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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그레이드 >

[회장님. 수정이 끝났습니다.]

[그냥 전화를 주지 뭐 하러 직접 찾아옵니까? 번거롭게.]

[제가 직접 모시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존경심이 지나칠 정도로 보였다.

‘김강철 사장한테 물이 많이 들었나? 어째 하는 행동이 비슷하네?’

괜한 헛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쉽군요. 한국어면 이럴 때 안 아프게 물라는 대답을 하고 직원이 억지로 웃어주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한국어가 아니니 말의 맛이 안 삽니

다.]

[네?]

[역시 부장님 개그는 세계 공통으로 안 먹히나 봅니다. 아무튼, 물어볼 사안은 뭡니까?]

부장님 개그라는 정신공격에 올리는 굉장히 머릿속이 복잡한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회장님이 지시하신 대로 했더니 단번에 게임의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테스트 중이었던 그 짧은 시간에 이 게임의 긴장감을 높일 방법을 바로

떠올리신 겁니까?]

[그렇습니다만?]

[아!]

올리의 얼굴에 감탄의 기운이 서린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놀라운 안목으로 여기는 모양새지만, 나로서는 당연한 일에 불과하다.

‘이미 미래의 완성품을 해봤다고.’

물론, 꿈속의 내가 했던 서브웨이 2033과 지금 보르타 게임즈가 만드는 서브웨이 2033은 다른 게임이다. 일단 당시의 서브웨이 2033과 비교하

면 프로젝트 X의 낮은 성능을 위해 그래픽 수준을 아주 조금 떨어뜨렸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서브웨이 2033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엄청난 요구 사양으로 악명이 높았던 게임이다. 이 게임의 요구 사양이 높았던 것은 비주얼에 많은 신경

을 썼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냥 게임을 너무 못 만들어서 최적화에 대실패를 한 탓이 컸다.

낮은 사양의 그래픽카드로는 엄두도 못 냈던 꿈속 미래의 서브웨이 2033.

그러나 지금은 GF의 엔진을 최대로 활용했고 김강철이라는 특급 인재를 붙임으로써 완벽하게 최적화를 시켰다. 요구 사양은 압도적으로 낮아

졌으나 막상 그래픽은 크게 낮아지지 않는 기적의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다.

[올리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생각했던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게 맞는지, 아니면 기존의 설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딱 제가 원하던 방향으로 잘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본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220% 정도 만족스러운 진행이

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이윽고 다시 도착한 사무실에서 서브웨이 2033의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어두운 공간.

불빛이 비추는 곳만 제대로 시야가 잡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괴물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는 터널의 공포. 이는 피로감을 높일지언

정 이것은 확실하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이렇게 캄캄하니까 빛이 닿을락 말락 하는 거리에 있는 무언가가 사람인지 괴물인지 알 수 없잖아.’

저 멀리 있는 것이 진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확실히 가까이 가기 전에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원래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FPS

는 이런 쫄깃함을 느끼기 위해 플레이하는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터널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테스트할 수 있는 맵이 오직 터널뿐입니까?]

진행이 어느 정도 되면 다른 곳으로 넘어가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까지도 터널만 보여주고 있었다. 이 물음에

한국말로 대답하는 것을 보고 나는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닙니다. 거점들도 몇 곳은 테스트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자꾸 이 터널만 보여주는 겁니까? 혹시···”

“그게··· 이 터널을 만드는데 정말 많은 공을 들여서요.”

‘아이고.’

그래. 그 마음은 이해한다. 참 공을 들여서 개발한 부분이면 그냥 잠깐 보여주고 말기엔 아깝겠지. 게다가 내 수정 요구 때문에 추가 수정까지 했

으니 더 아까웠을 거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아무리 그래도 30분 동안 이 터널만 보여주는 건 지나치지 않을까요?”

“죄송합니다.”

바로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에 보여드릴 장소는 벨로루스스카야입니다. 이건 진짜 맵 디자이너들이 영혼이 갈리는 노력을 통해 완벽하게 만든 배경입니다.]

핵전쟁을 겪은 인류가 지하철역에서 비참하게 생존을 이어가는 세계관을 가진 게임답게 서브웨이 2033은 각 역에서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 굉

장히 중요했다. 게이머들이 여기서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맵을 디자인 한 요소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곳은 온실입니다. 지하에서도 키울 수 있는 식용 식물들을 재배한다는 개념이죠.]

자신만만하게 보여주는 것들을 꿈속의 완성품과 비교하며 보았다. 그러자 은근히 온실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왜 또

저러나 보니 심혈을 기울인 부분에서 기대했던 칭찬이 나오지 않자 초조해하는 김강철 사장의 얼굴이 보였다.

‘아이 같은 구석이 있다니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그래요. 잘 만들었어요.]

마지못해 해준 대답.

당연히 건조한 말투였지만, 이 말에도 그와 올리는 생각보다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게 답니까?]

[네? 다라니요? 어떤 것을 보시고 싶으신 건지···]

미래의 완성품과 비교해가며 찾아낸 부분을 짚었다.

[여기 지하철 노선도 띄워 보세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재빠르게 화면에 서브웨이 2033의 지하철 노선도가 출력된다.

[서브웨이 2033은 각 역을 거점으로 여러 세력이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고 있는 세계입니다. 지금 보고 있는 벨로루스스카야 역은 중개 무역으

로 부를 축적한 세력인 링라인 연맹에 소속된 거점이고요.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서브웨이 2033에는 다양한 세력이 존재한다. 이들은 저마다 상징하는 것들이 있는데 링-라인 연맹이라는 곳은 물류가 통하는 요충지로서 각 역

간의 중개무역을 통해 큰 부를 거머쥔 집단이었다.

이는 서브웨이 2033의 배경에 존재하는 모든 지하철 라인과 연결된 역이 모스크바 지하철 콜체바야선에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벨로

루스스카야 역은 가장 부유한 자들이 사는 공간이며 가난한 자는 아예 발도 딛지 못했다.

[링라인의 특징인 부유함을 표현하려고 다른 곳에는 없는 온실이나 짐수레를 넣은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돈이 많다는 것의 의미가 단지 이것뿐

일까요?]

[네?]

[일부가 거머쥔 편중된 부. 이를 노리는 놈들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는 지금 어떤가요? 지나치게 평화롭고 아무런 방어 시스템조차 없습니

다.]

그제야 김강철 실장의 얼굴에 아차 하는 표정이 서렸다.

[과연 이런 곳에서 자신들의 부유함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게이머들은 알게 모르게 이런 배경들을 보면서 몰입을 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몰입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지금의 이 배경은 게이머들을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평화로운 현실로 끄집어내는 겁니다. 절대 몰입을 유지할 수 없지요. 하면서 헛웃음이 안

나오면 다행이겠군요.]

약간은 과격한 말이었지만, 이런 것을 가지고 당당했던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지적이 원작 소설에 없는 내용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원작 소설도 다 보셨습니까?]

[다는 아닙니다.]

진짜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전혀 읽지 않았다. 꿈속 미래의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모든 게임의 깊숙한 세계관까지 정통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재능 없는 일반적인 게이머는 플레이 도중에 리뷰를 먼저 보는 습관을 대부분 갖고 있다.

‘문제집의 문제를 풀기 전에 답안지부터 찾아보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할까?’

그러다 보니 내가 직접 플레이로는 엔딩까지 보지도 못해놓고는 이미 멀티 엔딩까지 전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다 알고 있는 게임도 수두룩하

다. 서브웨이 2033역시 그중 하나였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입니다. 주인공의 역할과 시선 딱 그곳에만 집중하면 되지요. 독자들이 주인공의 시선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

다. 그러나 게임은 달라요.]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는 만큼 소설보다 더 많은 요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그게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게이머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이곳의 보완점을 말하자면 보안 체계를 구성하고 돈이 많은 만큼 용

병이 있어도 괜찮을 겁니다. 어차피 돈만 주면 대신 싸워주는 놈들이 수두룩한 시대이고 그런 장소니까요.]

그뿐이랴.

[특히 이곳의 용병이라면 그런 놈들 사이에서도 이곳에 고용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일 겁니다. 보수가 크니까요.]

[아!]

[이제부터 용병들이 이곳의 방어 체계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게 될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네, 회장님.]

깨달음을 얻고 충직하게 대답했으나, 아직 내 피드백은 끝나지 않았다. 고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

[그리고 총기들도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배틀 오브 발러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오신 거 아닙니까?]

[그··· 그게···]

[FPS라는 장르의 특성상 다양한 총기류를 사용할 수 있어야 지겨움이 덜어지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FPS가 굉장히 잘 만들어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FPS 팬들에게서 굉장히 단조롭다는 박한 평을 받기도 했

었으니까.

[하지만 세기말에 배틀 오브 발러와 같은 총기류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게 말이 됩니까? 총기류를 줄이세요. 특히 러시아제의 스타일들로 범

위를 좁혀야 합니다.]

그리고 한정된 총기류에 새로운 요소를 넣으면 탁월한 개성이 만들어진다.

[대신 총을 다양하게 개조하면 부족한 다양성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개조 시스템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어차피 다들 지하에서 생활하느라 자원이 부족한 세계입니다. 새로운 총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 총이 망가지면 괜찮은 부

분들을 모아서 개조된 하나의 총으로 변형하는 편이 자연스럽지요.]

그러다 보면 특이한 총기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아이템들이 등장했으면 좋겠군요. 현실이라면 존재할 수 없는 이상한 무기들 말입니다.]

실제로 꿈속 미래의 서브웨이 2033에는 이 세상 무기가 아닌 것들이 종종 등장한다.

‘리볼버에 개머리판을 달고 스코프를 올려서 만든 저격총 아닌 저격총 같은 거.’

도대체 그딴 무기를 누가 상상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게임

이지 않은가? 게다가 아주 소소한 자원이라도 얻기 위해선 목숨을 걸로 지상에 올라가야 한다는 좋은 명분도 있다.

[그간 FPS를 개발하면서 ‘이런 무기가 있으면 재미있을 텐데?’와 같은 상상을 해봤다면 어느 것이라도 좋습니다. 마구 집어넣으세요.]

[저희야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긴 하지만 이런 게임에 넣기에는 좀 우스꽝스러워서 자칫  설정에 균열을 낼까 걱정됩니다.]

[지나치게 우스꽝스럽다면 그건 마이코닉스에서 다듬고 볼만한 디자인으로 꾸며줄 겁니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창의적인지 여부만 따져서 작업하세요.]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는 하고 있는데 확실하게 감을 잡으려면··· 혹시, 약간의 단서를 조금 더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힌트라.’

초창기와 달리 요즘은 최대한 직접적인 조언을 가능하면 줄이는 편이다. 특히나 이런 부분에서의 힌트는 직접 알려주기보다는 이들이 찾아내길

바란다. 동생 태희가 말했던 것처럼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힌트를 주기로 했다.

[러시아제 총기가 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김강철 사장은 재빨리 러시아 계열의 무기들을 화면에 보여주었고 나는 그중에서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몇 가지 총을 골라서 짬뽕시킨 그림

들을 그려냈다.

[나강 리볼버에 AK74 총열을 넣고 위에는 스코프를 달았습니다. 스코프 따위 있어봤자 이 대로는 명중률이 낮겠군요. 그러니···]

권총은 견착이 안 되기 때문에 반동이 상당하다. 게다가 이렇게 총열이 길어졌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권총이라도 어깨에 견착 할 수 있는 개머리판이 필요할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부터는 지금부터 고민해보십시오.]

[아!]

[그렇구나!]

이쯤 되자 단순한 존경심을 넘어서 괴물을 보는 듯한 시선들이 내게 팍팍 꽂혔다. 그러나 어차피 이건 컨닝페이퍼를 보고 답안지를 쓴 것에 불과

하다. 올리와 개발자들 역시도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을 뿐, 스스로 생각했을 요소니까.

‘내 덕분에 그 버려지는 시간을 무진장 단축한 거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 업그레이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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