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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리버 온라인 >

‘책상머리 앞에서 현장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사무직에서 추측하는 현장과 실무를 뛰는 사람이 체감하는 현장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는 법이다. 특히 나처럼 높은 직급에 있을수록 이 부분을 주의해야 여러 사람이 고생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흡사 손가락 하나 뻗고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며 참새를 잡아버리라고 한 통치자 때문에 국가적인 식량난을 겪은 사례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잘 알면서도 모두의 의견을 듣고서 내 독단으로 선택하는 일이 잦았다.

아집에 찬 독선이 아니라 미래 지식에 근거하여 내리는 정확한 지령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예전에 고민을 끝냈던 이 케케묵은 시절을 회상하는 걸까? 바로 실무자들의 어려움을 들으며 GF를 뛰쳐나간 성주환 팀장의 사례가 떠올라서였다.

“회장님. 이 정도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것과 다른 것이 없습니다.”

“기존의 유저들은 같은 타이틀을 걸고 나오는 게임이니만큼 기존의 게임과 동일한 게임성을 가지길 원할 겁니다.”

“이 정도로 스타일이 달라지면 기대를 품고 왔다가 실망을 안고 벗어나 버릴 우려가 큽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확고한 내 지론을 펼쳐 보이며 저들의 의견을 논파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숙이고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그게 과연 진심으로 수긍하는 것일지 회장이라는 권위와 회사가 계급사회이기에 보이는 겉치레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출시 후 대성공을 이루는 결과를 본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역시 윤태식 회장님!’ 하며 나의 선견지명을 우러르리라는 사실은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고민하는 부분은 그 과정상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박탈감이었다.

‘난다 긴다 하는 인재들을 모아놓았으니 다들 자존심이 상당할 거야. 이런 것을 다 아우르면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그냥 내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을 모두 보여주면서 설득해?’

모두가 만족스러워하는 방법을 욕심내서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임원들이나 직원들 한 명, 한 명의 속내를 알고 믿을 만한 사람, 속내가 시커먼 타입 등을 간파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건 쓸데없는 시간 낭비였다.

‘지금만 해도 95점짜리 인생인데 겨우 5점 더 얻자고 내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어. 다른 사람에게 맞출 생각은 하지 말자. 더군다나 성주환 팀장 같은 극소수한테 연연하기보다는 지금 곁에 있는 듬직한 직원들과 함께 하는 쪽이 나아.’

배신할 녀석은 어차피 배신할 때가 오면 그리했으리라, 성품이 나쁜 놈이고 자기 이익 따라서 뛰쳐나갔으니 이조차 품에 안지 못했다고 속상해하지 말자, 구질구질한 녀석을 자꾸 떠올리면 나도 비슷해질 우려가 있으니 이제는 그만 떠올리자, 그렇게 결정했다.

마음의 갈등을 해소하였으니 남은 것은 내 확신대로 다시금 회의를 진행하는 일이다.

나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닙니다. 같은 LON의 테두리 안이더라도 새로운 게임이어야 합니다. 떠나거나 불만을 보이는 유저는 분명히 존재할 테지만 단순하게 스타일이 변화했다고 보이는 정도라면 과감히 포기해버리면 그만입니다. 정작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재미가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LON은 워드래프트Ⅲ의 유즈맵으로 개발했던 만큼 LON 온라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여길 수 있다. 실제로 개발자들 역시 그렇게 쉬운 접근방식을 갖고 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안일한 태도에 내가 수정된 기획안을 내렸고 이를 코딩해야 하는 이들은 울상을 짓게 되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스타일이 변해서 더욱 재미있어진다면? 유저가 많아서 빠른 게임이 바로바로 진행될 수 있다면? 기존의 유저들은 물론이고 여타의 게임에서 실망한 다른 플레이어까지도 우리의 게임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고인물’이라는 용어가 있다. 오래 된 게임일수록 이런 게이머들이 많아지는데 특히나 유저와 유저간의 경쟁이 목적이 되는 이런 게임에서는 바로 이 고인물 유저들을 경계해야 한다.

‘더욱 정확하게 보자면 게임에 고인물이 생기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게 아니라 게임에 고인물만 남는 것을 경계해야 해.’

안정적인 게임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신규 유저들이 유입되면서 최상위, 상위, 중상위, 중위, 하위의 유저들이 적절하게 분포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성공하면서도 장수할 수 있는 게임의 이상적인 생태 구조다.

내가 완성도 높은 기존의 LON에 변화구를 주려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워드래프트Ⅲ의 유즈맵과 같은 형태로 온라인 게임을 출시한다면 그 게임은 당연히 유즈맵에서 날고 기던 고인물들이 온라인 형태의 게임 속에 녹아들며 순식간에 양민학살로 이어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철저하게 예습한 사람이랑 생판 처음 접하는 사람의 실력이 똑같을 리 없잖아.’

게임에서 패배할 때마다 좋아하며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즉, 고인물 유저가 날뛰지 못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개발사에서는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같은 장르이니만큼 유즈맵에서 잘하던 사람은 이것도 잘할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에 속하니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까지만 하면 돼.’

유원지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라는 표지판과 안내방송을 자주 하는 것과 마냥 방치하는 것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위해 LON을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배포한 유즈맵을 즐기는 유저들이 있지요. 고수가 있고 하수 역시 당연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컨트롤 아닐까요?”

“스킬의 이해도?”

“아이템의 이해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나 컨트롤이죠.”

개발자와 기획자들의 입을 통해 기존의 특징들이 나열되었다. 그러나 특징만이 언급됐을 뿐이다. 결코 저런 특징을 나열한다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괜찮다. 정답은 내가 알고 있으니까.

“맞습니다만, 컨트롤은 우리가 지금 고려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건 유저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일 뿐 우리가 어찌해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킬과 아이템에 대한 이해 문제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가 도울 수 있지요.”

“저희가 게임의 내용에 개입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경쟁게임에서 운영진의 개입이라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큰일 날 이야기입니다.”

“네? 그럼 회장님, 저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인지···?”

언제나 그러했듯이 우리의 회의는 대화나 토론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가 전하는 강의와도 같다.

“그럼. 지금 나오는 화면을 한 번 보시죠.”

이런 식으로 흘러가리라 짐작했던 만큼 준비한 자료를 보여주었다. 곧 빔을 통해서 기존 유즈맵 LON의 게임화면을 뽑아낸 사진이 나왔다.

“지금 여러분의 눈에 보이는 이 영웅은 파이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영웅 중 하나입니다. 이 히어로의 첫 번째 스킬을 봅시다.”

마우스가 대어져서 설명이 나온 상태의 화면이었다.

“스킬의 이름은 파이어 볼트군요. 여기서 질문드리겠습니다. 지금의 이 파이어 볼트는 몇의 데미지를 가지고 있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워드래프트Ⅲ의 기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유즈맵 LON은 직관적이지 못한 것들이 꽤나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내가 짚은 부분이 바로 스테이터스였다.

「파이어 볼트(2레벨)

단일 대상에게 불의 화살을 날려 지능x8의 데미지를 입힌다.」

나는 곱하기 8을 가리켰다.

“파이로의 파이어 볼트는 2레벨일 때 지능 대비 8배의 데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지능을 봐야겠군요. 지금 지능 수치가 41이니 파이어 볼트의 데미지는 328이 되는 겁니다.”

“예, 그렇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겠다는 저들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3레벨일 때는 어떨까요? 레벨이 높아지며 지능이 올라가며 가변성이 생겼습니다. 여기에 유저가 아이템을 장착해서 지능을 추가로 높였다고 봅시다. 이러면 얼마의 데미지가 나올까요?”

“그건··· 아!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말씀이셨구나.”

“계산해 봐야 하는군요.”

이제야 알았나 보다. 이건 워드래프트Ⅲ의 문제이기도 했다.

워드래프트Ⅲ는 기본적으로 아이템을 통해서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기본 공격력과 체력이 함께 올라가는 근력 기반의 영웅과 달리 지능형 영웅은 성장에 있어서 불합리함이 존재했다.

이를 나름대로 LON에서 극복하기 위해서 만들어 넣은 것이 곱하기인 능력치 계수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진 단점은 캐릭터가 성장하는 내내 계속해서 바뀌는 능력 수치와 스킬의 계수를 확인하면서 수시로 데미지를 계산해내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고인물 유저와 신규 플레이어의 차이점이 여기서 나온다. 한쪽은 스킬 콤보로 적을 끝장낼 수 있는 타이밍을 잴 수 있지만, 반대쪽은 이를 모르기에 이상하게 대등한 레벨인데도 싸우면 깨지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럼 다음 화면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아이템의 스크린 샷을 보여주었다.

「불멸자의 갑옷

올 스탯 + 25, 체력 +250, 방어력 +15」

“이 갑옷을 착용한다면 얼마의 체력이 상승하겠습니까?”

“영웅의 베이스 스탯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체력 영웅의 경우는 875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며 지능을 베이스로 한 영웅은 기본 스탯인 250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이것이 스테이터스를 베이스로 삼으면서 발생하는 두 번째 문제입니다. 영웅과 아이템의 배치에 따라서 다양성을 보이거나 혹은 깜짝 빌드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근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은 근력 영웅과 지능 영웅에 따라 그 기대치가 너무나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마법사 영웅을 선택하고도 팀 전략이나 흐름을 위해서 방어형 영웅으로 성장할 수도, 또는 생존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탯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어떻겠습니까?”

지능형 영웅이 탱커로만 아이템을 뽑더라도 근력형 영웅이 딜링과 탱킹을 함께 하는 것보다 못하게 된다. 이른바 정답지가 정해지는 셈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파악하는 게 순서다. 그러나 자신의 상태를 알았다고 해서 금방 대안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한참 침묵하며 고심에 차 있던 LON의 기획팀과 개발팀이 내게 물었다.

“그럼, 회장님.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기를 원하십니까?”

“해법은 매우 간단한 곳에 있습니다. 바로 RPG입니다.”

정말 쉬운데 LON이라는 게임 시스템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인지 잘 떠올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네?”

“RPG도 클래스와 스탯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습니까?”

저들의 말이 사실이다. RPG 역시 스테이터스의 영향을 당연히 받는다. 하지만 능력치보다는 아이템의 영향을 받는 게임의 수가 월등하게 많았다.

“기본적인 스탯은 각 영웅의 기본에만 적용합니다. 이후 공격력이 오르거나 체력이 오르거나 하는 부분을 아이템에 명확하게 보여주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마법사의 마법의 경우는 마법력이라는 스탯을 추가하면 됩니다.”

“마법력이요?”

“지능을 올려서 마법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마법력을 올림으로서 마법이 강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물리형의 경우는 물리데미지에 계수를 붙여주는 거지요. 추가로 스킬의 설명에는 기본 스킬 데미지와 계수에 따른 데미지를 함께 보여줌으로서 현재 데미지가 몇인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바로 이런 방식입니다.”

화면을 넘겼다.

「파이어 볼트(2레벨)

단일 대상에게 불의 화살을 날려 165+(58)의 데미지를 입힌다.」

굳이 힘들게 ‘현재 지능이 몇이지? 거기에 이 곱하기를 넣으면 지금의 데미지는 몇이고?’ 이럴 필요 없이 그냥 바로 수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었다.

이것이 바로 초심자를 위해 개발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배려이자 최초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기본이기도 했다.

< 칼리버 온라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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