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 잡담 >

107. 잡담

“놀자!”

미국에서의 일을 모두 마치고 당분간 자체적인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고 지갑이 두둑해지는 재미는 물론 쏠쏠하다. 하지만 그 바람에 즐기는 삶과는 다소 멀어져 있었다.

‘사람이 일만 하면서 살면 안 돼. 놀 때는 시원하게 놀아줘야 한다고.’

게임 제작회사를 운영하는 만큼 언제부터인지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상품으로서 게임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았다. 이런 시각에서 탈피하기 위해 나는 죽마고우를 찾았다.

골치 아픈 일 없이 플레지의 골드장사로 언제라 있어 주는 두 친구! 진수와 성찬이었다.

“뭐야? 너 미국에서 오늘 온다지 않았어?”

“설마 도착하자마자 여기로 온 거임?”

녀석들은 반년 만에 봤으면서도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앉아서 손만 흔들었다. 컴퓨터 책상에는 주전부리들과 콜라, 다 먹은 햄버거 봉투가 놓여 있었다.

‘자식들. 운동하고는 아예 담을 쌓았구만?’

퉁퉁한 얼굴에 넉넉하게 둘러앉은 뱃살을 보니 영락없는 게임방에서 자주 보는 흔한 아저씨의 몸매였다. 저러다가 나중에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할 게 뻔하지만 ‘건강 생각해서 좀 빼라.’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들을 리가 없고 들리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해서 잘 알기 때문이었다.

‘원래 젊었을 때 알았으면 참 좋았겠다 싶은 격언들은 젊은이들한테 씨알도 안 먹히는 법이니까.’

떠오르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집어치우고는 말했다.

“오자마자는 아니지. 그래도 가족들하고 인사는 하고 온 거니까.”

“그게 아니라, 너님은 회사의 오너시잖냐.”

“뭔가 해야 할 일도 무진장 많을 텐데, 그런 거 다 무시하고 이렇게 와도 됨?”

‘웬일이래?’

진수성찬이 무슨 바람이 든 건지 이런 걱정도 해준다. 나는 녀석들을 새삼스레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아무려면 내가 다 때려치우고 왔겠어? 나 없어도 충분히 잘 돌아가니까 이렇게 오래간만에 휴가 보내려도 온 거야.”

“하긴. 그동안 직원들만 휴가 보내고 너는 휴가도 없이 지냈지?”

“워커홀릭이라니까. 저 자식 보면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들은 다 작가들 판타지구나 싶더라고.”

“거기는 재벌 2세나 3세고 나는 1세대인 셈이니까 빡세게 기반을 닦는 거지.”

내 말에 진수와 성찬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노력해서 성공하는 것보다는 부모 잘 만나는 게 최고야.”

“너 결혼하면 자식은 겁나게 복 받은 거네. 회장님 아들로 막 스포츠카부터 몰고 흥청망청 써도 인생 성공이니까.”

“그래서 안 물려 줄 거다. 배 아프니까!”

“하긴, 사자는 새끼를 벼랑에서 밀어버린다더라. 당하는 자식 입장에서는 기분 구질구질하겠지만.”

“그거 다큐에서 그러지 않았냐? 그런 고귀한 뜻이 아니라 짝짓기 한 번 더 하려고 새끼 죽여 버리는 거라고?”

“헐! 역시 짐승! 아무튼, 태식이 너는 그 돈 다 기부하고 죽을 거임?”

“노노. 몽땅 쓰고 죽을 거야. 말년에 내가 얼마만큼 돈지랄을 하는지 지켜보라고.”

신소리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러다가 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녀석들이 다 먹고 남긴 음식들의 흔적을 봐서인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얘기보다는 우선 뭐 좀 먹어야겠어. 너네는 밥 다 먹은 거지?”

한국적인 요리를 먹으러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려 할 참이었다. 둥글둥글하게 닮은 몸매를 한 진수와 성찬이 볼륨감 있는 배의 흔들림을 보이며 일어났다.

“먹기는 했지만, 인간의 의지는 강력한 법!”

“또 먹을 수 있다!”

“그래, 가자.”

주인이 우리인 만큼 식당의 출입도 자유롭다. 다양한 음식 재료가 있었고 친구들이 맛있는 것을 사 먹으러 가자고도 제안했지만 나는 모두를 거절했다. 그리고 선택한 메뉴는 바로 라면이었다.

“캬! 역시 이거지!”

붉은빛의 군침 도는 국물이 보글보글 맛있게 끓는다. 강한 향이 나는 국물에 황금빛 면발을 투하하고 이내 딱딱하던 면발은 익어가며 꼬불꼬불하면서도 부드러운 탄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가만히 두면 곤란하다.

오랜 자취 경력으로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은 나름대로 도통한 몸!

맛있게 익어가는 면발을 잠시 국물에서 꺼내어 사이사이로 공기가 통하게 했다. 이러면 더욱 쫄깃한 식감을 살려낼 수 있다.

그렇게 라면 중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매운 라면을 완성했다.

“기껏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랑 먹고 싶은 음식이 고작 라면뿐이냐?”

반면, 한 젓가락 풍성하게 들고 행복해하는 내게 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게 다 모르고 하는 소리다.

“고작 라면? 아닌데? 여기 맛있게 익은 김치도 있잖아. 라면과 김치의 조합이지 절대로 라면뿐이 아냐.”

“그거나. 그거나.”

“어허! 이건 달라.”

성찬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왜? 미국에는 라면이 없기라도 하냐?”

“있지. 미국 내에도 한인 마트에 가면 매운 라면이랑 진짜라면 정도는 팔아.”

“그런데 왜 오버야? 라면 금단증세라도 온 사람처럼?”

“맛이 달라.”

“맛이 다르다고?”

“어. 달라.”

여기에는 추억이라는 보정과 익숙한 맛의 중독 현상이라는 요소가 결합하여 있다. 자국민보다는 외국인에게 더욱 신경 쓰는 매운 라면 회사의 제품은 내수용보다 수출용이 더욱 풍성하다. 건더기도 많고 면의 양도 더 푸짐하다.

하지만 딱 하나가 부족했으니 그것이 바로 스프의 매운맛이었다. 짜고 매운 정도가 덜하기 때문에 먹으면서도 ‘이건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야. 뭔가 아쉽다!’라는 생각이 계속 맴도는 거다. 여기서 생긴 불만족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 내가 이 한국식 라면에 환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난해서 먹던 삼겹살을 나중에도 굳이 비싼 돈 줘가면서 사 먹는 것처럼.’

이래서 음식에는 문화적인 맥락이 담겨 있다는 말을 하는 거다.

이런 차이를 설명하자 친구들이 이해는 했는데 영 와닿지는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 정도 가져오지 그랬냐?”

“뭔가 되게 디테일한 설명이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그냥 먹어보는 게 최고라고.”

“쏘리. 다음에 가면 가져올게.”

쫄깃한 면발에 아삭한 김치 하나를 얹어서 입안에 넣었을 때의 그 맛은 미국에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바로 그 만족감이다. 반면에 진수와 성찬이는 그냥 익숙하게 먹었다. 새로울 게 없어서다.

‘나중에 짜장 라면도 먹어야지. 나중에는 이 녀석들이 스프 양을 줄였는지 영 맛이 바뀌더라고.’

신상품이면 모를까, 기존의 잘 팔리는 제품의 원가절감은 왜 하려고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너희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애니는 언제 개봉하냐?”

“다음 달 때쯤에 할 걸?”

“그거 재미있냐? 네가 만든 만화라서가 아니라 그냥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있으니까 박스오피스에서 1위도 했지.”

“와! 대박이네. 한국에서 만든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1위를 하다니!”

정확히는 할리우드가 아닌 북미에서의 1위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는 미국 영화니까 ‘미국 박스오피스 1위는 할리우드 1위’와 같은 의식의 흐름을 갖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만화가 아니라 영화라고 해도 이해를 못 할 정도이니.’

대화하면서 새삼 내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친구들이 관심을 두고 나름대로 들으려고 하는데 이해하지 못하면서 뭉뚱그려 받아들이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지난 미래에서는 오직 게임과 잡담용으로 연예계의 가십거리를 이야기했었기에 100%로 통했는데 말이다.

‘그러니 사업 얘기는 그만하는 게 맞지.’

친구들과 즐거운 잡담으로 안성맞춤인 이야기는 누가 뭐래도 플레지다.

라면 여섯 개를 뚝딱 해치우고서는 내가 물어보았다.

“너희는 요즘 어떠냐? 플레지는 업데이트가 많이 진행됐고?”

“플레지야 조금 적응할 것 같으면 새로 나오고, 적응하면 또 뭔가가 새로 나오고 계속 그러고 있지.”

“따라잡기 바쁠 정도랄까?”

현실에서는 강산이 변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지만, 플레지는 반년 만에 훅훅 변하곤 했다. 초창기의 플레지는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업데이트 속도를 자랑한 게임이었다.

“용은 많이 잡았고?”

“아니.”

“왜? 또 업데이트했냐?”

내가 없다고 해도 구운몽이라는 캐릭터는 남아있다.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들 놀라운 컨트롤을 자랑하는 데다가 공략법도 있으니 너끈하게 잡아야 정상이다. 그러므로 사냥 실패의 원인은 새로운 공략법이 필요해졌다는 것뿐이 된다.

“응. 전체적으로 스펙이 다들 올라가니까 용도 일종의 강화? 그런 걸 하는 거 같더라고.”

“하여간 마음에 안 드는 영자 새끼들이라니까.”

진짜 웃기는 일이다. 보스 몬스터를 잡기 위해 스펙을 올리는 건데 유저의 스펙이 올랐으니 보스도 강해진다니. 운영진이 유저를 농락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손해는 없어.”

“우리는 충분히 이득을 볼 만큼 본 타이밍에 아무도 못 잡는 거거든.”

“그건 그러네.”

수긍하는 내게 두 친구가 시무룩해 하며 말했다.

“진짜 문제는 용이 아니야.”

“요즘 장사에서 재미를 못 본다는 거. 이게 큰 문제지.”

“돈 잘 벌고 있으면서 무슨 소리냐?”

계좌를 확인해보면 여전히 매달 1,000만 원 수준의 돈이 입금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는 건 진수성찬도 각각 그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런 내 의문에 대한 대답은 다소 싱거웠다.

“전에는 사과를 50골드에 사서 1,000골드에 팔고, 다마도 저렴하게 사서 고가에 팔고 그랬잖아.”

“짤짤이가 아니라 열 배, 스무 배로 팍팍 당겼었다고. 그런데 요즘은 이런 게 없어.”

‘배가 불렀네, 불렀어!’

복권당첨만큼의 짜릿함 대신 월급 벌이 신세가 됐음을 한탄하는 소리였다. 사실 저게 당연한 건데 처음부터 빵빵 터트리다 보니 친구들의 성공 기준점이 이상하게 된 모양이었다. 잘 하면서도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책하니 말이다.

‘플레지에 생판 모르던 녀석이 답을 척척 알려주면 이상하니까······.’

뒷정리를 부탁한 뒤 사무실에 먼저 올라가서 인터넷을 검색하며 플레지의 업데이트 현황을 둘러보았다.

모니터에 주식 정보라도 보는 양 갖가지 플레지 관련 온라인 창을 열어 두면서 간략하게 읽었다.

『에피소드 10. 화룡의 안식처』

화룡의 안식처가 업데이트되면서 기단 성에 있던 대장장이는 새로운 성인 헬던으로 옮겨졌다.

『에피소드 11. 상아탑』

위더우드의 업데이트에서 생긴 불굴의 물약. 이를 통해서 나이트의 시대가 열렸고 마나의 지팡이가 업데이트되며 매지션의 시대가 왔었다.

그리고 상아탑과 함께 엘프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게 참 웃겨. 매지션들의 고향이 생겼는데 정작 혜택은 엘프들이 봤거든.’

그동안 마법은 매지션에게 밀리고 전투는 나이트에 밀리던 엘프였는데 이들에게 정령술이라는 그들만의 특수 기술들이 생겼다. 그러면서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클래스로 변모하게 됐다.

또한, 은화살의 타격치가 [7/6]에서 [10/9]로 파격적으로 상향됐기에 엘프 유저들이 대환호를 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물론, 매지션한테도 좋은 변화가 생겼고. 이제 카운터 스펠이 생겼으니까.’

상아탑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었겠는가.

마법사들의 고향인 이곳이 등장하면서 마법은 다양한 속성별로 변화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이었던 마법이 바로 카운터 스펠이다.

‘대부분의 마법을 한 번은 막아주니까.’

강력한 보스를 레이드 할 때에는 물론이거니와 전쟁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마법이었다.

이를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상아탑이 나왔으면 훨씬 수월하게 안사락스를 사냥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왜 내가 플레이하지 않는다고 못 잡는다는 소리를 한 거지? 진짜 안사락스를 말도 안 되게 떡상시켰나?’

상아탑 이후로 생긴 핵심 소모품 중에 하나는 바로 미사용 스크롤이다. 매지션이 마법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서 해당 마법이 부여된 스크롤만 있으면 소모성이지만 누구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카운터 스펠의 최고 애용자는 매지션이 아니라 나이트일 정도지.’

이걸 사용하면서도 안사락스를 잡아내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말도 안 되게 용을 업그레이드했다는 소리였다.

‘나중에 직접 겪어봐야지.’

운영자들의 뒷목을 잡게 해줘야겠다.

이어서 내 눈은 대망의 공지를 확인했다.

『에피소드 12. 골든』

이른바 화룡점정이랄 수 있는 중요 업데이트!

골든은 플레지의 배경이 되는 왕국의 수도다. 이곳을 끝으로 원작의 모든 스토리와 배경을 그려 넣었기에 더는 원작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기에 에피소드 12를 끝으로 그간의 업데이트는 마무리되고 앞으로는 시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시즌1이었지.’

골든 성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래도 각각의 성들은 나름대로 위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성이 등장하게 되면서 기단을 제외하고는 정말 처치 곤란의 성으로 바뀌고 만다.

< 잡담 > 끝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1999년 게임 스타트 - 1999년 게임 스타트-229화
[229 / 총577]

1999년 게임 스타트 - 1999년 게임 스타트-229화

연재 총 57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