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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김사범, 2022시즌(평천하(平天下))(3)

전쟁, 스릴러, 아포칼립스……. 비극을 노래하는 거의 모든 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오늘은 느낌이 좋아.”

“저기로 가면 돼, 내가 앞장설게.”

“저길 봐, 저기만 녀석들이 없어! 저기에 뭔가가 있다는 거야. 기다려, 내가 가 볼게.”

그리고 보통 그런 장면에서는 잘생기고 훈남인 데다가 꽤 성격도 좋아 주인공의 도우미를 자처하는 조연들이 앞에 나선다. 보통.

그리고…….

그런 조연들은 주인공에게 닥친 새로운 위협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위력적인지 온몸을 이용해 알려 주고 사라져 간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저런 멘트는 아주, 아주 조심해야 한다는 거다.

자칫 잘못하다간 아주 주옥되는 수도 있으니까. 지금 케이시처럼.

[볼넷, 볼넷을 골라 나가는 J.D 마르티네즈입니다. 케이시 마이즈 선수가 초반부터 고전을 하는군요.]

[이렇게 되면 디트로이트 입장에서는 차라리 코리 클루버 선수를 내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군요. 처음 케이시 선수를 예고했을 때부터 조금 불안하긴 했었는데…….]

[최대한 빨리 자기 컨디션을 찾아야 합니다. 1사 만루,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이니 만큼 첫 경기, 초반에 대량실점을 하게 되면 시리즈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바비 달벡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한 방이 있는 선수, 아니 굉장히 힘이 좋은 선수죠. 2할 7푼의 타율에 38홈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포스트시즌 기록은 없지만…….]

조금 신경질적으로 스파이크에 묻은 흙을 털어 내고 있는 케이시에게 은근슬쩍 다가가서 말했다.

“그러니까, 공포영화를 보면 말이야…….”

“붐,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냐.”

뭐…… 그렇긴 한데…….

“아무튼……. 일단 한 점만 주자고 생각하자고. 공을 내야로 보내. 나머지는 이삭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후, 그래.”

내 농담이 케이시를 진정시킬 수 있을까?

글쎄, 아마 안 될 거다. 투수라는 개복치들은 평소에는 사람인 척을 아주 잘하지만,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자기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편이니까.

1사 만루, 조금 위험한 상황에서 나는 페이스의 사인을 보며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오, 오랜만에 좋은 공이 들어갔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 높은 존을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들어가는 패스트볼.

사실, 제대로 된 컨디션의 케이시라면 곧잘 보여 주곤 하는 제구력인데…… 아무래도 좀 흥분했었나보다.

앞선 타자들에게는 저런 공을 던지지 못하고 내내 존 안에만 공을 쑤셔 박다가 안타나 볼넷으로 내보내기만 했으니까.

“나이스 볼!”

“좋아! 케이시!”

그리고 이삭과 나는 본능적인 본능으로 케이시를 마구 칭찬하기 시작했다.

페이스의 포수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위에 꼽히지만, 이런 멘탈 케어적인 면에서는 아무래도 조금 약하니까.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 이렇게 조금씩 힘을 모아 주니까 친구지.

“볼!”

2구째도 볼이 되긴 했지만 그건 타자가 배트를 내지 않아서 볼인 거지, 코스 자체는 좋았다.

이제 좋은 플레이 하나만 나와 주면 아마 저 개복치는 다시 정규시즌 20승 투수로 변신할거다.

마치 왕자의 키스를 받고 잠에서 깬……. 아우, 상상하니까 더러워.

“스트라이크!”

“볼!”

[2-2의 카운트, 케이시 마이즈 선수는 이 공으로 30개를 채웠습니다.]

[보통 이상적인 한 이닝 투구수를 15개 정도로 보는데, 이미 그 두 배를 던졌습니다. 디트로이트는 시리즈 첫 경기부터 많은 불펜을 투입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나도 알고, 이삭도 알고, 론도 알며, 페이스, 케이시도 물론 알고 있다.

그리고 저기 타석에 서 있는 달 뭐시기도 알고 있겠지.

다음 공이 스플리터라는 걸.

물론, 다른 공을 던져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음…… 그, 투수의 자존심이란 게 있으니까.

개복치 주제에.

“흐읍!”

케이시는 타자를 향해 다섯 번째 공을 던졌고.

따악!

타석의 타자는 그 공을 작심하고 걷어 올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낙폭 -마치 포크볼을 보는 것 같은- 때문에 제대로 걷어 올리지 못한 타구는 조금 애매한 곳으로 향했다.

[우익수, 2루수가 한곳을 향해 모이고 있습니다. 아, 우익수인 라테 헤미체 선수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면서 손을 휘젓고 있습니다!]

[이건 우익수가 하게 둬야 합니다! 이삭 페레데스가 잡아도 역동작에 걸리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실점할 수도 있어요!]

2루 베이스로 백업을 위해 들어가면서 타구를 계속해서 살펴봤다.

‘라테가 하기엔…… 짧은데?’

차라리 이삭이 잡는 게 더 나을 타구다.

아니, 키높이 깔창을 껴서 10cm 쯤 더 커진 이삭이라면 분명히 잡을 수 있다.

3루 주자를 슬쩍 보니 애매한 타구 때문에 아직 베이스에 발을 올려놓고 있는 상황.

[라테 헤미체 선수가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잡고 글러브를…… 아! 바로 그 앞에 떨어지는군요!]

[페이크 동작이에요! 앞을 막고 있던 이삭 페레데스 선수가 재빨리 엎드립니다!]

[라테 헤미체, 지체 없이 홈으로 송구! 아웃입니다!]

와우.

그 짧은 순간에 그걸?

그러니까, 텍사스 안타, 행운의 안타는 내야와 외야, 그 사이의 애매한 공간에 떨어지는 안타다. 그걸 일부러 한 스텝 전에서 기다렸다가 태그업을 기다리는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낸 건데…….

‘저건 무슨 배짱이지? 아니, 그 전에 보스턴의 다른 주자들은 뭘 한 거야? 콜을 왜 안 한 거지? 우리야 고맙지만.’

[보스턴의 다른 주자, 특히 2루나 1루에 있던 주자들이 콜을 해 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루 코치도 마찬가지죠. 느린 그림으로 한번 봐 볼까요? 아! 그렇군요.]

[공이 전혀 안 보이네요?]

[느린 그림으로 보시면, 라테 헤미체 선수의 콜을 들은 이삭 페레데스 선수가 속도를 줄이지 않는 장면이 보이실 겁니다. 저는 아예 콜을 듣지 못한 걸로 봤는데…… 그게 아니라 일부러 저랬던 거군요.]

[일부러요?]

[보세요,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보면…… 보이시죠? 이삭 페레데스 선수에 가려 공이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라테 선수는 이 시점에 이미 원바운드 된 공을 글러브로 잡은 상태였고요.]

[아…… 그래서?]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 코치들이 충분히 집중을 하지 못한 겁니다. 아주 아쉽겠어요. 원아웃 만루와 투아웃 만루는 그 차이가 크거든요.]

“봤냐?”

얘는 뭘 또 거들먹거리는 거야?

“뭘 봐?”

“내 슈퍼 플레이.”

“라테가 한 거지, 네가 한 게 아니라.”

“됐다. 아는 사람만 보이는 거지. 넌 야구 좀 더 해야겠네.”

……여기서 더?

야구 경력으로 따지면 지금 우리 팀에 나보다 오래 야구 한 사람이 없는데…….

* * *

[1회 말, 1:0 뒤진 상황에서 김사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삭 페레데스 선수가 안타를 치고 나간 이후, 라테 헤미체 선수의 진루타, 호세 라미레즈 선수의 삼진으로 투아웃 주자 2루 상황입니다.]

덕아웃에서 라테의 아주아주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이삭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았다.

사실 내가 볼 땐 그냥 운이 좋아서 그런 플레이가 나온 것 같은데……. 뭐, 자기들이 눈빛교환이니 뭐니 하면서 의도했던 플레이라고 우기더라고.

야구 경력 20년 차(어린 시절까지 합하면)에 야알못 소리를 듣는 것도 신선했고, 이삭이 초구에 안타를 치고 나가 거만한 표정으로 1루 베이스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것도 신선했다.

‘누가 보면 무슨 야구의 신인 줄 알겠네. 아주 야신 나셨어.’

어차피 이삭이 저렇게 날아다니면서 ‘세상에서 제일 야구를 잘하는 선수’ 표정을 지어도, 결국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삼중살? 센스 있는 수비? 다 필요 없다.

그냥, 스탠드에 공 하나 꽂는 게 최고란 말씀이야.

그게 역전 투런이면 더 좋고.

떠어어억!!

날 피할 줄 알았던 프라이스는 그저 예상대로 좋은, 그런 공을 내게 던졌고.

난 그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겼다.

- 우와아아아아!!

- Boom! Boom! Boom!

- Let's get it Boom!!!

- 좋아! 좋다고! 다 부숴 버려!!

것 봐.

내 말 맞지?

다이아몬드를 돌고, 홈플레이트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이삭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다 가져간 게 불만이었는지, 불퉁대는 말투로 내게 말하는 이삭.

“힘만 무식하게 세서는…….”

“힘도 센 거지. 안 그래 야신?”

“야시인? 그건 또 뭐야?”

“그런 게 있다. 욕하지 말고. 함부로 욕하면 안 되는 단어야.”

뭐, 보스턴이 무슨 생각으로 나와 상대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프라이스 정도 되면 벤치 지시보다 자신의 의지를 좀 더 내세울 만한 투수기도 하고.

뭐가 됐든 타석에 들어가자마자 고의사구로 내보내지 않은 걸 보니 노골적으로 피하지만은 않겠다는 소리겠지.

* * *

경기가 끝난 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도전자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둬.]

[8:5, 폭탄을 피해 지뢰를 밟은 보스턴 레드삭스.]

폭탄을 피해 지뢰라? 이건 신선한 표현인데?

이 기사 제목대로, 레드삭스는 1회 초 이후 날 피하려다가 다른 선수들에게 혼쭐이 났다.

3회, 라미레즈의 투런포와 날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어진 프레디의 2루타.

5회 라테의 홈런.

8회 스튜어트의 홈런까지.

1회 이후 내가 얻어낸 거라고는 볼넷이 전부다.

‘무리했으면 한 개 정도는 더 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뭐, 급한 건 아니니까.’

처음부터 무리해 봤자 뭐, 상대팀이 더 도망갈 명분만 줄 뿐이다.

오늘 경기가 조금 타이트하게 흘러가긴 했어도 그 정도까진 아니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까…….

“이삭. 케이시 어디 갔어?”

“몰라, 창피해서 도망간 거 아냐?”

“6이닝 3실점이 뭐가 창피해? 그치?”

“그렇지. 큭…….”

좋은 건수 하나 물었다.

시즌 땐 거의 매일 잘해서 이럴 기회가 없었지.

오늘, 케이시는 우리와 저녁을 먹으며 가루가 되도록 까여야 할 의무가 있다.

“전화해 봐, 무조건 나오라고 해. 아니면 쳐들어간다고.”

“그래야지. 좀 있다 보자고. 거기로 가는 거 맞지?”

“당연하지.”

“그래, 오랜만에 스테이크…….”

“너네 집 말이야. 원래 포스트시즌 첫 경기 이후에는 무조건 너네 집에서 스튜를 먹는 거잖아?”

“그건 무슨…….”

좋아. 저녁엔 맛있는 스튜를 먹고, 남은 건 싸 달라고 해서 가져가야지.

마침 부모님도 가끔 생각난다고 하셨으니까. 음음, 좋아.

“나 간다. 주말 낮경기는 이게 좋아. 경기를 끝내도 시간이 많이 남잖아?”

집에 가서 수리하고 조금 놀다가 가면 딱 맞겠네.

그리고 그날 저녁.

“맘, 오랜만이에요.”

“오랜만? 그렇다기엔 엊그제도 보지 않았니?”

“그땐 그때구요. 지금은 지금이죠.”

“호호홋, 그렇긴 하지. 음…… 근데 붐, 오늘은 조심해야 할 것 같구나.”

“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언제나처럼 반갑게 우릴 맞아 주시는 이삭의 어머니-우리는 그래서 그녀를 맘이라 부른다. 페이스 빼고-의 경고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으면 안 됐다.

“왔어? 붐?”

살짝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홀로 앉아있던 이삭이 날 어색하게 반겼고, 동시에 내 왼쪽 어깨에 올려진 누군가의 손.

“왔네. 왔어.”

이 목소리는…….

“오늘, 경기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팬을 만났어.”

안 돼…….

“그 팬은 한국에서 왔다더라고. 아주 먼 거리를,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말이야. 누구를 보러 왔는지 알아? 물론 너겠지. 그리고 또 한 명. 그게 나야. 날 위해서 그들이 디트로이트에 왔다고.”

내가 유언장을 작성해 놨었나?

예전에 수리에게 말은 했던 거 같은데, 그건 법적 효력이 없겠지?

이래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 먼저 유언장을 작성해 놓는 거구나. 아…….

“내가 오른손으로, 그래. 이 오른손 말이야. 사인을 해 주니까. 그가 웃더라고, 아주 크게. 난 물었지. 왜 웃냐고. 그러니까 눈이 동그래져서 내게 말하는 거야. 이해돼? 눈이 동그래졌다고. 그리고 내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눈도 동그래졌어. 아주, 아주 크게.”

“황금의 시대, 난 그저 그 말을 원했을 뿐이야. 근데 뭐? 최강 사범? 최강? 넌…… 넌…….”

생각났다.

혹시 몰라 검색해 본 헤나를 지우는 법이.

여전히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숙이고 말을 뱉고 있는 폴리에게 말하려는 순간.

“내게 모욕감을 줬어. 그리고 이 제이슨 폴리는 복수를 아주, 아주 즐기지.”

내 입을 누군가가 막았다.

“붐, 그냥…… 조용히 따라와요. 아프진 않을 거예요. 그냥 단지…… 조금 힘들 뿐.”

아아.

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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