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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김사범, 그리고 헤븐(2)

“야, 쟨 좀 어떠냐? 거기서도 괜찮은 편이지?”

김태연이 경기 시작 전, 연습투구를 하고 있는 일본의 아야토 신이치를 보며 내게 물었다.

“상대를 안 해 봐서 모르겠는데.”

“경기 영상 봤잖아. 그걸로는 느낌이 안 오나?”

“상대가 쉬운 타자들이니까. 나도 그런 타자들 세워놓으면 케이시처럼 던질걸?”

“뭐야, 오늘 경기에서 저 자식 두들긴 다음에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 하려고 했었는데.”

“일단 보자, 보다 보면 느낌 아니까.”

내 유머러스함에 깜짝 놀라 사라지는 김태연.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뭐, 혼자가 편하긴 하다.

‘최고 153km……. 그럼 몇 마일이지? 93? 95마일 정도인가?’

패스트볼 구속은 뭐, 합격이고. 경기 영상을 봤을 땐 제구도 그럭저럭 되는 거 같으니까…… 일단 기본적으로 더블A 수준은 되겠네.

변화구로 던진다던 포크볼하고 슬라이더가 얼마나 좋냐에 따라서 바로 메이저급으로 볼 수도 있겠고.

‘그래도 결승인데, 콜드게임으로 끝나면…….’

“오늘은 콜드 없잖아?”

“네, 그쵸. 결승전이니까.”

아, 없구나.

하긴. 결승인데 콜드게임이 있으면 좀 그렇지.

아무튼, 중요한 건 결승전에서야 상대해 볼 만한 선수가 나왔다는 거다.

2경기 8타석 7타수 7안타 7홈런 1볼넷.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듯, 지난 두 경기는 뭐랄까…… 케이지에서 배팅볼을 치는 느낌?

덕분에 피곤하던 몸이 다 풀리긴 했지만.

“야, 준비 안 하냐?”

불펜에서 몸을 풀던 김병헌이 어느새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해야지. 슬슬 시작하겠네.”

“잘해라. 1번으로 나선다고 까불지 말고. 아니다, 1점만 내. 어차피 쟤네들 내 공 못 쳐.”

“어.”

보호장구를 챙기며 생각한 건데…… 진짜 재수 없다. 김병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어서 더 재수없어.

[오늘 대한민국의 선두타자는 김사범 선수입니다. 그제 경기까지는 4번으로 나왔었죠?]

[이정협 감독이 아주 좋은 수를 뒀습니다. 이제 일본 입장에서는 1회, 김사범 선수는 절대 피해 갈 수 없을겁니다. 일단 루상에 내보내면 1점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상대를 하는 것도 1점을 주는 게 아닌가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00% 홈런을 만들어 내고 있는 김사범 선수인데요.]

[지금까지는 모든 타석, 아니 단 한 타석을 빼고 다른 모든 타석에서 홈런을 뽑아냈습니다만, 이번 타석에서는 아닐 수도 있잖습니까? 만약 그대로 승부한다면, 그 사실 하나만 보고 일을 벌이는 거겠죠.]

“플레이 볼!”

‘후우, 하.’

괜히 한번 심호흡을 해봤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는 날 죽여 버릴 것 같이 노려보고 있고, 포수는 일부러 바닥을 긁으면서 내 신경을 분산시키고 있다.

아주 신선한 공기.

이런 상황 자체가 내게는 피톤치드와 같다.

쓸데없이 다른 곳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공만 보고 공을 치면 되니까.

“훕!”

조금 낮은 팔, 로우 쓰리쿼터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이 내 존을 향해 다가왔다.

퍼엉!

“스트라이크!”

[와, 일본 선수긴 합니다만, 지금 이 공은 정말 좋은 코스, 좋은 구속으로 들어왔네요.]

[마치 예전 임청룡 선수가 던진 패스트볼을 보는 것 같은데요? 그만큼 테일링이 많이 들어간 공이에요. 김사범 선수도 바로 때려내기엔…….]

“볼!”

오, 이게 포크인가?

방금 전과 비슷하게 오다가 정말 ‘뚝’ 떨어진 공.

나름 1번타자 역할을 하려고 하나 보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휘둘렀을 거다.

“先ほどボール、すごく良かった。(방금 전 공, 아주 좋았어.)”

투수에게 공을 돌려주려 일어난 포수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시미즈에게 배운 말들이 또 여기서 쓰이네.

이래서 사람이 배워야 한다는 거다. 배워 놓으니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話しかけないで。(말 걸지 마.)”

하나시…… 음……. 말 걸지 말란다.

좋은 의미로 말한 건데.

‘음. 내가 뭘 잘못 말했나 보지.’

그냥 뭐, 심심풀이로 몇 가지 문장만 배운 거니까. 뭔가 잘못 외웠을 수도 있지.

그래.

쓸모없는 짓이었구나.

[아야토 신이치 선수는 이제 일본 내에도 거의 없는, 아주 정통 포크볼을 구사하는 선수입니다.]

[아, 그런가요? 일본 선수들 하면 포크볼이 제일 많이 떠오르는데요.]

[아무래도 최근 포크볼과 팔꿈치, 어깨의 손상에 대한 연구가 하나둘 나오다 보니, 잘 던지지 않는 추세라고 합니다. 대신 스플리터를 많이 던지죠.]

[아하, 그렇군요. 그렇다는 말은…… 김사범 선수에게도 포크볼이라는 구종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는데요?]

[아마도 그렇겠죠?]

슬라이더야 뭐, 평범한 수준이라고 하니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포크볼의 궤적도 눈에 들어왔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낙폭도 조절한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

사실, 조절할 수 있어도 별 상관은 없다.

어차피 노리는 건 포크볼이 아니거든.

마운드의 투수가 공을 던지고,

난 그걸 보고 치고.

서로의 입장에서 매우 당연한 그 행위의 결과는…….

빠아악!

뭐 볼 거 있나.

담장을 넘기는 타구지.

[김사범 선수! 아야토 신이치 선수의 높은 패스트볼을 그대로 당겼습니다!]

[담장을! 담장을! 넘깁니다! 선두타자 홈런!]

[이야, 거의 어깨높이의 공인데, 그걸 쳐서 홈런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떨어지는 포크볼 다음에 시야를 흔들기 위한 하이 패스트볼, 너무 안일한 볼배합이었습니다.]

잔뜩 화난 얼굴로 마운드를 걷어차는 투수를 중심에 두고 천천히 마운드를 돌았다.

마치 산책하듯, 조깅하듯, 천천히.

이런 것도 또 심리전의 일종이거든.

[하하하, 시청자분들의 메시지 중, 재미있는 기록을 집어 주신 분이 있네요.]

[아, 그런가요? 괜히 궁금해지는데요?]

[이번 아시안게임에 한해서, 김사범 선수가 홈런을 친 경기는 무조건 승리했다는군요.]

[네? 김사범 선수는 준결승전까지…… 아, 하하하, 그렇군요. 이분 말씀대로라면 금메달은 우리 차지네요, 네. 하하하.]

* * *

80개.

내가 알기론 양키스가 김병헌의 차출에 동의하는 대신 걸어 놓은 한계투구 수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아웃!”

[8회 말, 김병헌 선수가 또다시 삼진을 잡아냅니다!]

[이 삼진으로 10개를 꽉 채웠네요. 더 무서운 건 8회 투아웃인 지금, 김병헌 선수의 투구 수가 71개라는 사실입니다.]

[이야……. 놀랍네요, 정말.]

[그 비결은 바로 삼진이죠. 10개의 삼진 중 삼구삼진이 7개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삼진을 많이 잡으면서 적은 투구 수를 유지하는 게 가능했던 거죠.]

[이닝당 투구 수가 9개를 넘지를 않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존 안에 넣는데도 제대로 정타를 때린 타자가 없습니다.]

메이저리그를 정복하다시피 했던 녀석이니만큼 -과거가 된 미래에서이긴 하지만- 독립리그와 아마추어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 타자들이 제대로 된 타격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본이 우리나라처럼 프로와 아마의 수준이 많이 차이나진 않아도, 그래도 급이라는 건 있으니까.

따악!

생각이 많아졌는지, 아니면 가만있으면 결국 스트라이크만 느는 걸 의식했는지, 일본 타자가 건드린 공이 제법 빠른 속도로 2루 베이스 위를 스쳐 지나갔다.

아, 내가 없었다면 스쳐지나갔을 거다.

“아웃!!”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타구를 건져 올리는 김사범 선수!]

[이야, 땅볼이긴 했지만 꽤 빠른 타구였거든요? 그걸 제대로 읽고, 주저하지 않고 몸을 던져 건져내서 1루로 송구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5타수 3안타 2홈런을 기록하고 있죠? 타석에서의 좋은 기운이 수비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군요.]

[이제 단 한 이닝만 남았습니다. 점수 차이가 커 역전될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 됩니다.]

덕아웃 앞.

“어때? 지구 최고의 유격수를 등 뒤에 두고 투구하는 느낌은?”

“넌 어때? 지구 최강의 투수를 마운드에 세워놓고 수비한 느낌은?”

역시, 만만치 않은 놈이다.

자의식 과잉하면 김병헌이지.

“놀고들 있다.”

놀고들? 놀고들이라니. 놀고 있는 거지.

“야! 김태연! 말 똑바로 해라. 놀고 있는 거지. 김사범하고 엮지 말라고!”

아씨, 내가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

* * *

이변은 없었다.

김병헌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포효했고, 우린 한국 대표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태극기 세레머니를 했다.

하다 보니 왠지 코끝이 좀 시큰해졌지만, 꾹 참았다. 지금 타이밍에 울면 왠지 군면제 때문에 우는 거 같고 그렇잖아. 그런 거 아닌데.

아무튼, 세레머니 후에 간이 시상대가 뚝딱뚝딱 만들어졌고, 우리 모두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 사범아.”

“왜?”

“이거, 이거만 있으며 난 군대 안 가는 거 맞지?”

“그게 그렇게 좋냐?”

“좋지, 우리 형이 말해 줬는데, 거긴 사람 살 곳이 아니래. 합법적인 루트로 면제가 가능하면 무조건 하는 게 남는 거랬어.”

음…… 그 정도는 아닌데.

밥도 주고 옷도 주고, 나중엔 선진 병영화 한다고 4인 1실에 동기끼리 생활관을 썼다.

‘그래도 다시 가라면 안 가겠지만.’

“훈련소 가 봐, 생각보다 할 만하다. 야, 나 간다. 결혼식날 보자!”

시상식이 끝나고, 감독님께 간단하게 인사한 뒤 바로 짐을 챙겨 여권을 관리하고 있는 협회 직원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제 여권 있죠? 아마 말은 다 됐을 텐데.”

갑자기 우물쭈물하며 말을 더듬는 직원.

“어, 음…… 그게, 기, 김사범 선수! 혹시 마, 많이 바쁘신가요? 바쁘시지 않으면…… 나중에 그, 선수단 전체 귀국일에 같이…….”

아…….

어쩐지, 일이 잘 풀린다 했다.

애초에 이런 부탁을 쿨하게 그러자고 할 때부터 이상했지.

“후, 잠시만요.”

열받고, 좀 짜증나지만, 여기 있는 이 직원도 그저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사람일 뿐이다. 결정은 윗사람이 하는 거지.

그래서 나는 그 윗사람을 조지기로 했다.

[사범, 축하해요. 우승하고 바로 생각나는 게 나였어요?]

“사실 지금까진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 굉장히 짐이 보고 싶네요.”

[네?]

“그때 협회가 제 일정 다 봐주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갑자기 말이 달라진 거 같은데.”

내가 나서지 않아도, 짐이 알아서 해 줄 거다.

어차피 이 대화를 들은 저 직원이 곧 누군가에게 보고할 것이기도 하고.

그러라고 일부러 한국어로 대화했다.

[잠깐만요, 확인해 볼게요.]

“누군진 몰라도 짐이 통화할 사람에게 말해 줘요. 누가 갑인지 정확하게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오케이. 5분만.]

내가 애매하게 40-40 정도 하는 선수였으면 이러지도 못했겠지.

만약 그랬다면 수리는 혼자 결혼식을 준비했을 거고, 아마 조금 슬퍼했을 거다.

슬픈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수리는 마침 TV에서 방영하는 아주 슬픈 드라마를 보게 될 거고, 그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파혼을 결심했을 수도 있다. 왜, 드라마라는 게 원래 사람 마음을 그렇게 교묘하게 파고드는…….

띠리리리-

“아, 네. 네, 알겠습니다. 넵!”

와우, 리액션 빠른데?

전화를 받은 직원은 따로 빼놓은 여권을 내게 주며 말했다.

“이게, 후, 사실 팀인데 혼자 행동하는 게 좀…… 누구한텐 그게 특혜…….”

특혜는 개뿔.

“애초에 그게 조건이었어요. 제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조건. 전 군면제, 딱히 급하게 생각 안 합니다.”

“아…….”

여권을 받아서 방을 나서며 말했다.

“군대, 가면 되죠. 그게 별로다 싶으면…… 그냥 미국인 해도 되고. 저한텐 그거 쉬워요. 많이.”

뭐…… 진짜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아니,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 놨지만.

* * *

[김사범 : 나 이제 비행기 탔어. 금방 도착할거야. 한…… 세 시간?]

[수리 kim : 빨리 와! 지금 하별이하고 드라마 보고 있는데 엄청 재미있네 :)]

[김사범 : 드라마? 뭔데?]

[수리 kim : 이거, ‘또 오해영’인가? 그거야!]

[김사범 : 안 돼, 그거 보지 마.]

[수리 kim : 왜?]

그거 결혼 전에 보면 안 되는 드라마야……. 안 돼, 일단 전화를…….

“손님? 곧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핸드폰 전원 off나 비행기 모드 부탁드립니다.”

“아, 짧게 한 통화만 하면 되는데요.”

“손님, 죄송합니다. 이륙이 늦어져서요.”

“후, 네. 알겠습니다.”

결국 나는 전화를 걸지 못했다.

음. 뭐…… 괜찮겠지.

괜찮아야지.

음.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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