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 구매중입니다 >

김유천 실장이 옆자리의 통역사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저 하야시 라이스는 뭡니까?”

“그건 한국에서 하이라이스라고 부르는 음식입니다.”

“하이라이스가 하야시 라이스였다니······.”

아무래도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지나친 일본적인 느낌을 줄이고자 우리식으로 바꾼 모양이다.

‘옛날에는 만화 주인공도 죄다 바꿨잖아. 북산고를 나온 농구를 좋아하다가 폐인이 된 어느 농구선수 만화처럼.’

오니즈카가 영길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예도 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만화 주인공을 고생시키는 건 여주인공 때문이라는 공식이 소년 물에는 있는 것도 같았다.

“회장님. 이제 오사카에 오신 이유를 좀 알려주시죠.”

“그걸 지금까지 계속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

“제가 원래 이런 건 잘 안 까먹습니다.”

이렇게까지 듣고 싶어 하는데, 말해줘야지.

“바이로 해저드의 아버지를 만나러 왔습니다.”

“아! 비카미신지! 회장님이 그냥 얼굴이나 보자고 오신 건 아닐 테고 통역사까지 준비하신 것을 보면 우크라이나나 폴란드처럼 직접 스카우트하고 자회사로 만들 계획을 구상하신 겁니까?”

“그렇지요.”

김유천 비서실장이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바이오 해저드는 지금도 케코의 상징적인 게임 중 하나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 게임의 아버지라면 케코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보장받고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이 쉽게 저희와 손을 잡으려

할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닌텐두를 인수하는 줄 착각했던 사람이 왜 저리 명철해졌는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명석한 듯 어리숙한 모습이 섞여 있었다.

“김 실장님은 앞으로 일본 게임 시장의 동향에 대해서 더 알아보실 필요가 있겠네요.”

이 사람은 그동안 너무 중국과 미국에만 집중해왔다. 물론, 일본 시장에서의 마케팅은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것까지 모르는 건 너무 했다.

“비카미신지는 이미 케코에서 퇴사한 상태입니다.”

“네에?”

“그는 자기가 개발한 게임에 대해서 애착이 굉장히 강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케코는 수익이 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하기로 유명하지요. 그러다 보니 A 콘솔을 위해 맞춤 제작으로 개발을

했던 게임이 어느새 B 콘솔로 출시되고 심지어 다운그레이드까지 해서 퀄리티를 훼손시키는 일이 잦습니다.”

장인은 말할 것도 없고 직업적인 소명 의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회사의 정책에 극심한 분노를 느꼈고 그 때문에 따로 회사를 차린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회장님은···”

[음식 나왔습니다.]

한창 길어지던 우리의 대화를 끊은 것은 바로 카레였다.

“급한 것 없으니 먹고 하죠.”

“네. 그런데··· 이게 전부인가요?”

한국이라면 카레와 함께 먹을 반찬들이 당연하게 나오지만, 이곳은 정말 단품으로 카레 위에 얹어진 밥이 전부였다. 주위를 흘끗 보니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을 보면 딱히 한국인이라

고 차별하는 건 아니었다.

‘카레의 진짜 맛을 제대로 느껴보라는 그런 의미려나? 맛이 슴슴해서 미각을 집중하고 먹는 사람이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는 평양냉면처럼?’

일단 겉보기에는 조금 볼품이 없었지만, 어쩌랴. 맛있다는데.

자고로 요리는 맛이 으뜸이다. 보기 좋아도 맛없으면 빵점이다.

큼직큼직한 고기와 진한 카레 소스.

숟갈로 떠서 한 입 크게 먹으려는데 김유천 실장이 매우 한국인다운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거 맛있네요.”

접시에 나온 일본식 카레를 테이블에 흘리지 않고 쓱쓱 비벼 먹은 것이다.

“김 실장님. 카레를 먹는 모습만 봐도 한국인과 일본인을 구별할 수 있다는 거 아세요?”

“카레를 먹는 모습 만으로요? 어떻게 구별이 가능하죠?”

“저기 다른 테이블에 식사하는 사람들과 김 실장님의 차이가 뭘까요?”

내 질문에 김유천 실장이 주변을 둘러본다. 처음에는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걸까? 이런 고민스러운 눈빛을 보내다가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눈이 크게 떠졌다.

“저 사람들은 카레를 안 비비네요?”

“그렇죠?”

뭐든 섞고 비벼서 먹는 것에 익숙한 한국 문화와 달리 해외의 대부분의 국가는 그렇게 섞는 문화가 드물다. 카레 역시 일본은 그냥 위에 얹어진 그대로 떠서 먹는 문화가 당연하게 자리 잡았

고 한국은 비빔밥처럼 비벼서 먹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같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두 나라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니! 재밌네요.”

“맛도 있고요.”

한국식 카레보다는 확실히 진한 향과 맛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커피와 함께 가벼운 소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일정은 브라질의 경제 수상 때문에 이리 잡으신 건가요? 이제까지와는 달리 회장님께서 너무 여유롭게 움직이시니 어색할 지경입니다. 보통은 바로 비카미신지를 찾아서 이동하시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번에는 바로 갈 생각이 없어요. 이제는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아도 될 때가 됐으니까요.”

“그럴 때는 아주 오래전에 지난 것 같습니다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여유를 만끽해봅시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리고 이곳은 동유럽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단은 바로 상대방을 찾아가서 만나려 하기보다는 먼저 우리 쪽에서 준비하고 만나는 편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거로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일본 오사카의 우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였다. 일본의 우메다라는 지역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상업 지

구다.

현대식의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말 그대로 빌딩 숲 중 한 곳을 가리켰다.

“저 건물 어때요?”

“네?”

“저 건물을 일본 현지법인으로 쓰기에 어때 보이냐고요.”

지금 내 손의 방향을 따라가면 우메다 안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건물인 우메다 스카이 빌딩이 멋들어지게 세워져 있었다. 이 건물은 총 40층으로서 실질적으로 우메다의 랜드마크 역할을

겸하고 있다.

사실, 관광객들은 ‘우메다 스카이’라는 이름보다 그냥 그 최상층에 있는 공중정원이라는 표현이 더욱더 익숙했다. 택시기사들에게도 ‘공중정원으로 가주세요’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이곳으

로 안내해줄 정도다.

“저 건물을 사려고 하시는 겁니까? 엄청 비쌀 텐데요?”

“오늘 참 왜 이러실까. 당연히 비싸죠. 저걸 어떻게 다 삽니까? 게다가 저 큰 걸 사서 또 어디다 쓰고?”

GF 본사가 전부 들어와도 다 들어갈 수 있을 크기다.

“그··· 역시 그렇죠?”

“그런 겁니다. 두 동 씩이나는 필요 없으니 한쪽만 삽시다.”

“네에!?”

“자, 지루함이 어색한 실장님에게 미션을 드리겠습니다. 우메다 스카이··· 가 아니라, 그냥 저 옆에 있는 건물 중 쓸 만한 건물을 찾아서 하나 구매하세요. 대충 우리 돈으로 100억 정도 하는

건물이면 됩니다.”

“회장님은 정말 유머를 못 하십니다.”

“제가 말하면 다들 빵빵 터지던데요.”

“직원들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그건 맞아요. 저의 유머가 잘 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제가 확실하게 정색해드리겠습니다. 저를 웃음 측정기로 삼으셔도 됩니다.”

세상 다시없을 썩은 개그를 들었다는 표정에 나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렇게 오사카에 도착하고 일주일간 우리는 꽤 괜찮은 건물 하나를 매입했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까지 의뢰에 들어갔다. 이미 게임 개발사의 사무실로 사용하기에는 훌륭한 건물이었기 때문

에 내부 인테리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하니 흡족한 쇼핑이었다.

“준비해둔 맛집 리스트에 현지인의 도움도 받아서 즐겼으니··· 이제는 슬슬 진짜 일을 해봅시다. 비카미신지를 찾아가죠.”

“네, 출발하겠습니다.”

케코를 나온 비카미신지가 만든 회사는 클리버 스튜디오다. 오사카 중심가에 있었기에 사무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사무실의 문도 그냥 열린 채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무

실 내부로 들어가기 쉬웠다.

‘보안이 너무 허술한데? 이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망해버린 회사 같은 텅 비어버린 사무실.

열려 있어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가 ‘아차’ 싶었다. 일본은 개인 공간에 대한 개념이 다른 어디보다도 엄격한 나라다. 오죽하면 들어와서 상대방에게 인사하고 한 번 더 비어있는 그 공간에

한 번 더 인사하는 예절이 몸에 배어있겠는가.

그래서 돌아서려는데 꽤 흥미로운 장면이 내 발을 멈추게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래. 나는 이미 끝난 것 같다.]

[선배!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이미 난 끝났다고. 여기까지인 거야. 그러니까 히데키. 너는 이제부터는 나를 떠나서 너만의 날개를 달아라.]

엿듣는 것이 좋은 행동은 아니었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본 스포츠 물의 한 장면과도 같은 진지한 장면이 참으로 신기했다. 게다가 심각한 분위기로 보아선 놓치면 안 될 중요한 내용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통역사에게 통역을 부탁했는데, 그에게 들은 대화는 우리를 아연실색게 했다.

[안 떠납니다. 절대 제가 선배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죽어도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모든 것은 끝이 있기 마련인 거야. 우리도 여기까지인 거야. 가라 히데키.]

‘···뭐야, 저 사람들. 진짜로 소년만화에서나 볼 법한 대사를 일상에서 쓰고 있어!’

손과 발이 시공의 폭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살아서 움직이는 덕후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

‘더는 견딜 수가 없어!’

아무래도 이대로 가만히 두었다가는 둘이서 온종일 신파극 내지는 소년만화를 찍을 기세다. 게다가 더 도둑처럼 엿들을 수도 없으니 우리는 이곳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려줄 겸 문을 두드

렸다.

똑똑-.

“마음대로 들어와서 미안한데, 문이 열려 있더군요.”

[죄송합니다. 문이 열려 있어서 일단 들어온 건데···]

통역사의 빠른 통역이 이어지고, 두 사람은 날카로운 눈으로 우리들을 노려보았다.

*

코미야 히데키의 걱정 어린 시선으로 비카미신지를 보았다.

[사장님. 이렇게 되었는데··· 아직도 후회 없으십니까?]

비카미신지는 후배의 우려에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회사의 사무실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게임은 완전히 멈추어 버렸다.

바이로 해저드로 일본 게임 회사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드높였던 비카미신지.

그는 현재 케코에서 나와 클리버 스튜디오라는 자신의 회사를 따로 차린 상태였다. 케코의 전성기를 만들고 그와 함께했던 비카미신지가 케코라는 울타리는 왜 벗어나게 된 걸까? 그리고 오

늘 그는 왜 후배에게 이런 시선을 받으며 대답조차 못 하는 지경에 처한 걸까?

속이 상할 대로 상한 그에게 책망 어린 코미야 히데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케코의 행보가 싫어서 나오면서 케코의 돈으로 회사를 차린다는 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고요.]

보통 많은 사람이 ‘한국의 위계질서는 유교로 인해 만들어진 폐단이다’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잘못된 정보다.

실제로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아들의 친구가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하며, 아버지가 아들의 친구를 데리고 와서 같은 자리에 있으면 족보가 꼬이기 때문에 아들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는 기록이 존재했을 만큼 나이와 같은 것들에 딱히 얽매이지 않는 문화였다.

위계 질서적인 작금의 한국 문화는 조선 시대와 유교적 문화유산이 아닌 일제강점기에 의해서 한국에 깊게 자리한 문화였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 뿌리라 할 수 있는 일본은 상명하복의 위

계질서가 훨씬 더 엄격했다.

즉, 일본의 정서상 히데키가 신지에게 이런 지적을 적나라하게 하는 것은 건방진 짓이며 면 당장 예의 없음으로 꾸짖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비카미신지는 입을 꾹 다

문 채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판단 미스로 말미암은 타격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물론, 나름의 변명거리는 있다.

[그때는 어쩔 수가 없었잖아. 회사를 차리고 게임을 개발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돈이 없는 걸 어떻게 해?]

그렇다. 회사를 차리는 거야 그동안 벌고 모아놓은 돈으로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최소 수십억 이상의 자본이 필요한 게임 개발은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편한 방법을 고르지는 말았어야 했습니다. 더 찾아봐얐어야 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그렇게 하는 게 옳았습니다.]

[처음부터라··· 맞아. 지금이라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당시에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어······.]

입맛이 썼다.

비카미신지는 ‘처음부터’라는 말을 반복해서 뇌까리며 눈을 감았다. 감은 눈앞으로 처음 바이로 해저드가 등장하던 그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1996년, 500만 장이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바이로 해저드.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이로 해저드의 후속작은 개발해낼 것이었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선택받은 개발자가 바로 이 코미야 히데키

였다.

< 구매중입니다 > 끝

ⓒ (429)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1999년 게임 스타트 - 1999년 게임 스타트-428화
[428 / 총577]

1999년 게임 스타트 - 1999년 게임 스타트-428화

연재 총 57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