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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김사범, 2021시즌(vs 루이스 세베리노)(2)

양키스, 오 양키스.

뉴욕 양키스라는 구단이 가지는 이미지는 특별하다.

매년 포브스에서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구단’에서 야구팀으로는 유일하게 5위권 안에서 어깨싸움을 하는 구단이니까.

그 상징성 때문일까,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양키스의 홈경기 때 간혹 이런 편파판정이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디오 판독이라는 것 자체가 심판의 권위를 해친다면서 반대하는 여론이 주류 의견일 때니까.

‘하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 이러는 건 심판이 제 살을 깎아 먹는 거지.’

야구장 안에 레이더를 설치해서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속, 회전수, 심지어 구질마다 회전축까지 나오는 시대다. 그것도 즉시.

타자는? 타구의 각도, 구속, 그리고 비거리까지 측정되는 시대.

이 말인즉슨, 이제 더 이상 심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모두 진정하고. 집중하지.”

수비에 나서는 선수들의 귓가에 미기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 * *

지난 시즌, 양키스의 타선은 팀 홈런 299개를 기록했다.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타자가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팀.

홈구장이 가지는 장점-장타가 많이 나오지만, 2루타와 3루타보다는 홈런의 비율이 높은-을 이용하기 위해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을 긁어모은 결과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선수들이 한번쯤 뛰어보길 원하는 팀이다 보니 이런 선수단을 유지하는 게 가능한 거다.

[타석에 애런 힉스가 들어섰습니다.]

그런 양키스답게, 1번으로 나온 애런 힉스도 일발 장타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물론, 빠른 발과 함께.

퍼엉!

좌타석에 들어선 애런 힉스의 존 위쪽을 과감하게 넘나드는 케이시의 패스트볼.

“볼!”

이제 케이시도 2년 차인 만큼, 주 무기인 스플리터에 무작정 휘두르는 타자들이 많이 사라졌다.

지금 같은 공도 예전이었으면 삼진을 뺏어 낼 수 있을 만큼 좋은 공이었는데.

[애런 힉스 선수가 공을 잘 골라냈습니다. 이제 카운트는 2-2.]

투수도, 타자도 무조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카운트.

‘스플리터를 다시 한 번 던지려나? 아니면 역으로 높은 패스트볼?’

케이시의 다음 구종을 예상하는 내 시야에 로진을 바르며 웃고 있는 케이시가 보였다.

‘이 타이밍에?’

그리고 다음 공.

“……스트라이크. 아웃.”

케이시의 슬라이더가 존 바깥을 통과했다.

[첫 타자를 5구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케이시 마이즈 선수!]

[아,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네?]

[느린 그림이 나오면 좀 더 확실할 거 같은데…… 마침 나왔네요. 보시면 알겠지만 1회 초, 김사범 선수가 아웃을 당한 코스와 아주 똑같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꽂아 넣었습니다.]

[아, 듣고 보니 그렇군요.]

[구심이 마지못해 콜을 하는 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디트로이트에게 좋지 않을 텐데요.]

[어째서인가요?]

[경기 시작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세베리노 선수는 슬라이더가 주 무기인 선수입니다. 그에 반해 케이시 선수는 스플리터가 주 무기, 슬라이더는 리그 평균이거나 약간 아래 수준이에요. 서드 피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거죠.]

[아, 그렇다면…….]

[바깥쪽 존이 저렇게 억지로 넓어지게 되면 빠져나가는 공에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거든요? 일종의 숙련도의 문제입니다. 타자들,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요.]

애런 힉스가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사이, 내야에서 돌던 공을 잡아 마운드로 향했다.

“멋지던데?”

“보통이지.”

“누구 아이디어야? 페이스? 아니면 너?”

“이런 멋진 생각을 할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아.”

“보아하니 둘 다네. 고맙다.”

“별말씀을.”

넓어진 바깥쪽 존. 밖에서 보면 공 반 개 차이는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타석에서는 정말 엄청난 차이다.

그것도 제구가 좋은 투수를 상대할 땐.

“아웃!”

2번으로 나온 애런 저지를 상대로 케이시는 집요할 정도로 그 넓어진 존을 노렸다.

그리고 갑자기 몸으로 파고드는 패스트볼.

바깥쪽 공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타석에 붙은 저지가 몸을 젖혀 피해 보지만, 공은 홈플레이트 위를 유유히 지나갔다.

‘할 게 없네, 저 야구 덕후 배터리의 머리 회전하는 소리만 듣다가 이닝이 끝나겠어.’

3번 스탠튼.

그래도 앞선 두 타자에게서 존에 대한 정보를 듣고 왔는지, 타석에서 제법 의연하게 대처했다.

딱 타석에 들어설 때까지만.

바깥쪽으로 크게 꺾이는 파워 커브.

몸쪽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스플리터.

그리고 두 번의 헛스윙으로 2스트라이크에 몰린 스탠튼에게 던진 3구는 97마일의 바깥쪽 패스트볼이었다.

“……볼.”

콜이 떨어졌음에도 내려가지 않는 미트.

[아, 심판의 존이 들쑥날쑥하네요.]

[지금까지 계속 잡아 주던 바깥쪽 공에 볼을 선언했습니다.]

[음…… 아직 속단하기 어렵지만 심판이 백기를 든 거 같은데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론 가든하이어 감독이 1회에 퇴장을 당하면서 구심은 저 바깥쪽 존을 강요받았어요. 똑같은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볼을 선언하면, 그건 정말 자신의 판정이 이상하다고 인정하는 셈이거든요.]

[그렇죠.]

[하지만 케이시 선수의 투구로 게임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거죠. 통상적인 존보다 바깥쪽이 이상할 정도로 넓은 존을 계속 고수한다면 게임이 돌아가는 모양새가 본인에게 안좋은 영향을 줄거라고 생각한거 같습니다.]

[아하, 그래서 방금 공이 볼 판정을 받은 거군요.]

[다음 이닝, 양키스의 수비를 봐야 알겠지만, 아마 존은 똑같이 적용될 겁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 뒤로 2개의 공을 더 던지며 스탠튼을 삼진으로 잡은 케이시.

나는 덕아웃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케이시의 엉덩이를 툭 쳐 줬다.

* * *

인간이란 참 간사하다.

결정을 내릴 당시에는 그 결정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100개도 댈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결정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면 그런 결정을 내린 자신을 탓하고, 후회한다.

심판들이 오심 후에 자주 내리는 보상판정은 바로 그런 심리에서 나오는 것 같다.

“볼!”

양키스의 포수인 게리 산체스가 미트를 거두지 않고 있다.

따악!

“아웃!”

미기는 아쉽게도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안타보다 값진 정보를 물어왔다.

“바깥쪽이 좁아졌어. 아까랑 반대로, 공 반 개는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야.”

자신이 설정한 존을 번복하면서 멘탈이 깨진 구심은 이제 정상적인 존을 유지할 만한 능력조차 남지 않은 거다.

‘이것도 일종의 보상판정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

물론, 우리 팀에게만 유리한 존은 아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우리도 저 존을 적용받을 테니까.

그리고 세베리노에겐 크게 영향이 가지 않을 거고.

요 근래 뛰어난 제구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파워피처의 계보를 잇는 선수다. 저 정도의 존은 본인이 가진 구위로 이겨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5회에는? 그리고 6회에는?’

사람의 몸에서 낼 수 있는 힘은 정해져 있다.

내가 아니라면.

[0-0의 스코어가 4회 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케이시 선수는 몸쪽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의 조합으로 양키스 타자들을 막아 내고 있습니다. 반면 세베리노 선수는 장기인 슬라이더와 커터를 이용해서 맞춰 잡는 능력을 보여 주고 있네요.]

[4회 초, 디트로이트의 공격을 이끄는 타자는 김사범 선수입니다.]

좁아진 존.

자신의 구위에 자신 있는 파워피처.

일종의 판정 미스로 불합리한 아웃을 당한 2년 차 타자.

심지어 그 타자는 데뷔 이후 한 번도 보이지 않은 모습을 직전 타석에서 보여 줬다.

팍! 팍!

신경질적으로 오른발을 깊게 박아 넣는다. 원래 타격을 하던 위치보다 좀 더 홈플레이트에 붙어서.

“이봐, 내 홈플레이트를 더럽히지 마.”

포수인 게리 산체스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괜히 화가 난 듯 내게 말을 걸고 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거다.

겉으로 보기에는 저번 삼진의 잔상이 남아 자기도 모르는 새 바깥쪽 공을 의식하는 멍청이로 보일 테니까.

‘그리고 이런 타자를 상대로 몸쪽 공을 던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포수 실격이지.’

세베리노의 투구가 시작되고,

공은 당연하게 몸쪽 존을 향해 날아왔다.

빠악!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김사범 선수! 몸쪽 패스트볼을 그대로 받아 쳤습니다!]

[볼 것도 없네요. 좌익수가 첫 발자국을 뗀 이후로 움직이지조차 않고 있어요.]

[시즌 28호 홈런! 아메리칸 리그의 홈런 기록에서 혼자 달려 나가고 있는 김사범 선수입니다!]

나는 오늘도 내 커리어에 또 하나의 홈런을 쌓았다.

그리고 저기 서 있는 투수는 패배를 쌓을 거고.

‘뭐, 투수에게 승리가 중요한 시절은 이미 지났으니 다행인가?’

* * *

경기 후. 라커룸.

오늘 하루, 라커룸의 최고 인기인은 내가 아닌 론이다.

“심판에게 폭언이요? 허, 그게 중요합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이 스포츠를 망치려고 했다는 겁니다. 기울어진 천칭에게 판정을 맡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 말씀은…….”

“그 이후에 덧붙일 말은 많지만, 노코멘트 하죠. 하지만 확실한건 그게 경기 초반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일 수도 있지만, 게임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너무 이른 판단이 아니었을까요?”

“오늘 우리의 3번으로 나선 사붐이 계속 그렇게 부당한 존을 강요받았다면요? 그런 미친 타구를 날릴 수 있었을까요? 내게 사무국이 어떤 멘트를 날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심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입니다. 유니폼을 보고 판단하지 말고 빌어먹을 홈플레이트를 보면서 판단하라는 것.”

론과 기자들의 인터뷰를 듣고 있던 나는 옆에 있던 미기에게 물었다.

“와, 미기. 저거 센 발언 맞죠?”

갑자기 성호를 긋는 미기.

“오늘 우린 거룩한 성인의 희생을 봤어. 아마 그는 내일이 되면 덕아웃에서 사라질 거야. 아멘.”

“……아멘.”

난, 무신론자다.

‘아니…… 이젠 아니긴 한데…….’

그렇게 어수선한 라커품 인터뷰가 끝나고, 론이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이 정도면 짤리겠지?”

으하하하핫!

말도 안 되는 론의 말에 선수들이 빵 터졌다.

“하하, 그래. 반응을 보니 아쉽게도 감독 자리에 조금 더 앉아 있어야겠군. 내가 할 말은 하나다. 이 게임 안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즉시 어필해라.”

모두의 눈빛이 론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날 향해 불쌍한 눈빛을 보내. 설사 우리 팀 선수가 스파이크를 두 개 다 들고 슬라이딩을 해도, 팀에게 필요하면 나설 용의가 있으니까. 뭐, 모두 야구를 잘하니 내가 할 일은 이런 소일거리뿐이지.”

휘익!

“우리는 지금 폭주하는 기차에 타고 있다. 앞을 가로막는 누가 와도 부수고 나아갈 거다. 혹시 간덩이가 콩알만 한 놈이 자기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있는 상황을 대비해 내가 직접 브레이크를 뗄 테니, 모두 따라오도록.”

“Yes, Boss!”

뜬금없이 미기가 보스를 찾는다.

“Yes! Boss!”

물론, 우리들도.

그리고 다음 날.

덕아웃에서 미기를 향해 말을 걸었다.

“미기, 제가 생각해 봤는데…….”

“음?”

“론이 앞으로 우리를 모아 놓고 멋진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좀 말리는 게 좋겠어요.”

진지하게 답해 주는 미기.

“고려해 볼게.”

우리는, 어제의 승리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꽤 큰 차이로 패배했다.

패배의 원흉……인 론은 덕아웃에 없었지만.

- 디트로이트의 감독 론 가든하이어, 출장 정지 1경기 및 알려지지 않은 액수의 벌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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