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레벨 999 흑막 공녀가 되었다 3화

*

다시 떠올려도 분노가 치밀었다.

그때부터 자신은 레이나 루벨라이트로서 살아야만 했으니까.

대체 전생보다 나아진 게 뭐가 있나 싶었다. 아니, 차라리 전생이 나을 정도였다. 적어도 온 세상 사람이 두려워하거나 미워하진 않았으니까.

‘아니, 왜 신은 사람 말을 끝까지 안 듣는 거야? 신이면 마음을 읽든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향할 곳 없는 분노가 신에게 향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지옥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으니까.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신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쯤 되자 분노보다는 포기가 앞섰다. 벽을 보고 소리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원망만 하고 있자니, 당장 눈앞에 놓인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내는 공간은 좁고, 어둡고, 덥고, 쾨쾨한 냄새가 났으며, 식사라고는 맛없고 딱딱한 빵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들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더 최최악이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전신을 휘감은 힘을 전혀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제어할 수 없는 검은 연기가 시시각각 팽창하고 폭발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때마다 엄청난 진동과 함께 벽과 천장이 부서져 돌가루가 떨어졌다.

새 인생을 받자마자 당장 매몰되어 죽게 생겼는데, 계속해서 신만 찾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이거라도 제발 어떻게 좀 해 달라고, 저주했던 건 좀 화가 나서 그런 거지, 사실은 존경한다고 신께 빌고 또 빌고 있었을 때였다.

머릿속에 낯선 목소리가 퍼졌다.

- 명령해라. 마왕이여. 너를 둘러싼 어둠에게. 네 지시를 따르라고.

맑고 청명했던 신의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그것은 음산하고, 칙칙했으며, 성별을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를 계기로 조금이나마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한번 조절이 가능해지자, 레이나가 힘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내게서 벗어나지 마.’

방법은 간단했다. 목소리가 했던 말대로, 명령을 내리면 그만이었다.

단 한 치의 의심, 동요, 망설임도 존재해선 안 된다.

반드시 자신의 말을 따라야만 한다고 확고히 생각하며 명령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힘을 길들이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실체가 없는 연기에 말을 거는 게 웃기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대략 한 달쯤 지나자 어느 정도 능숙해지게 되었다.

그렇게 힘을 제어하며 바삐 시간을 보내자 어느덧 게임이 시작될 시점이 다가왔다.

공작에 의해 레이나가 바깥세상으로 꺼내지고, 분노한 그녀에 의해 세상이 암흑으로 물들어 이세계의 소녀가 나타날 시간.

‘-같은 건 없을 예정이고, 난 당장 여길 떠나서 게임 스토리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 거야.’

미래를 뻔히 알고 있는데, 멍청하게 행동해서 죽을 필요는 없었다.

‘그러니까 시작부터 마부가 기절해서 오도 가도 못하고 발이 묶이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최대한 힘을 줄이고 마부의 몸을 흔들자,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이봐요, 아저씨. 괜찮아요?”

“으, 으윽…….”

괴로운 듯 미간을 찌푸린 그가 낮게 신음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헉!”

하지만 불행히도 눈앞에 있는 것이 신탁의 주인공이자 마차 벽을 박살 낸 장본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금 졸도할 듯 숨을 들이켰다.

겨우 깨웠는데,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레이나는 최대한 착해 보이는 표정과 그동안 써 본 적 없는 순한 말투를 장착했다.

“어머나! 다행이다. 미안해요. 많이 놀랐죠? 힘 조절이 잘 안 돼서요. 다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전 평화주의자인걸요.”

“헉……!”

진심 어린 사과에 마부는 사색이 되어 기겁했다.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정말이에요. 전 그냥 제 꼴이 지저분해서 좀 씻고 식사도 하고 싶었을 뿐-”

설명이 부족했나 싶어서 구구절절 변명을 더하자, 마부가 곧장 무릎을 꿇었다.

“죄, 죄,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제발 목숨만은!”

연기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마부는 아주 싹싹 빌었다.

잘못한 건 자신인데, 사람 민망해지게 왜 이러는 걸까. 이 아저씨.

“아니, 아니라니-”

“뭐, 뭐, 뭐,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제발! 처자식이 있습니다! 제발 사, 사, 사, 살려 주십시오!”

……아니,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좋게 좋게 해결하려고 하는 중인데, 자꾸 왜 이러는 거야?

답답함에 한숨을 쉬니, 마부가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꺽꺽댔다. 살려 달라는 말도 계속되고 있었다.

이쯤 되자 짜증이 났다. 레이나는 더는 가식적인 얼굴을 유지하지 못하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만! 아무 짓도 안 한다고 했잖아. 언제까지 이럴 작정인데?”

“……?!”

그러자 마부의 움직임이 멎었다.

말을 알아들은 것은 아니고, 너무 놀라 흡사 기절한 것에 가까웠지만.

반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으나, 어쨌든 조용해졌기에 울고불고 빌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몸은?”

‘괜찮아요?’라고 덧붙이려다가, 괜히 틈을 주면 다시 살려 달라고 할까 봐 일부러 차갑게 물었다.

다행히 정답이었던 모양인지, 마부가 목이 빠져라 고개를 흔들었다.

“괘, 괘, 괘, 괜찮습니다!”

세상 경험이 적어 그리 예의 바른 편은 아니나, 나름 유교의 나라에서 나고 자란 그녀였다.

아저씨뻘 되는 사람에게 막 대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이렇게 해야 더 잘 통하는걸 어쩌겠는가.

게다가 최종 보스라는 낙인이 찍혀 있기는 하나, 어쨌든 공작가의 장녀인 그녀였다.

황족 빼고는 존댓말을 할 필요도 없었기에 오히려 예의를 차리는 것이 더 이상했다.

‘일단 그런 말투나 성격은 레이나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

빠른 상황 판단으로 마음을 편히 먹은 그녀는 대놓고 마부에게 하대했다.

“목적지까지 갈 수는?”

“이, 이, 이,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떠나겠다는 듯 마부가 벌떡 일어났다.

기절했다가 일어난 사람인데 과연 괜찮을까.

‘아니, 뭐. 맞은 것도 아니고, 마차에서 굴러떨어진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싶기도 하고.’

아마 공작은 자신을 멀리 내다 버리라고 했을 테니, 중간에 쉬면서 병원에 들르면 될 것이다.

좋게 생각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재빨리 움직인 마부가 마차 문을 열었다.

빠릿빠릿한 것이 아주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효과가 좋기는 한데, 자꾸 괴롭혀서 말 잘 듣게 만들고 싶은 나쁜 마음이 드니까 이러지 말아 줬으면 좋겠는데, 아저씨.’

그 뒤, 마차는 마치 모터를 단 것처럼 도로를 질주했다.

이러다 씻기는커녕, 빵 한 쪽도 먹지 못하고 목적지까지 직행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레이나는 아까 주먹으로 뚫어 놓은 구멍 옆을 가볍게 똑똑 두드렸다.

“이봐, 마부.”

“히, 힉!”

놀란 마부가 힘차게 고삐를 말아 쥐었다. 말들이 거센 울음소리를 내며 멈췄다.

“……?!”

그 바람에 이번에는 머리로 구멍을 뚫을 뻔한 레이나가 마부를 쏘아보자, 그가 질겁하여 사죄했다.

“죄, 죄, 죄, 죄, 죄송-”

“됐고, 언제 쉬는 거야? 좀 씻고 싶은데.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거적때기를 입고 있었기에, 옷을 살 필요가 있었다. 최소한 구멍은 없는 옷으로.

그리고 싸구려 마차 때문에 엉덩이가 박살 나기 일보 직전이기도 했다.

보석이 이만큼이나 있으니 마차도 새로 사고 싶었다. 짐칸이 넓은 것으로.

사소한 것까지 다 합치면 그 외에도 십조 십억 개의 이유가 있었지만, 대충 그런 이유들로 쉬고 싶어서 물으니 마부가 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고, 고, 고, 곧 이동석에 다, 다다를 예정이라 모, 목적지에 금방 도착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전에는 쉴 만한 마을이 없, 없으신데……!”

“이동석?”

이동석은 거대한 마력을 지닌 보석으로, 거리에 상관없이 원하는 곳 어디든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장치였다.

다만, 어지간한 귀족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싸다는 것이 흠이었다.

그랬기에 주로 대부호나 대귀족, 황족들이 사용하는 교통편이었다.

물론 게임 속의 여주는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했기에 무료로 얼마든지 이동석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레이나는 아니었다. 예외는 여주 하나였기에, 루벨라이트 공작 또한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동석으로 이동할 예정이라니.

‘과연. 그만큼 날 빨리 내다 버리고 싶다는 말인가 보네.’

천 년 전에 내려온 신탁의 마왕이니, 그럴 법도 했다.

세상을 멸망시킨다는데, 이해 못 할 것도 없지.

‘하지만, 그래도 나름 딸인데 말이야. 부인을 사랑해서 낳은 거 아니었어?’

해결 방법도 찾지 않고 다짜고짜 가뒀다가 내쫓은 게 조금 쓰레기 같았다. 아니, 가둔 시점부터 그냥 쓰레기인가.

“쉬, 쉬, 쉬, 쉴 곳을 차, 찾아보겠습니다……!”

레이나가 가만히 생각에 빠져 있자, 지레 겁먹은 마부가 없는 쉴 곳을 만들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한 달이나 이 상태로 지냈는데, 조금 더 참지 못할 것도 없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몰골의 자신을 받아 줄 여관이나 옷가게가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진짜 마왕인 양 가만히 입을 닫고 그를 괴롭힐 생각은 없었기에 그녀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됐어. 그런 거라면 최대한 빨리 가기나 해.”

“예, 예! 예!”

대답하기가 무섭게 멈췄던 마차가 속력을 냈다.

다행히 쉬었다 가자고 했다면 무안했을 정도로, 목적지는 코앞에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새하얀 건물에 다다른 마부가 입구의 문지기에게 양피지 한 장을 내밀었다.

“루벨라이트 공작 각하의 심부름이군. 사전에 연락을 받아 두었다.”

문지기가 별다른 확인 없이 마차를 통과시켰다.

‘설마 이 꼴을 하고 마차에서 내려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비밀을 지키고 싶었던 공작의 염원 덕분이었다.

마차는 그렇게 건물 안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건물 중앙의 거대한 홀에 도착했다.

창문 너머로 오색빛깔 찬란한 빛이 넘어오자 그녀는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게임할 때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르잖아?’

족히 5m는 더 되어 보이는 타원형의 거대한 보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보석의 색이 쉬지 않고 빛을 내며 변하는 것이 참으로 신비로웠다.

‘……진짜 게임 속 세상에 오긴 왔나 보네.’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새삼스러웠지만, 이곳이 자신이 알던 현실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게 실감 났다.

이색적인 풍경에 감탄하며 홀려 있는 사이, 준비를 마친 마법사들이 이동석과 마차를 사이에 두고 동그랗게 둘러섰다.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새하얀 의복을 입은 그들은 모두 얼굴을 가리는 천을 쓰고 있었다.

“이동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력을 잃을 수도 있으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주십시오.”

극단적인 경고에 놀란 마부가 서둘러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자, 마법사들이 알 수 없는 주문을 읊조렸다.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이동석에서 세상을 다 뒤덮어 버릴 것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에 어쩔 수 없이 그녀도 눈을 감아야만 했다.

그렇게 십 초쯤 흘렀을까. 얼음물에라도 빠진 듯 갑자기 칼바람이 전신을 강타했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밖을 확인하니, 광활한 눈벌판이 보였다.

‘벌써?’

깜짝 놀라 마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파리 없이 빼빼 마른 나무들 사이에 얼음으로 뒤덮인 저택 하나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문이고, 창문이고, 뭐고 다 꽁꽁 얼어붙어서, 들어갈 수조차 없어 보이는 버려진 저택이.

“……설마 여긴 아니겠지.”

이 망할 공작 자식아.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레벨 999 흑막 공녀가 되었다 - 레벨 999 흑막 공녀가 되었다-3화
[3 / 총143]

레벨 999 흑막 공녀가 되었다 - 레벨 999 흑막 공녀가 되었다-3화

연재 총 14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