뭔 놈의 투자하라는 등 오는 애들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니까.”

“맞아. 이만하면 성공했는데 뭘 더 하라는 거래? 그냥 플레지랑 같이 용돈 벌고~ 건물주로 연금 타고~ 그러면 장땡이야. 여기서 더 투자해봐야 우리 씀씀이는 그대로라고.”

“그럼 사기도 안 당했겠다?”

“당근이지. 우리는 욕심이 없어서 전혀 안 당해. 지금 상태에서 현상유지하는 게 최고라고.”

“게다가 없을 때는 몰랐는데, 있어보니까 부동산이 짱이야.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가치가 오르거든.”

너와 나하고는 관계없는 가십거리의 이야기.

“발치곰 같은 애들이 군대를 가야 하는데. 아~ 부럽다. 이빨 없이 ‘사랑은 아~아~아~아~아이스크~림~’하고 노래 부르네.”

“그 아이스크림 먹다 이빨 다 녹았을지도? 태식아. 저런 애들 슬쩍 다시 군대 보내면 그게 정의구현 아닐까?”

“직접 해라. 작곡가 이단 날라차기가 알고 보니 그놈이더라는 걸 동네방네 소문내는 식으로.”

“오잉?”

“그랬어?”

남자들끼리 있으면 여자를, 연자들끼리 있으면 남자를 자랑하는 매력적인 애인과 찍은 사진이나 에피소드 등의 잡담이었다.

유쾌한 시간이고 세상 그 어떤 근심걱정도 불필요한 휴식시간이었다.

다만.

“복귀하려면 언제든지 불러!”

“우리 쌍호좁과 구운몽이 나가신다!”

플레지라는 딱 하나의 게임을 제외하면.

“다음 업데이트가 언제라더라? 태식아, 너 알아?”

“가만히 보면 업데이트가 아니라 없데이트 같기도 해. 매번 변신이벤트에 거기서 거기고.”

공감대가 없었다.

진수성찬의 새로운 취미인 클럽에서의 음주가무를 나도 즐기는 편이라면 상관없었을 테지만, 여기서 취향이 나뉘어버렸기에 생긴 일이기도 했다.

“최신 게임들은? 남는 시간에 우리 회사 게임들은 안 하냐?”

“안 하기는. 우리 친구가 만든 건데 당연히 하지.”

“영화도 봤어. 끝내주더라고.”

“그런데?”

“멀미하겠더라.”

“컨트롤이 어려워서.”

“오토프로그램 돌리고 스펙으로 해결하는 게임이 좋아.”

“우리 같은 아재들한테는 아재들한테 맞는 게 있는 거거든.”

마냥 옛날 얘기만 하면서 똑같이 지낼 거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돈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그대로지만.’

엄지로 나를 가리켰다.

“되던데?”

“너는 특이 케이스고. 이 외계인 괴물 놈아.”

“맨땅에서 재벌 된 데다가 게임은 프로게이머보다 잘해, 하면 대박인 사기캐!”

“원래 너 같은 놈은 운영자가 밸런스 패치 해야 되는 거라고.”

“현실이라서 밸패가 없는 걸 다행으로 알아라, 짜샤. 신님이 재림하시면 너부터 능력치다운 시킬 거야.”

편한 대화를 나누고 얼큰하게 취해서 돌아왔다.

그리고 결심했다.

‘한국에 자주 오고 가족과도 시간을 애써서 더 보내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가족과도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멀어질지 몰라.’

지내온 환경, 거주하는 지역, 활동하는 모든 것들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면 어색해진다. 친구 사이가 이러한데 가족이라고 영향이 없겠는가 싶다. 어제의 추억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많이 가져야겠다.

부유한 만큼 많아진 여유와 각자의 취향 때문에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린다면, 정말 슬플 테니까.

‘잊지 말자.’

무언가를 해주려고만 하기보다는 함께하는 사이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 끼리끼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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