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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999 흑막 공녀가 되었다 114화

아덴을 발견한 성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연하게도 아덴은 레이나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지은 죄가 있었으나, 딱히 미안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도리어 함께 행동하며 본 성녀의 기이한 행동과 말에 질려 있는 상태였다.

성녀는 아덴이 본 사람 중에 두 번째로 이상했다. 첫 번째는 물론 대신관이었다. 대신관보다 이상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이내 아덴이 고개를 휙 돌리며 연회장 밖으로 나가 버리자 레이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저래? 혹시 둘이 싸웠어?”

성녀는 사서 오해를 만드는 타입이고, 아덴은 쌓은 오해를 토대로 황소고집을 부리는 성격이었기에 충분히 가능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성녀의 입장에선 딱히 그에게 잘못한 것이 없었고, 오히려 당한 것만 있어서 억울할 뿐이었다.

“실은……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일이 있었어.”

그녀가 아덴이 한 끔찍한 짓을 털어놓으려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중요한 말이라도 할 것처럼 일이 있었다고 해 놓고, 말을 잇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레이나가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무슨 일? 설마 말하기 어려운 일이야?”

좋지 못한 상상이라도 한 것인지 레이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아덴의 죄를 고하면 그를 들들 볶아서라도 사과를 받아 줄 모양새였다.

하지만 성녀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계속 이런 방식이었다.

그동안 그녀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일러바치는 식으로 상대방의 죄를 물었다.

레이나의 경우도 그러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라고는 오해와 수치심밖엔 없었다.

뒤늦게 레이나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어 오해가 풀리긴 했지만, 자신은 레이나와의 관계에 좋은 도움을 준 바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착각하고 말을 옮겨 나쁘게 만들면 만들었지. 지금 하려는 행동처럼 말이다.

“……아니야.”

때문에 성녀는 아덴이 자신을 버리고 갔다고 설명하려던 것을 멈췄다.

그와의 문제를 해결하려거든 레이나처럼 직접 장본인에게 말을 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있긴 한데……. 나중에 내가 직접 물어볼게.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내가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두 주먹까지 꼭 쥐며 말하는 성녀의 눈에 의지가 충만했다.

덕분에 레이나는 두 사람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몹시 궁금해졌으나, 본인이 그렇게 말하는데 이 이상 캐는 것은 이상했다.

뭔가 예전과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진 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

“좋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응……! 꼭 그렇게 할게!”

아덴의 일 말고도 레이나에 관한 이야기를 대신관과 나눌 필요도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대신관은 레이나를 마왕이라고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레이나는 정말 마왕의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고 있으니, 대신관에게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 레이나와 나누었던 대화를 모두 말해 준다면, 필시 대신관도 더는 레이나를 의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잘 이야기해서 대신관님이 공식적으로 지지해 준다면 레이나도 더는 오해받지 않을 거야. 이렇게라도 폐를 끼친 걸 갚아야 해.’

결심을 마친 성녀는 눈에 힘까지 주며 의욕에 불탔다. 그 모습을 레이나가 정말 특이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

레이나가 돌아왔기에 성인식이 재개되었다. 모두가 심연의 저택에서 공수한 모킹주로 축배를 들고, 성인이 된 레이나와 성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방문한 것일 뿐인데, 얼떨결에 축하를 받게 된 성녀가 얼굴을 붉혔다.

“공녀님! 성녀님! 성인이 되신 걸 축하드려요!”

그런 두 사람에게 뜻밖의 꽃다발이 전해졌다. 펠릭스였다. 아이의 셔츠 주머니에 눈 뭉치 비슷한 것이 보였다.

그날 이후 붙어 있는 모습을 종종 본 기억이 났다. 둘이 꽤 친해진 듯싶었다.

작고 귀여운 것들이 함께 잘 어울리는 걸 보니 괜히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펠릭스가 뺨을 긁으며 말을 이었다.

“꽃다발이 빈약해서 죄송합니다. 성녀님께서도 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꽃다발이 조금 작다 싶더라니, 하나를 둘로 나눈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딱히 상관없었다.

설령 단 한 송이의 꽃이라고 하더라도 축하하는 마음만 담겨 있다면 천 송이보다 더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아, 아니에요! 저야말로 죄송해요. 눈치 없이 끼어들어서…….”

“눈치 없이 끼어든 거 아니야. 나 홀로 성인식을 함께하게 되어서 오히려 든든한걸. 그리고 꽃다발 너무 예쁘네. 고마워.”

성녀가 자학하며 고구마를 생성하기 시작했기에 레이나가 곧장 이를 수확했다.

다행히 그 뒤로도 사람들이 꽃이나 손수 만든 과자 등을 건네 온 터라 더는 성녀가 자학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연회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느릿하고 잔잔했던 음악이 조금 활기를 띠었다.

그렇다고 떠들썩해진 것은 아니었다. 조용히 대화만 나눌 수 있던 분위기에서, 춤을 출 수 있을 정도의 박자로 바뀐 것이었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 로스틴이 레이나 지척까지 다가왔다. 그는 정중하게 예를 차린 뒤, 레이나에게 춤을 신청했다.

“레이나, 나와 함께 춤을 추지 않겠나?”

축제 때 한 번 춰 봤기에 실력을 뻔히 아는데, 대단한 용기였다.

다들 눈을 반짝이며 로스틴과 자신을 주목하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만인의 시선을 받으며 단독으로 춤을 추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고.’

오히려 이런 상황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다. 파티에서 춤을 안 추다니, 슈크림 없는 붕어빵과 마찬가지였다.

이미 더럽게 못 추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기에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상대가 로스틴이라면 더더욱.

짧은 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한 레이나가 미소를 머금으며 로스틴의 손에 제 손을 올리려던 때였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나랑 춰. 레이나.”

다름 아닌 트리버였다.

누가 챙겨 주기라도 한 모양인지, 그럭저럭 격식에 맞는 옷을 갖춰 입은 그가 붙든 레이나의 손에 힘을 주었다.

이상하게 꽤 아팠다.

‘얘가 언제 이렇게 힘이 강해진 거지?’

레이나가 미간을 찌푸리자, 로스틴이 트리버의 손목을 비틀어 레이나에게서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서둘러 레이나와 트리버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트리버는 잡혔던 제 손목을 붙들곤 로스틴을 노려보다가 레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이나, 나랑 춤 안 춰?”

어째서? 라며 퍽 억울해하는 표정이었다. 너 같으면 남의 손을 파괴하려던 남자랑 춤을 추겠니?

‘아니, 정정. 마물이랑.’

레이나가 아린 손을 탈탈 털었다. 그러자 반쯤 몸을 돌린 로스틴이 바로 그녀의 손을 확인했다.

“괜찮나?”

그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신호라도 주면 트리버를 때려잡을 것만 같았다.

그에 레이나가 조심스럽게 제 손을 매만지는 로스틴의 손을 붙잡았다.

“괜찮아. 그리고 트리버, 너랑 춤 안 춰.”

그녀가 로스틴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트리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마쳤다.

그러면서 로스틴과 함께 연회장 중앙으로 이동하니, 충격을 받은 트리버의 눈이 레이나와 로스틴의 뒤를 좇았다.

‘어머나, 세상에. 이게 무슨 상황이야……!’

폭풍처럼 흘러가는 상황에 성녀가 저도 모르게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마치 아침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주 복잡한 관계처럼 보였다.

그녀는 오늘 처음 만난 트리버를 아닌 척 힐끗대며 쳐다보았다.

검은색 머리카락에 붉은 눈, 키도 크고 체격도 괜찮았다. 얼굴도 수려한 편에 속했고.

로스틴도 잘생기긴 했지만 그는 너무 차가운 인상이었다. 성녀는 트리버가 조금 더 취향이었다. 물론 그녀의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대신관이었지만.

‘응? 잠깐만…….’

트리버를 곁눈질하며 생뚱맞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상한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디서 본 눈인데……?’

근래에 줄곧 가짜 마왕을 쫓던 그녀였기에 그의 눈 정도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트리버의 눈은 가짜 마왕의 눈과 몹시도 비슷했다. 로스틴을 노려보는 눈을 보니 소름이 끼칠 정도로 닮아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키도 엇비슷해 보였다. 체격도 그러했다. 마왕이 뒤집어쓴 후드 사이로 언뜻 보였던 검은 머리카락 역시.

자꾸 떠오르는 공통점에 표정을 굳히고 있던 성녀가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레이나는 자신과 같은 세상에서 온 빙의자인 데다가, 나쁜 짓이라고는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가짜 마왕을 지척에 두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트리버의 얼굴과 가짜 마왕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레이나와의 오해를 푼 것이 방금 전인데, 또 오해를 만들 생각이냐며 주먹으로 스스로의 머리를 가볍게 때리고 있는데, 휙 고개를 돌린 트리버와 눈이 마주쳤다.

“……!”

그 순간, 성녀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이건 어딜 어떻게 보아도 그 남자의 눈이었다.

오해하기 싫은데, 오해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성녀를 마주한 트리버가 눈매를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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