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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이 왜 없냐? >

같은 시각.

GF홀딩스의 회장실에서는 이들 세 사람이 걱정하고 작게나마 소망하는 그 보고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

LON 온라인의 프로리그 내용과 관련하여 홍보팀장이 보고하고자 들어왔다. 그런데 이 리그는 사실 여러모로 웃긴 요소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명칭이 프로리그인데 실제로는 프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부분이었다.

‘프로 선수라는 건 스폰을 담당하는 단체를 통해서 돈을 받는 선수를 의미하는데 그런 팀은 하나도 없으니까.’

그러니 아마추어 대회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고 프로리그부터 먼저 연 뒤 나중에 프로 선수를 만드는 황당한 개념의 대회가 되었다.

덕분에 축구나 스타 드래프트처럼 장기 리그로 운영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대회 역시도 짧고 굵게 토너먼트 형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빈틈이 있다고는 해도 마냥 우습게 보면 곤란하다.

“예선전이 모두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프로리그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대회지만 참가 팀의 숫자는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굳이 예선과 본선을 나눠야 했고 총 32개의 팀이 본선 진출자에 명단을 올렸다. 이게 다 규모와 상금으로 말미암은 일이었다.

“대회 때문에 많은 클랜이 쪼개졌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대형 클랜은 많으면 200명이나 되는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회에 참가 가능한 인원은 5명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32개나 되는 팀이 본선에 올라왔지만, 엄밀하게 보면 사실 8개의 클랜이 32개로 나뉘어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나로서는 ‘본래는 같은 클랜이었잖아!’ 나 ‘지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소리를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도덕적으로 완벽한 결과는 동화나 영화에서나 찾는 편이 낫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8강에 올라간 팀만 신경 쓰면 되는 거니까 소속이나 클랜에 대한 이야기는 홍보팀에서 알아서 관리하십시오.”

“예, 회장님. 그 부분은 문제없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좋군요. 그럼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자세를 고치고 약간 더 집중했다.

홍보팀장의 보고 내용은 이렇다. 초반에는 비교적 가볍고 간단해서 듣고 가부, 또는 의견 정도만 덧붙여 말하면 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보고 중반부부터 다루는 사안들은 대부분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즉, 이제부터 나오는 내용이 오늘 보고의 핵심 사안이라는 것이다.

“TFA의 해체에 대한 문제입니다. 저희 트레이더스 포럼에서는 지금까지 TFA라는 이름으로 프로게임단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LON 온라인의 출시로 인해서 프로게임단을 계속 운영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TFA를 해체하기로 하였습니다.”

‘응? 뭐라고?’

나로서는 금시초문이었다.

“게임단 해체? 그런 내용을 보고받은 건 지금이 처음 같은데, 진행하면서 올라온 보고입니까? 아니면 일단 선 보고가 올라온 겁니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이거 봐라?’

트레이더스 포럼 어드벤처러스.

김요환과 송진호 등을 시작으로 초창기 프로게임단이라는 개념을 시장에 제대로 알렸던 팀의 해체.

‘무슨 전쟁 도중이라 선조치 후보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게임팀에 대해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 물음의 해답을 본의 아니게 나는 오늘 확인하고 있었다. 시장 논리에 따라서 들었다가 내리고 팔았다가 갈아치울 수 있는 정도였다.

‘필요하면 쓴다. 하지만 필요 없으면 가차 없이 내쳐버린다. 수익을 위한 기업의 성격을 따지자면 너무나 맞는 말이지. 하지만 다른 회사에서는 그게 당연하더라도 내 회사에서는 그러면 안 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보는 TFA의 의미는 고작 이 정도가 아니다. TFA는 게이머스 포럼이 강남 사옥으로 이전하기 전에 만들어진 팀이며 현재 게이머스 포럼에 소속된 대부분의 부서가 이들보다 늦게 만들어졌다.

‘지난 미래에서의 팬이자 일반 게이머였던 내 개인적인 감정도 큰 몫을 하는 곳이고.’

GF와 윤태식이라는 사람이 갖는 비중이 이러하니 단순하게 ‘해체했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일축하고 끝낼 수는 없다.

이런 중대 사안을 선조치 후보고를 한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홍보팀장님. TFA의 해체는 누구의 지시로 시작된 겁니까?”

“네?”

“게임단 해체요. 이거 처음에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겁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팀.

그런 팀의 해체를 나에게 말도 없이 진행한 놈이 누구냐.

물어보니 홍보팀장이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주저주저했다.

“다시 묻지요.”

화를 낼 땐 내더라도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화를 내야 한다. 정확히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채 화를 내는 건 삼류나 하는 짓이다.

“진행 과정은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습니까?”

“그게···”

“진행되고 있다면 현재 게임단에 소속된 선수와 코치진의 처우는 정해졌습니까?”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처우는 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누구입니까?”

“우선 김요환 선수와 송진호 선수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계속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TFA가 해체 돼도 선수로 계속 활동하겠다는 말입니까?”

“예.”

성적이 정말 바닥을 치던 그날까지도 스타 드래프트의 게이머로 존재했다가 이후, 스드2에서까지도 프로로 활동했던 김요환 선수. 그의 성격으로 봤을 때 전혀 이해 못 할 선택도 아니다.

게다가 스타 드래프트 리그는 본래도 2010년까지는 쭉 이어졌다. 그때 치명적인 조작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전성기를 더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이대로 선수 생활을 종결하면··· 군대에 가야 돼. 오! 끔찍한 일이지.’

지금 이대로 TFA를 해체하면 선수들은 메인 스폰서가 없는 팀이 되어버린다. 다만 네임밸류가 높아서 연봉이 천정부지로 올라가 버린 이 팀을 흡수할 여력이 되는 스폰서들은 이미 팀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이대로 해체를 시키면 대책 없이 방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부분에 제대로 된 방안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몇몇 선수라는 게 정확히 몇 명이고 그 선수를 제외하면 어떻게 처우를 하겠다는 겁니까?”

“우선 1군 소속의 선수들 7명은 전부 선수 생활을 유지하길 원했고 2군 소속의 선수 12명은 그중 4명만이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코치진을 제외하고서도 선수만 11명이나 길바닥에 버려지는 거로군.’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

‘이해는 해.’

홍보팀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나도 잘 알고 있다.

“GF에서 프로리그에 출범한 게임을 보유한 이상 자회사인 트레이더스 포럼에서 게임단을 운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게임단 해체의 방식과 마련해놓은 대책이 없다시피 하다는 점은 꽤 실망스럽군요.”

“트레이더스 포럼과 홍보팀에서도 상당히 많은 고민을···”

“지금 고민이라고 했습니까? 이제 자신이 가야 할 비전이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20살의 청년들을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으로 우리 회사를 홍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쓸모없으니까 나가라는 선택을 해놓고, 고민이요?”

사람이 일을 하면 당연히 경력이 쌓이게 된다. 그런데 프로게이머는 최상위권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 경력을 써먹을 수 없다.

이건 그들의 청춘을 낭비하게 하고 내쫓는 것이다.

물론, 바짓가랑이 붙잡고 ‘게임이나 해!’라며 강요한 적은 없다. 게이머들의 동기와 선택은 자발적이었고 타인이 강제한 적이 없으며 저들이 선택한 직업이었다. 다만, 그 모든 책임을 ‘너희가 선택했으니 모든 책임도 너희의 것이다.’라고 말하는 건 지나치게 무책임하다.

“게임단은 해체하지 않고 매각으로 진행할 테니 그리 아세요.”

“회장님. TFA를 매각하려고 해도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애초에 그럴만한 기업들은 대부분 이미 게임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요.”

현존하는 모든 프로게임단 중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는 게임단인 TFA이고 이런 규모의 스폰이 가능하면서 프로게임에 관심이 있는 기업은 이미 게임단을 보유하고 있는 형편이니 홍보팀장의 말은 너무나도 옳았다.

하지만 발상을 바꾸면 방법은 생기기 마련이다.

“게임단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 중에 충분히 인수할 규모가 되는 회사가 있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혹시 생각하고 계시는 기업이 있으십니까?”

내가 그 정도도 생각하지 않고 말부터 대뜸 꺼내겠는가. 당연히 대안이 있기에 한 말이다. 아울러, 정 없으면 넘쳐나는 돈으로 그냥 오직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기 위한 회사 하나를 내가 따로 차리면 된다.

하지만 그걸 지금 구구절절하게 말해줄 의무는 없다.

전후 사정을 알았으니 우선은 응당한 조처를 내리는 것이 순서니까.

“생각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지 그 매각이 성사될 수 있는지는 나중의 일입니다. 순서대로 진행해보지요. 감히 나한테 보고도 없이 게임단 해체를 지시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저기··· 그게···”

어떤 새끼냐, 물으니 그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범인이 누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홍보팀장이 직접 지시한 사항입니까?”

“죄송합니다!”

그는 최근에 경력직으로 영입된 인재다.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는 평가를 확인했고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나서 데려왔는데 아무래도 나와는 성향이 달랐나 보다.

“아무래도 우리와는 일하는 방식이 영 맞지 않는 것 같군요.”

“아······.”

나지막하게 말하자 홍보팀장의 몸이 일순 경직된다.

40대 초반이라는 나이.

어지간해서는 야근이 없도록 하는 환경, 기본급만 연봉 8,000만 원.

각종 수당이 합쳐지면 최대 1억 3천까지 가능한 직장.

아울러, 최근 GF그룹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취업 분야에서 엄청난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다. 이러한 최고의 직장을 잃어버리기 바로 직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그는 피부로 느끼고 있을 터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가 흘리는 식은땀이 더욱 많아졌다.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셔츠만 척척하게 적시는 것을 보니 적어도 다음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했지.’

좋아. 기회를 준다.

“게임단의 해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보고가 되었다는 점, 아직 입사 후 반년이 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러나 다시금 지금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묵과하지 않을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며··· 명심하겠습니다!”

“나가보세요.”

축객령을 내렸다. 힘이 쭉 빠진 모습으로 나가는데 다리마저 비틀비틀하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책상에서만 일하다 보니 기가 허하고 체력이 약한 것 같았다.

‘하나가 마음에 안 드니 죄다 볼품없게 여겨지는군.’

올바르지 못한 편견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곤란한 일이다. 기회를 주기로 했으니 나는 윗사람으로서 색안경을 쓰고 보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실정을 잘 아는 사람이 낫겠어.’

TFA의 해체와 관련한 뒷수습은 다른 이를 찾아야 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비서실에 연락했다.

“고진환 부사장님에게 내 방으로 오시라 하세요.”

- 네, 회장님.

< 방법이 왜 없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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