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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999 흑막 공녀가 되었다 39화

‘……천사?’

천사가 아니고서야, 사람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는 건가.

부드럽게 곡선이 진 금발과 같은 색의 동글동글한 눈.

도자기같이 하얗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는 인간에게서 절대 볼 수 없는 깨끗함이었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당혹스럽고 슬펐던 기분은 대신관과의 만남으로 순식간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성녀님?”

대신관이 멍한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는 성녀를 불렀다.

그에 화들짝 놀란 그녀가 ‘네!’ 크게 대답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괘, 괜찮아요……! 아, 아주 튼튼해요!”

아직 울먹임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럭저럭 씩씩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만 하루 동안이나 깨어나시지 않아 걱정했습니다.”

그렇게나 오래 깨어나지 못했다니. 아마도 트럭에 치여 사경을 헤매느라 그런 모양이었다.

그래도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녀는 상황을 좋게 받아들이기로 생각했다.

현실 세계에서 죽은 것은 슬펐지만, 어차피 친구도 없었고, 가족들과도 서먹서먹했으니 차라리 여기서 새로 시작하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다들 내게 호의적인 것 같아.’

외롭기만 했던 현실과는 달리 이곳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퍽 호의적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라든가, 말투, 태도 같은 것들에서 배려가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금세 슬픔을 떨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더 이상 떠나가지 않게 뭐든 잘해 보고 싶었다.

특히 눈앞에서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대신관이라는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괜찮아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참 다행이군요. 그렇지 않아도 하실 일이 아주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퍽 씩씩한 그녀의 모습에 만족한 대신관이 제 뒤에 있던 신관 하나를 불렀다.

나이는 스무 살 정도 되었을까. 인상이 흐릿하고 어딘가 어리숙하게 생긴 신관이었다.

서둘러 다가온 그가 성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성녀님께 신전의 안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에드워드 신관께 물어보시면 됩니다.”

“예, 예! 마, 맡겨만 주십시오!”

에드워드 신관이 황송하기 그지없다는 얼굴로 바닥에 이마를 붙였다.

현실 세계에서의 자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어리바리한 신관에게 동질감이 생겼다.

운명이려나 싶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대신관이 이만 물러가 보겠다는 말과 함께 묵례했다.

아직 몇 마디 나누지도 못했는데 작별 인사를 하는 탓에 성녀는 저도 모르게 그의 팔을 붙들었다.

“버, 벌써 가시는 거예요……?”

물론 곧장 후회하고는 서둘러 손을 떼고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어…….”

그럴듯한 변명을 하고 싶었는데, 나오는 것은 늘 그랬듯 문장이 되지 못한 단어들뿐이었다.

당장 눈물이라도 떨어뜨릴 것 같은 유약하고 여린 모습에 대신관이 괜찮다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도 성녀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일정이 밀려서 어쩔 수가 없네요. 서둘러 정리하고 다시 뵈러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에드워드 신관과 함께 신전을 돌아보며 적응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서 그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모두 다 괜찮아질 거라는 따뜻한 미소였다.

알겠다며 대답해야 마땅한데, 잡힌 손 때문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성녀가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그럼 그렇게 알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함께 식사라도 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길.”

이를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인 대신관이 다음 만남을 예고하며, 다른 신관들과 함께 그녀의 방을 떠났다.

에드워드 신관과 둘만 남게 되자 다리에 힘이 풀린 성녀가 주르륵 바닥에 주저앉았다.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 수가 있지?’

그녀의 머릿속에 자신을 향해 미소 짓던 대신관만이 가득 찼다.

그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가 실망하지 않도록 뭐든 잘 해내고 싶었다.

그녀는 아주아주 큰 용기를 내어 에드워드 신관에게 말을 걸었다.

“저어, 에드워드 신관님. 저는 이제 뭘 하면 될까요……? 그냥 신전만 돌아보면 되는 걸까요? 아……! 혹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그녀였지만, 의지만큼은 대단했다.

모두가 기다렸던 성녀 그 자체의 모습에, 에드워드 신관은 크게 감동하며 자신이 아는 것을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 네! 그럼요. 성녀님께서 이곳에 오신 까닭은 전부 신탁의 마왕이라는 끔찍한 자 때문입니다. 그는 세상에 암흑을 불러올 몹시도 악랄한 자입니다.”

“신탁의 마왕…… 이요?”

“예. 대신관님께서 매일 잠도 주무시지 못할 정도로 바쁘신 것도 전부 그 마왕이라는 자 때문입니다.”

마왕에 대한 에드워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마왕 때문에 대신관이 밤낮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신탁에 의하면 마왕을 해치울 수 있는 건 성녀님뿐이라고 했습니다. 성녀님! 힘드시겠지만 부디 힘을 키우셔서 이 세상을, 저희를 구원해 주십시오.”

기도하듯 두 손을 꼭 붙잡고 절절히 부탁하는 에드워드에 성녀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그 마왕이라는 자를 어떻게든 해 볼게요!”

사실 말만 들어도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게 자신뿐이라니. 바쁜 대신관을 도울 수 있는 게 자신뿐이라니 꼭 잘 해내고 싶었다.

*

심연의 저택에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다.

나쁜 소식은 하나였고, 좋은 소식은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 좋은 소식은 작물에 관한 것이었다.

“공작님께서 저택에서 기른 작물에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싱싱해 보이는 것 같으니 여유가 있으면 공급받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고마운 소리를 하는 체이스에 레이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작님께서? 갑자기 왜?”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왜 공작이 저택에 작물이 싱싱한지 안 싱싱한지까지 알고 있어?

“하하하! 제가 자랑을 좀 했습니다.”

“자랑?”

“예!”

체이스가 가슴을 펴고 뿌듯하게 말했다.

거짓은 아니었다. 최근 그는 로스틴에게 보고를 할 때마다 미아의 음식과 싱싱한 식재료를 마구 자랑했으니까.

처음에는 로스틴이 몹시도 어려웠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고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만났기에 그럭저럭 편해진 참이었다.

때문에 어젯밤 보고도 그러했다. 체이스는 로스틴에게 또 자랑을 늘어놓았다.

“늘 그랬듯 오늘도 아주 멋진 식사를 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저택까지 가는 길이 즐겁기 그지없을 정도로요.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이쯤 되니 로스틴은 보고를 가장한 그의 자랑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미 저택에서 미아의 음식 솜씨를 경험한 바가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주방장의 음식 솜씨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식재료의 영향도 있겠지.”

로스틴은 괜히 질투가 났다.

미아의 음식 솜씨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잘 알았지만, 매번 저렇게 자신은 가질 수 없는(?) 것을 자랑하니 아주 조금이라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체이스는 그것마저 자랑으로 돌렸다.

“맞습니다. 훌륭한 주방장에 갓 수확한 신선한 재료까지 곁들여지니 더할 나위가 없죠. 재료가 남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재료가 남아? 어째서? 북부는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힘드니 근처에 팔기라도 하면 될 텐데.”

마을과 아주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고, 주민인 베로니카와 체이스가 있으니 가져다 팔면 되지 않겠냐며 로스틴이 의문을 가졌다.

“시도는 해 봤습니다만, 다들 공녀님의 마법을 좋아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체이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하지 않는 걸 떠나서 두려움과 공포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나의 높은 신분과 더불어, 로스틴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었기에 마을 사람들도 그저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모처럼의 작물을 버리게 되었다는 뜻이군.”

“그런 셈이죠. 아깝게도요. 무료로 준다고 해도 다들 싫어할 정도니까요. 열심히 키웠는데 말입니다.”

그 순간, 로스틴은 실망한 레이나의 얼굴을 떠올렸다.

겉으로는 ‘괜찮아. 내가 다 먹지, 뭐.’라고 대답해 놓고 뒤에서 혼자 눈물짓고 있을 것만 같았다.

결코 그런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갑자기 그는 그녀를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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