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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김사범, 2021 시즌(폭탄 돌리기)(3)

클리블랜드 인디언즈와의 두 번째 경기를 앞둔 코메리카 파크, 홈 팀 라커룸 담당 클러비인 아인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아인, 무슨 일인데 이 시간에 여기에 있어? 지금 라커룸 정리할 시간 아닌가?”

“아, 히플. 저기 창고에서 가져갈 게 있어서.”

“뭔데? 도와줄까?”

“아냐. 혼자 할 수…… 흠. 비밀이 요구되는 일인데 함께할 거야?”

진지하게 묻는 아인의 표정을 보고 히플 또한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불법적인 일만 아니라면.”

“좋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마. 정말 엄청난 비밀이라고.”

“빨리 말해. 아까도 말했듯 불법만 아니면 비밀을 지킬 자신 있으니까.”

히플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이는 아인.

“붐이 컨디션이 안 좋거나 배트에 공이 안 맞을 때 찾는 게 있어.”

“뭐? 설마? 아까 불법적인 건 아니라고 했잖아? 이건 범죄야. 제길, 어쩐지 본즈처럼 홈런을 치더라니!”

“쉿! 그런 거 아냐. 따라와.”

빠른 걸음으로 창고로 향하는 아인과 그 뒤를 따르는 히플.

히플은 불안한지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설마 정말 ‘그거’야? 붐이?”

“아니, 그럴 리 없지. 붐은 거의 매일 도핑테스트를 받잖아. 맞지? 아인?”

“그럼 뭐지? 뭐야? 아인!”

히플이 자신의 호기심을 네 번쯤 탓하며 후회하고 있을 무렵, 드디어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창고 앞에 도착했다.

“여기야. 잘 안 쓰는 창고라 내가 애용하고 있지. 붐이 비밀로 해 주길 부탁했거든.”

“……오 제발, 난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안 될까?”

“이미 늦었어. 난 더 이상 이걸 혼자 옮기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너무 지쳤어.”

끼이익.

히플은 창고의 문이 열리는 소리도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이거야?”

“이거지.”

“이건…….”

“어때? 생각보다 괜찮지? 만드는 데 힘들었다고.”

놀란 히플에게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인.

“이건…… 의자잖아. 버스 의자.”

“그래. 그걸 개조한 거지.”

히플의 눈앞에 있는 의자는 마이너리거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 의자를 통째로 떼어 와 약간의 개조를 거쳐 바닥에 놓을 수 있게 만든 의자였다.

“이걸 왜……?”

“나도 모르지. 난 그저 붐에게 도움을 줄 뿐이니까. 이제 이걸 들고 저기 구석 8번 마사지 룸에 갖다 놓으면 돼. 항상 힘들었는데, 다행이군.”

“하아아, 난 또…….”

“알아. 아무튼, 옮기자고. 붐이 기다리고 있어.”

개조된 버스 의자를 아인과 함께 들고 마사지 룸으로 향하는 히플의 눈에 서서히 탐욕이 차올랐다.

* * *

[아, 오늘 경기 디트로이트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케이시 선수가 9개의 공으로 3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포효합니다.]

[오늘 경기 전 인터뷰에서 디트로이트의 모든 선수가 클리블랜드를 비난했었죠? 기본적으로 강팀인데다 불까지 붙은 겁니다. 클리블랜드는 힘들겠어요.]

[아무래도 어제 경기에서 김사범 선수를 4회 연속 고의사구로 거른 게 문제겠죠?]

[맞습니다. 그게 기폭제였죠.]

“이제 경기가 시작됐네.”

글러브를 내려놓고 장비를 착용하며 이삭이 내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방금 전까지 내 옆에서 수비해 놓고선.”

“너무 순식간이라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아. 우리가 뭘 했었나?”

아, 그거.

평소였으면 나도 맞장구를 치면서 같이 농담 따먹기를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의자니까.

의자는 야구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

“붐!”

“어?”

“뭐해? 너 오늘 리드오프잖아.”

아. 맞다. 론이 어제 저녁에 어차피 볼넷을 얻을 거라면 1번으로 나가서 스트레스라도 풀라고 했었지.

‘오늘따라 마인드 컨트롤이 너무 잘됐는데? 룸을 바꾼 게 효과가 있나?’

평온한 마음. 완벽하게 안정된 심신.

효과가 아주 좋다.

“빨리 나가! 심판이 덕아웃을 노려보잖아!”

한 번 더 깜짝 놀라 빠른 걸음으로 타석으로 나가며 생각했다.

이제 8번 룸은 쓰지 말아야겠다고.

잘못하다간 정말 의자가 되어 버릴 수도…….

[김사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오늘은 바로 고의사구를 지시하진 않는군요.]

[엄청난 비난을 받았으니까요. 클리블랜드 입장에서도 무리할 필요는 없죠. 그냥 바깥쪽에 4개 연속 던지고 내보내면 되잖아요?]

상대 투수는 필립 데이비드.

자료상으론 전형적인 AAAA급 투수다. 싱커를 주 무기로 쓰는 싱커볼러라는데…… 뭐, 나랑은 상관없을 것 같으니까.

“스트라이크!”

응?

[아, 예상과 다르게 공격적인 투구로 초구를 가져가는 필립 데이비드 선수입니다.]

[몸쪽 아래 존에 꽉 차는 예술적인 싱커였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싱커가 덜 떨어졌다.

“하, 하나 줬는데, 안 쳐? 그러고도 징징거린 거야?”

트래시 토킹을 하려면 말은 더듬지 말아야지.

포수가 뭐라 말을 하는데, 겁먹은 티가 너무 나서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마운드의 투수를 바라보니, 공 한 개를 던지고 모자를 벗어 땀을 닦고 있다.

‘떨리는 포수의 목소리, 1회 말 첫 타자, 초구를 던지고 땀을 닦는 투수. 이러면 뭐…….’

실투인 거다. 아예 낮은 싱커를 던지려고 하다가 조금 덜 채인 실투.

저쪽에겐 다행이네. 볼넷으로 걸러도 공격적인 초구를 잡았다고 자위할 수 있으니까.

[볼이 선언됩니다. 2구, 3구는 아예 바깥쪽으로 크게 벗어나는 공이었습니다.]

우우우우우-

것 봐. 내 말이 맞지.

장갑을 고쳐 끼며 슬쩍 본 덕아웃은…….

뭐야?

거의 모든 선수가 난간에 붙어 상대 투수에게 야유를 날려 대고 있다.

‘아니, 몸에 공 맞는 거 안 무섭나? 이상한 사람들이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땀을 흘리고, 볼을 던지고 평온한 표정을 짓는 투수에게는 별다른 긴장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야구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재미있는 스포츠니까. 당장 초구도 놓친 게 맞고.

난 공 두 개가 더 날아오고, 1루로 향할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베이스 온 볼스!”

아주 화려하게, 이 경기를 시작해 보자.

[아, 볼넷입니다. 이 정도면 뭐, 거의 고의사구…… 어?]

[김사범 선수가 자신의 배트를 아주 높게 던졌습니다! 마치 프로펠러처럼 회전하며 하늘을 날고 있는 배트!]

[볼넷에 배트플립인가요? 아하하, 제가 야구 해설만 15년째인데, 이런 장면을 본 건 처음입니다. 평정을 잃으면 안 됩니다, 김사범 선수.]

[코메리카 파크의 모든 시선이 배트로 향했습니다.]

- 우와아아아아!!

- 붐! 붐! 붐! 붐!

팬들의 환호, 그것보다 더 격하게 내 이름을 외치는 덕아웃의 동료들.

그 와중에 난 보호장비를 풀면서 투수를 계속 노려봤다.

‘뭘 그렇게 자존심 상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 어차피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으면서.’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1루에 도착하자마자, 클리블랜드의 1루수…… 이름이 뭐지? 아무튼, 덩치 큰 녀석이 내게 말을 걸었다.

“머리에 공을 맞고 싶나 보지? 뭔 짓거리야?”

이 새끼가. 안 그래도 참고 있는 사람한테.

“닥쳐,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의자를 꺼냈으니까.”

“뭐?”

“머리에 심을 수 있으면 심어 봐, 자신이 있다면. 장담하건데 날 한 방에 죽이지 못하면 너네 팀은 전멸할거야. 비유야 아니라 진짜로. 내가 하나씩 들어서 관중석으로 던져 버릴 거거든.”

녀석의 똥 씹은 표정을 뒤로하고, 난 투수의 초구에 2루를 훔쳤다.

“세이프!”

‘그냥 도루는 항상 하는 건데……. 2루에서 1루로 뛰어 볼까?’

* * *

[코메리카 파크의 하늘을 수놓은 타이거즈의 배트!]

[투수의 세레머니. 허용 가능한가?]

[8회 말, 11점 차의 큰 점수에서 도루를 기록한 이삭 페레데스.]

[메이저리그의 온갖 불문율을 모두 어긴 타이거즈, 인디언즈는 왜 보복구를 던지지 못했나. 공 대신 선수들이 떠다닐까봐?]

[팀의 스타를 위한 가장 정당한 보복.]

[붐 5볼넷 5도루 4득점. 단 한 경기 만에  30-30에 도달.]

[‘반대로 뛰어 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참았다.’ 붐의 한마디.]

[인디언즈의 감독, ‘요즘 어린 타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너무 쉽게 분출한다. 존중이 없는 그라운드는 아주 위험한 곳이 될 수도 있다.’]

[타이거즈의 론 가든하이어, ‘난 베이스볼 팀의 보스지 소프트볼 팀의 감독이 아니다. 그게 인디언즈와 우리의 가장 큰 차이.’]

따아아악!

[김사범 선수가 오랜만에 타구를 날려 보냅니다! 4경기 만의 첫 스윙! 그리고 그 첫 스윙으로 본인의 72호 홈런을 만들어 냅니다!]

[클리블랜드가 마지막 경기, 세 번째 타석에 와서야 김사범 선수와 승부를 하네요. 아주 의도적입니다.]

[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승부를 피했다는 말씀이시죠?]

[맞습니다. 그 때문에 경기를 모두 내주긴 했지만, 이미 포스트시즌과 멀어진 클리블랜드로선 전혀 손해가 아니죠. 적어도 신기록의 희생양으로 기록에 남진 않을 테니까요.]

[이건 마치…… 폭탄 돌리기 같군요. 공교롭게도 김사범 선수의 별명도 폭탄(boom)입니다.]

[하하,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팬들의 환호와 무덤덤한 클리블랜드 선수들 사이를 돌아 도착한 덕아웃.

날 기다리는 사람들 틈으로 내 몸을 밀어 넣었다!

윽!

“좋아! 이제 두 개 남은 건가?”

거긴!

“한 타석 더 남았으니까 한 개 더 칠 수 있겠네!”

아니 그게 내 맘대로……!

“내가 마운드에서 불 질러 줄까? 유격수 쪽으로 공을 보낼 테니까 네가 흘리기만 하면 돼. 비자책점은 신경 안 쓰거든.”

“그걸 말이라고!”

결국, 나는 폭발했다.

‘아아. 의자가 필요하다, 의자가.’

* * *

[붐의 마인드 컨드롤 비법 - 마이너리거 시절 타고 다니던 버스 의자에 앉아 명상?

믿을 만한 내부 제보자로부터 본 기자가 접수한 소식에 의하면, 붐의 남다른 마인드 컨트롤 비법은 바로 마이너리그에서 가져온 의자라고 한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그 의자에 앉아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한다고 하는데, 제보자는 그 명상을 ‘동양의 신비’라 표현했다.

.

.

.]

경기 후, 이삭의 집.

“붐, 이 기사 사실이야?”

“뭐가.”

“정말 동양의 신비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거냐고, 만약 맞는다면…….”

폴리 얜 정말 저런 기사를 믿는 거야? 동양의 신비?

“그쪽 신비는 저기 시미즈네 동네에서 다 만든 거야. 물어보려면 시미즈한테 물어보든가.”

“저도 그건 잘 몰라요…….”

근데,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샌 거지?

아인은 입이 가벼운 사람이 아닌데.

“기사 내용이 사실인가? 흥미롭군. 명상이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은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그래? 공유해 줄 수 있어? 시즌 후반이 되니까 공 던지는 게 빡빡해져서 조금 힘들던 차에 잘됐네.”

“물론이지. 근데 그것보다 저기 붐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않나? 아무래도 실제로 적용하고 있는 유저가 더 나을 테니.”

덕아웃에서 6명이 ‘나는 의자다……’ 이러는 걸 누구에게 보여 주라고?

난 못 한다. 아니, 안 할 거다.

“안 알려 줘. 적어도 내 입으론 말 못 해.”

“그럼 내 입으로 말하면 되겠네, 나한테만 말해 줘. 다른 사람들에겐 내가 잘 말해 줄 테니까.”

아. 이 미친 소가.

그 시각, 코메리카 파크, 회의실.

론이 핸드폰을 보며 웃고 있었다.

“하하하, 안 그래도 저번 시즌부터 가끔 혼자 어딜 가나 했더니. 나름의 방법이 있었군.”

“네. 어린 선수인데도 멘탈이 단단한 이유가 있었네요. 그 친구도 인간이긴 했군요.”

타격 코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론.

“그렇지. 그동안 홈런 치는 기계 같은 모습만 보다 이런 모습을 보니 오히려 신선해.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어떻게 해야 하지? 좋은 방법이 있나?”

“음…….”

갑자기 조용해진 회의실.

“지구 우승을 미리 결정지어 놓고, 메이저리그 기록을 넘보고 있는 팀의 감독은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 본 적이 있지만…… 내 상상과는 아주 다르군.”

“끄응…….”

“일단 다음 캔자스시티 전에는 1번으로 계속 출장시키도록 하지. 최다승 타이기록까지 5승 남았어. 10경기쯤 남을 때면 상대 팀도 지금처럼 쉽게 승리를 헌납하진 않을 거야.”

“붐의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오랜 기간 정상적인 타격을 하지 못하면 기록에 악영향을 줄 텐데요.”

타격 코치의 말에 론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 의자, 덕아웃에 갖다 놔. 흔들릴 거 같으면 앉아 있으라고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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