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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999 흑막 공녀가 되었다 7화

*

그렇게 다짐하며 기절하듯 잠이 든 그녀는 다음 날, 해가 뜨기 직전에 번쩍 눈을 떴다.

충분히 자서 잠이 깬 건 아니었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싶었는데, 불행히도 마부가 씻을 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불쌍해서 고용한 거지, 진심으로 부려 먹으려던 건 아니긴 한데…… 이거 너무 내가 하인 같잖아?’

말투만 사나울 뿐, 하는 짓이 영락없는 하인이었다.

주인이 깨기 전에 따뜻한 물을 만들러 가는 성실한 하인 말이다.

“참 나. 왜 내가 다 하는데? 최소한 같이해야지. 내일부터는 미리 눈 다 퍼 놓고 깨우라고 할 거야. 난 해동만 할 거라고.”

중얼중얼 투덜대면서도 몸은 착실히 눈을 퍼 담기 위한 도구들을 챙겼다.

이동하는 동안 어제 만들어 놓은 불꽃들이 꺼지지 않았는지 확인도 했다.

혹여나 마부가 끼니를 걸렀을까 봐 식량 창고에도 가 보고, 그가 불꽃이 있는 따뜻한 방을 사용하는지도 기웃거렸다.

다행히 마부는 작지만 따뜻한 방에서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주인보다 늦잠을 자는 하인에게 흥, 코웃음을 친 그녀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저택 밖으로 나갔다.

“푸르릉!”

“히이잉!”

그러다가 마구간에서 배가 고프다며 우는 말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 참. 맞다. 얘들도 있었지. 깜빡했네.’

다행히 어제 저택을 탐방했을 때 대량의 건초 창고를 발견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하여 레이나는 말들에게 먹이를 챙겨 주고, 산책을 하라며 문까지 열어 주고 나서야 겨우 처음 하려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진짜 누가 하인인지 모르겠네.”

심지어 몹시도 열정적이고 일 잘하는 하인 그 자체였다.

“두고 봐. 내일부터 마부에게 매운맛을 보여 주겠어.”

어제 열심히 설치해 놓은 불꽃들 덕분인지 말들은 추워하지 않고 근처를 맴돌며 산책을 즐겼다.

그 모습을 보자 레이나는 이상하게 뿌듯하고 훈훈한 마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매일 아침 이럴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드는데……. 안 돼. 뭐 하는 짓이야? 정신 똑바로 차려. 이러려고 환생했어? 어제 급여도 줬잖아. 잔뜩 부려 먹는 거야.’

흐뭇한 얼굴로 이를 지켜보다가 고개를 저어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통에 눈을 퍼 담기 시작했다.

물론, 중간에 다시 하인 기질이 발휘되어 설치해 놓은 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다행히 순찰한 보람이 있었다. 지시한 대로 불꽃은 은은하게 빛까지 내며 따뜻하게 타오르고 있었고, 저택 안과 밖 모두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이 정도면 최종 보스로 환생한 것치고는 꽤 괜찮은 상황인 것 같기도 하고.’

식량 넉넉하고, 추위 막았고, 기초 생필품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생활에 불편함도 없는 데다가, 공작저에서 충분할 정도로 양육비도 챙겨 왔으니까.

불행히도 귀족인 것치고는 할 일이 좀 많긴 했지만.

그래도 전생과 비교하면 더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상황이 너무 완벽했다.

현관 근처의 불꽃 옆에서 괴상한 생명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게 대체 뭐야?”

그것은 성인의 주먹만 한 크기의 새하얀 뭉치였다. 그런데 눈이 있었고, 작은 귀가 있었다.

‘뭐 이런 게 다 있지?’

자는 건지, 죽은 건지 눈을 꼭 감은 채 얌전히 웅크리고 있었다.

근처에 쭈그려 앉은 레이나는 손가락으로 쿡쿡 조심스럽게 그것을 찔러 보았다.

“……차가워. 혹시 눈인가?”

등으로 추정되는 부분에 손바닥을 대어 보자 눈처럼 차가웠다.

‘누가 눈을 뭉쳐 놓은 건가. 나는 아니니까 마부가?’

마부에게 이런 깜찍한 감성이 있었다니, 역시 사람은 생긴 것만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했다.

단순했지만 모처럼 귀여운 것을 보게 되어 계속 주물럭거리는데—

움찔! 눈 뭉치가 한차례 몸을 떨었다.

“……?”

응? 잘못 봤나? 눈 뭉치가 움직일 리가 없을 텐데.

잠을 덜 자 헛것을 본 모양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계속 눈 뭉치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그러자 찌를 때마다 움찔! 움찔! 눈 뭉치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감고 있는 눈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마치 굶주린 호랑이를 만난 토끼가 필사적으로 죽은 척을 하는 것처럼.

‘잠깐만, 설마 진짜 살아 있는 생물이야? 세상에, 살아 있는 눈 뭉치라니. 동물로 보이지는 않으니 마물 같은 건가?’

마물이라면 죄다 징그럽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꽤 귀여웠다. 눈으로 만든 토끼 같기도 하고.

신기해서 계속 관찰하자, 눈 뭉치의 떨림이 점점 커졌다. 이러다가 기절이라도 할 것 같았다.

‘……크기를 보니 새끼 같으니까 모르는 척 이만 놓아주는 게 좋겠어.’

동물은커녕 식물을 키우는 취미도 없는데, 마물을 키울 순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이렇게 작고 귀엽지만, 마물은 마물.

앞으로 어떻게 클지, 언제 난폭함을 드러낼지 모른다.

몸을 일으킨 레이나가 더는 관심이 없다는 듯 멀찍이 떨어져 다시 눈을 퍼 담기 시작했다.

물론 정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아닌 척 눈 뭉치를 힐끗대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파드득 몸을 편 눈 뭉치가 눈을 댕그랗게 뜨곤 작은 몸으로 헐레벌떡 저택 밖으로 뛰었다.

예상대로 마물이 맞았던 모양이다.

팔이나 다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차가운 눈으로 뭉쳐 놓은 하얗고 귀여운 몸뚱이로 퐁퐁 열심히 몸을 튕겨서 도망치는 걸 보면 말이다.

‘귀엽긴 한데 왜 서운하지.’

잡아먹지도 않는데 뭐가 무섭다고 저리도 도망가는지.

자신이 만든 따뜻한 불꽃에 몸도 뉘었으면서.

섭섭했으나 어쨌든 더는 볼 일이 없는 생명체였다.

부리나케 어미한테라도 달려가서 댕그랗고 귀여운 눈을 뜨곤 조잘조잘 하소연이라도 하겠지.

‘입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어떻게든 알아서 의사소통하겠지. 아니, 지금 그딴 게 알 게 뭐람.

그리 생각하며 통에 눈을 가득 담은 레이나는 미련 없이 저택 안으로 향했다.

이제 곤히 자고 있을 마부를 깨워, 갓 데운 눈으로 목욕을 하고 식사도 하라며 아침을 알릴 차례였다.

*

레이나에게서 도망친 눈 뭉치는 달리고, 달리고, 또 한참을 달려 겨우겨우 집에 돌아갔다.

도대체 자신이 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었다.

가까이 다가갔다간 녹을 것을 뻔히 알면서 따뜻한 불꽃에 끌린 것도 모자라, 옆에서 잠까지 들다니.

‘……그런데도 녹지 않았어.’

방으로 들어가려던 눈 뭉치는 가만히 서서 물끄러미 제 하얀 몸을 내려다보았다.

5년 만에, 기억도 나지 않는 따뜻함이라는 걸 느꼈다.

이런 몸이 된 뒤로는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감각이었다.

‘몽글몽글…… 했어. 그 누나는 좀 무서웠지만.’

몸에서 흉흉하게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사람이라니. 곤히 자다 깨 이게 무슨 봉변인가 싶어 오금이 다 저렸다.

다행히 자신처럼 하찮은 눈덩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여 아무런 해코지도 당하지 않았지만.

‘다시는 근처에도 안 가!’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따뜻한 온기는 처음이었다.

‘가끔, 새벽에만 가면 안 될까……?’

아주아주 이른 새벽이라면 아까 그 무서운 누나는 물론이고, 날마다 귀찮게 하는 형도 자고 있을 테니 괜찮을지 모른다.

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낸 눈덩이의 댕그란 검은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지금 이 상태로는 말을 할 수 없어 씰룩씰룩 몸을 흔들어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데,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없는 발목을 붙잡았다.

“루카,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여기서 뭘 하는 거지?”

화들짝 놀란 눈덩이가 껑충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형이자 윈터스노우 공작령의 주인인 로스틴이 팔짱을 낀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기가 불편한 듯 잘생긴 미간은 구겨진 지 오래였다. 입매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일찍 일어났을 리는 없고, 또 무슨 사고를 치고 온 건가.”

확신에 찬 말투였다. 눈보다 차가운 로스틴의 새파란 눈이 루카의 하얀 몸뚱이를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분명 몸이 변했을 땐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

대체 누가 제 형더러 과묵한 편이라고 했는가. 로스틴의 잔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아무리 네 몸이 눈 뭉치라고 해도, 너무 추운 곳에서는 버틸 수 없으니 최대한 방에서만 지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하나뿐인 혈육에 대한 걱정이 묻어나는 말투였으나, 루카에게는 단순한 잔소리일 뿐이었다.

“삐이!”

눈을 부릅뜨고 ‘형이 뭘 알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도 다 사정이 있었다고!’라며 크게 소리친 루카가 몸을 휙 돌려 제 방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

하지만 로스틴이 그 속뜻을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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