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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김사범, 2021 포스트 시즌(Dirty Bomb)(3)

흔히 말하는 ‘날카로운 변화구’의 기준은 뭘까?

좋은 움직임?

존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제구?

아니면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

정답은…… 전부다.

좋은 움직임을 가지는 공이 타자 앞의 적절한 위치에서 변화를 시작하고, 이 변화의 종착지가 존 구석, 혹은 존과 별로 차이 나지 않는 지점에 형성될 때.

우린 그런 공을 ‘날카로운 변화구’라고 부른다.

움직임이 좋지 않으면 배트에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맞아나가는 공을 보며 BABIP에게 기도를 해야 한다.

제구가 안 좋아 몰리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변화구라도 담장 안이냐, 밖이냐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 빠르다면?

아무리 제구가 좋고 움직임이 좋아도 눈이 좋은 타자들은 하품만 쩍쩍 해대며 골라대겠지.

그리고 마운드의 휘틀리가 내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는 바로 세 조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공이었다.

깔끔한 폼 때문에 디셉션이 거의 없는 휘틀리의 오른손에서 공이 던져지는 순간, 살짝 뜨는 듯한 움직임에서 변화구임을 알아챘다.

오른팔을 파워 포지션으로 들어 올리며 살짝 들었던 왼발을 내딛었을 때.

그 공은 자신이 슬라이더임을 광고하듯 이른 시점에 꺾이며 존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속으로 하품 한 번.

그리고 스윙을 했음에도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는 배트를 팔로우까지 끝내며 왼쪽 손목을 탁 털어 줬다.

허공에서 빙그르르 도는 배트와 함께 들리는 함성소리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1루로 향하며 본 팀원들은 내 타구와 나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면서 서서히 흥분하고 있었고.

- 맞지? 내가 넘어 간댔지?

- 꺄아아아악!

- 여보! 사범이가 또!

- 뭐? 이제 막 시작했잖아!

함성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내 가족의 흥분 섞인 목소리가 내 감정을 더욱 고양시켰다.

[홈런! 홈런입니다! 첫 타석부터 홈런을 기록하는 김사범 선수!]

[아, 실투였어요. 아주 밋밋한 슬라이더가 존 거의 정중앙 높은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포스트시즌 디트로이트의 무서운 점 중 하나죠. 미친 선수가 중요한 단기전에서 모두가 미쳐 있습니다. 타선에 구멍을 쉽게 찾을 수 없어요. 상대하는 투수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상쾌한 기분. 볼넷도 좋고 안타도 좋지만, 역시 홈런만큼 내 기분을 짜릿하게 해 주는 건 없다.

내가 느낀 짜릿함을 덕아웃의 동료들도 느낀 건지, 덕아웃에 들어서자마자 짜릿짜릿한 동료들의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운도!”

짝!

“좋지!”

짝!

“저런 공이 오다니!”

짜자작!

이건 하이파이브 소리다.

상대방은 손바닥, 나는 등이라는 게 문제지만…….

* * *

따악!

[이야, 오늘도 맹타를 휘두르는 미구엘 카브레라 선수입니다.]

[저번 이닝에서 호세 알투베 선수의 호수비로 2사 1, 3루의 위기를 벗어난 포레스트 휘틀리 선수인데……. 6회 말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안타를 맞았네요.]

[그러고 보면, 포스트시즌 들어와서 김사범 선수 앞뒤 타자들이 굉장히 타율이 높습니다. 일단 거의 3번에 고정되었던 미구엘 카브레라 선수 같은 경우는 19타석 15타수 10안타 4볼넷, 타점 10개를 올리면서 6할 후반대의 율을 올리고 있죠?]

[오늘 2번으로 출전한 페이스 달턴 선수도 오늘 경기 전까지는 2할 9푼대의 타율을 보여 주다가 오늘 경기로 3할대로 올라섰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선수 같은 경우는 2할 중반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벌써 홈런을 4개나 기록했네요. 거의 경기당 1개꼴이고, 팀 내 1위입니다.]

[김사범 선수가 씌워 주기 시작한 우산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김사범 선수에게도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거죠.]

[상대 투수에겐 위험지역이 점점 더 넓어지는 기분이겠어요. 마치 방사능 오염이…… 아,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미끄러졌어?”

맥스 스태시가 퉁명스런 말투로 포레스트 휘틀리에게 말했다.

“……아뇨.”

초반에 비해 많이 힘이 빠진 목소리.

5이닝을 던지며 4실점을 한 포레스트 휘틀리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다.

“후, 일단 다음 타자에 집중하자고. 둘 다 발이 느리니 커터와 패스트볼 위주로, OK…… 아니, 알아들었어?”

“네.”

“내야도 집중 부탁해요. 이번 이닝, 잘 끊어 보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맥스 스태시는 생각했다

‘슬슬 투수 교체도 생각해야 할 거 같은데……. 공은 몰라도 멘탈이 완전 나갔어.’

자리에 앉으며 타석으로 들어오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 나가는 스태시.

‘한 타자? 두 타자? 병살을 잡는다면 조금 나아지겠지만……. 타자도 바보가 아닌데 우리가 병살을 노리고 있다는 건 알겠지. 초구 상태를 보고 덕아웃에 신호를…….’

“시간은 금이야, 친구.”

“아, 네.”

생각을 정리하던 맥스 스태시에게 구심이 빠른 진행을 요구했다.

본능적으로 사인을 낸 스태시.

휘틀리는 별다른 거부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투구동작에 들어갔다.

그렇게 생각이 복잡한 포수와 멘탈이 털린 투수가 별생각 없이 초구를 생각했을 때, 타석에 서있는 스튜어트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커터를 던진댔으니까, 낮게 오는 공이 있으면 커터라고 생각하고 세게 쳐야지.’

좋은 커터였다.

제법 날카롭게 바깥쪽 구석으로 제구된 커터.

김사범에게 홈런을 맞은 슬라이더처럼 허술한 공이 아닌 정말 제대로 된 변화구.

하지만…….

따아아아악!

[크리스틴 스튜어트 선수! 오른쪽 무릎을 거의 접다시피 하며 공을 퍼 올렸습니다! 코메리카 파크 정중앙, 하늘을 가르는 타구!]

[넘어갔네요.]

[따라가던 중견수가 멍하니 하늘만 바라봅니다! 다시 한 번 도망가는 투런포!]

[휴스턴의 벤치가 어수선해지네요. 아마 투수교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튜어트 선수가 홈을 밟으면서 스코어는 6:0!]

* * *

“봐봐, 그러니까 솔직 담백하게 말하는 게 최고라니까.”

“아니, 그것보다 왜 그거 가지고 화가 난 거야? 난 네가 잘한 거 같은데? 문화 간에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저는…… 사범 씨가…… 잘못한 거 같아요…….”

“음. 내가 겪어 본 바로는…….”

내가 실수했다.

5연승에 이성을 잃어 입을 나불댄 게 실수지.

“내가 알아서 할게.”

내 말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퍽이나.”

“아침까지만 해도 썩어 들어가는 표정으로 돌아다녔던 주제에.”

“그냥 미안하다고 확 말해. 원정에도 가족이랑 같이 온다며?”

“아니 그것보단…….”

내가 말을 말지.

그런데, 내가 뭘 실수한 거지?

그렇게 약 1300마일의 비행이 끝나고. 우린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했어?]

[이제 막! 하별이가 엄청 신났어. 오빠 덕분에 미국 여행 제대로 한다고 - 수리]

[잠깐 볼래?]

[음…… 그래! 어디서 볼래? - 수리]

[로비에서 보자. 산책도 하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잠시 뒤.

“……홈런 치기 전에 내가 그랬거든, 왠지 모르지만 큰 타구가 한 번 나올 거 같다고.”

“아하.”

“근데 하별이가 자기 오빠는 늦게 발동이 걸리는 타입이라고 이번엔 지켜볼 가능성이 많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말하려고 하는 순간!”

“내가 홈런을 친 거지?”

“응! 둘 다 완전 소름 돋아서……. 막 떠들다가 보니까 내가 나도 모르게 영어로 말한 거 있지. 그래서 하별이가 뭐라고 했어요? 하는데. 거기에 아버님 어머님도 완전 크게 웃었어.”

참 맑다.

웃는 게 이쁘기도 하고.

“어…… 음…… 근데…….”

내가 뭔가 말하려고 하는 걸 느꼈는지. 날 바라보는 수리의 눈.

“아침에…….”

지금은 말을 놓고 있지만, 사실 수리는 서로가 존댓말을 하는 게 더 좋았을 거다. 미국 문화는 서로간의 존중을 기반으로…….

“아, 그거? 괜찮아. 내가 인터넷으로 그런 문화를 보다 보니까 좀 예민해졌나 봐. 그 일 있고 나서 어머님하고 이야기해 보니까 어머님도 전혀 신경 안 쓰시더라고.”

음?

“말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하려고. 물론 아버님하고 어머님에게 이쁨받고 싶긴 하지만, 어차피 중요한 건 우리 둘이잖아? 학교 다닐 땐 싫었던 피부색인데, 내가 어느새 그 피부색을 따라 행동하고 있더라? 그게 수리란 사람을 결정 짓는 게 아닌데. 맞지?”

“으, 음, 응. 그렇지.”

“그래서, 편하게 하기로 했어. 많이 신경 쓰였어?”

그거였구나.

그거였어.

‘큰일 날 뻔했네.’

“아냐. 신경 쓰였으면 경기에서도 티가 났겠지.”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아무튼, 휴스턴엔 나도 처음 왔는데. 내일 이곳저곳 구경해 보려고. 재미있게 구경한 다음에 자기와 같이 저녁을 먹고 호텔에 와서 떠들다 자는 거지. 어때?”

“최고네.”

“그치?”

내가 본…… 아니 들은 여자 중 최고의 여자다. 수리는.

그렇게 잠시 대화를 하고 난 뒤, 정리할 짐이 있다며 방으로 올라간 수리를 배웅하고 나서 나도 내 방으로 향했다.

띵동.

원정길에 가족이 동행할 수 있다고 해도, 원칙적으로 다른 층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마침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을 때.

“됐어?”

“잘 풀린 건가? 표정을 보니 잘 풀렸나 보군.”

“아냐. 붐 표정을 잘 보면 지금 멍해 있잖아. 이별 통보를 받은 거지. 제길.”

“내일 경기에 지장이 있겠지?”

“아무래도. 나처럼 쿨한 남자는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만 붐처럼 속 좁은 타입은 그게 잘 안 될 테니까.”

“사범 씨…… 여자는…… 많아요…….”

“내 사촌은 어때? 멕시코에 있긴 한데, 원한다면 바로 불러 줄 수 있어. 봐봐. 내 사촌이라 이러는 게 아니라 몸매가 완전…….”

후.

자러 가기 힘드네.

이삭이 들이민 핸드폰을 뺏어 문이 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 굴려 넣었다.

때마침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으아악!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너넨 나한테 뭐하는 짓이냐.

비상계단으로 달려가는 이삭을 뒤로하고 슬슬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는 ‘자칭’ 쿨한 남자인 폴리를 들어올렸다.

“이, 이러지 마……. 말로, 말로 하자!”

응. 싫어.

마침 호텔 복도엔 꽤 고급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안 돼! 나 다쳐!”

안 다쳐.

던질까 했지만 진짜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까, 들어 올린 폴리를 밑으로 내려서 조심히 굴렸다.

“우붸베베벡!”

그렇게 두 명의 악당들을 해치우고 난 뒤, 시선을 돌리자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페이스, 케이시, 시미즈가 보였다.

“너희도?”

분당 120회 정도 되는 속도로 고개를 가로젓는 세 명.

“우린 널 믿었어.”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저는…… 애초에…….”

역시. 팀워크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거다.

“들어가서 자자. 컨디션 관리해야지.”

두어 번 와 본 호텔이라 그런지 이젠 침대가 제법 편하다.

* * *

[여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 미닛 메이드 파크입니다. 곧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이 열릴 예정인데요. 김사범 선수가 필승을 다짐했다고 하죠?]

[네, 맞습니다. 경기 전에는 좀처럼 자신감을 내보이지 않는 김사범 선수가 오늘 인터뷰에선 무조건 승리할 거라고 말하더군요.]

[하하하, 컨디션은 어때 보였나요?]

[제가 직접 본 김사범 선수의 컨디션 중 제일 좋아 보였습니다. 이동일에 아주 푹 쉬었다고 하더군요.]

[양 팀은 오늘 선발로 각각 저스틴 벌렌더 선수와 뷰 버로우즈 선수를 내세웠습니다.]

[벌렌더 선수는 디비전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나온 뒤 4일을 쉬었죠? 이젠 나이가 꽤 많은 선수기 때문에 하루 정도 더 휴식일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그만큼 휴스턴이 절박하다는 의미겠죠. 디트로이트같은 경우는 오프너 전략입니다. 아마 뷰 버로우즈 선수 뒤에 마이클 풀머 선수를 이어서 사용할 것 같군요.]

[디비전 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준 시미즈 루이 선수는 내일 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플레이 볼!”

[디트로이트의 이삭 페레데스 선수의 타석으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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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스탯 999 4번타자 - 힘 스탯 999 4번타자-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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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스탯 999 4번타자 - 힘 스탯 999 4번타자-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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