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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김사범, 2022시즌(치국(治國))(3)

[경기에 들어가기 전, 가장 신경 쓰는 게 있어요.]

“푸크크크큭.”

[바로, 완벽한 마무리죠.]

“폴리, 이건 네 이야기 같은데?”

“맞네, 완벽한 마무리.”

[그래서, 전 매일 경기 전, 완벽한 마무리를 위한 면도기를 씁니다.]

“크하하하하하! 붐! 이 동영상, 진짜 이런 내용이야?”

[치크 하이드로 머신. 당신도 한번 써 보세요.]

방심했다.

결국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밝혀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내 실수다.

“맙소사, 이런 광고를 어떻게 찍은 거지? 면도기 광고라니!”

사실, 거절할 수도 있는 광고였다. 내게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관심사고, 짐은 비시즌 동안의 일정을 모두 내 의견에 맡겼으니까.

“이삭, 그만 해. 붐이 거의 폭발 직전이야. 자꾸 그러다간 붐의 수염이 폭크크크큽!”

과욕이었다.

쓸데없는 자존심이었고.

그저…… 내가 저 광고를 찍기 전까지, 저 회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축구선수를 모델로 내세웠고, 야구선수로서는 내가 처음으로 제안을 받았다는 게 뭔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자존심이란 게 뭔지…….’

그리고 난, 지금 그 선택을 매우, 매우 후회하고 있다.

“아하하핳, 아, 너무 멋져요 붐. 전 이런 연기를 못 할 거예요. 와, 어떻게 하면 이렇게 어색한 연기를 잘할 수 있는 거죠? 마지막 웃음까지, 완벽해요 정말.”

“그만, 거기까지. 앞으로 한 마디만 더 나오면 그 사람 척추는 정확히 반으로 접힐 거야.”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난 라테가 공에 손을 맞았을 때 조용히 구석진 곳에서 수다나 떨면서 폴리가 미네소타 녀석들을 부수는 걸 구경만 했을 거다.

“폴리, 폴리! 이거 봐봐! 한국의 팬들이 또 붐의 영상을 올렸어!”

“이번엔 뭔데?”

“몰라, 이제 봐야지. 자막이…… 있네! 뭐야, 섹시스타 김사범?”

그 벤치클리어링 아닌 벤치클리어링이 끝나고 나서, 발 빠른 한국 네티즌들은 내 입모양을 토대로 굉장히 정확한 자막이 섞인 하이라이트를 미튜브에 올렸다.

그리고 그 영상은…… 정말 대박이 났고…….

미튜브의 메인 페이지에서 지금까지 내려오지 않고 있다.

“도대체 한국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야? 이런 영상을 도대체 어디서…….”

그래, 문제는 바로 한국 네티즌들이다. 아니, 한국 네티즌 중에서도 할 일 없고, 능력이 좋은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 낸 동영상들, 방금 그 광고의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이라든지, 섹시스타 김사범이라든지, 김사범 인터뷰 굴욕이라든지 하는 클립들이 연관 동영상으로 마구 뜨기 시작했고, 그 동영상들은 호시탐탐 날 노리고 있는 우리 팀의 하이에나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붐 몰래 유니폼 엉덩이 쪽을 찢, 으컼!”

후우.

“혹시 억울해? 이삭? 너무 억울해하지 마. 원래 이런 건 마지막 사람이 다 뒤집어 쓰는 거야.”

혼자만 당했다고 억울해할 수도 있는 이삭에게 친절하게 속삭여 준 뒤, 풀타임으로 출장하느라 힘든 몸을 정성스럽게 꺾어 줬다.

카이로프랙틱으로.

그걸 어떻게 하는진 모르지만.

* * *

“오늘의 인터뷰 대상은 요새 매이저리그를 휩쓸고 있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론 가든하이어 감독과 사범 킴입니다. 아, 누군지 헷갈리시겠군요, ‘붐’입니다.”

“안녕하세요, 론 가든하이어입니다.”

“안녕하세요. ‘붐’이라 불리는, 사범 킴입니다.”

예의 그 미네소타전을 끝내고, 다음 경기에서 우린 지구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0으로 만들었고, 프런트는 론과 내 눈치를 보며 마구 인터뷰를 잡아 댔다.

바로 지금처럼.

“타이거즈의 기세가 아주 매섭습니다. 이미 저번 시즌에 경신한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을 다시 한 번 노리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덕분에 론과 나는 꽤 괜찮은 인터뷰 스킬을 가지게 되었고.

“121승, 아주 불가능한 기록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108승을 거두고 있고, 단지 30번만 패배했을 뿐이죠. 남은 24경기에서 60퍼센트 정도만 이기면 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시즌 승률은 79퍼센트가 넘죠.”

“하하하,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론의 의견에 붐도 동의하나요?”

“당연하죠. 우리는 지금 선순환을 하고 있습니다. 강한 자신감이 경기장에서 좋은 플레이로 나타나고 있고, 좋은 플레이는 다시 강한 자신감의 원천이 되고 있죠. 우리는, 또 한 번 역사에 남을 겁니다.”

선수단을 대표하여 디트로이트의 팬들이 우리에게 보고 싶은 모습을 보여 줄 정도의 배짱 또한 가지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자, 여기서 개인 성적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죠. 지난 미네소타 트윈스 전 이후로 3경기 동안 홈런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혹시 부상이…….”

DL에 등재되고 난 뒤에 조금 귀찮아진 게 바로 이런 점이다.

‘나도 사람인데, 한두 경기쯤 홈런을 못 칠 수도 있지. 그거 가지고…….’

홈런을 치지 못하는 경기 이후에 꼭 부상에 대한 말이 나온다는 거.

“몸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사실, 기록을 세웠던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더 좋아요. 하지만 지금은 시즌 후반이고, 우리가 상대하는 구단들은 순위 경쟁에 한참입니다. 그런 팀들이 저를 상대하지 않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죠.”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이 보이는 팀들이 오직 ‘승리’에만 배팅할 시기니까, 나를 상대해 줄 리가 없지.

“그렇군요. 몇몇 전문가들은 김사범 선수의 타순을 다시 3번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죠?”

“그건 제가 답하겠습니다. 물론, 더 많은 타석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면 3번이 아닌 1번에 기용하는 게 당연합니다.”

론의 말대로, 기록이 달려 있던 앞의 두 시즌은 후반기에 1번으로도 제법 나갔었다. 일종의 배려로.

“하지만, 한 타석에 더 들어가는 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닙니다. 후반기에 들어서 부상으로 DL에까지 등재됐던 타자가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서 다시 몸 상태가 나빠진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아주 끔직한 일이 되겠죠.”

“아하. 그럼 체력 관리를 위해……?”

“비슷합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팀이 아주 훌륭한 생산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죠. 붐이 4번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 투수들은 호세 바티스타나 프레디 프리먼을 피하지 못하니까요.”

출루율이 좋은 테이블 세터가 꾸준히 출루를 해 주고, 펀치력이 있는 타자들이 내 주위에 포진해 있다.

론의 말대로라면, 난 일종의 토템 같은 거다. 주변 타자들의 기회를 더 높여 주는 토템.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기 전에 조금 가벼운 주제로 넘어가 볼까요? 붐, 혹시 요즘 미튜브에 뜨고 있는 영상, 보셨겠죠?”

“봤습니다. 꽤 많이.”

“아하, 평소에도 본인의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인가 봐요?”

“아뇨. 제가 좀 놀려 대면 팀원들이 그 영상을 제게 들이밀거든요.”

“파하하하하핬!”

이 아저씨, 터졌다.

진짜 터졌어.

“프픕, 아. 죄송합니다. 후우, 아무튼, 여기 나오는 자막, 정확한 뜻이 맞는 거죠?”

“음……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음…… 처음 알았는데, 정말 화가 많이 나서 욕을 하면 나도 모르게 영어가 아닌 한국말이 나온다.

물론 이 동영상을 편집한 아주 친절한 어느 분께선 그 부분조차 아주 찰진 영문 욕으로 번역을 해 놓으셨지만.

“알겠습니다. 노코멘트라면…… 그런 의미겠군요.”

응? 잠깐.

“잠깐, 잠깐만요.”

“네,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여기 댓글에 보시면 한국 국적의 네티즌들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빵을 굽다(Bake bread)? 이게 무슨 의미죠? 한국에서만 통하는 어떤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요?”

“음…… 그건 정말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어떻게 설명할지 감도 안 잡히거든요…….”

말 잘하는 사람을 붙잡고 ‘식빵을 굽는다.’라는 말이 인터넷상에서 어떤 드립으로 쓰이고 있는지 외국인에게 설명을 해보라고 하고 싶다.

“음…… 그렇군요. 그건 제가 따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죠. 붐, 최연소 200-200을 달성한 순간은 어땠나요?”

기억도 안 나는데.

뭐 그냥 그저 그런 홈런 중 하나였지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중 아무도 그 기록을 신경 쓰지 않았어요. 모두 경기 후 기사를 보고 알았다니까요? 몇몇 동료들은 그 사실을 좀 아쉬워하기는 했지만……. 뭐, 괜찮습니다.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저에겐 그저 스쳐 지나가는 기록에 불과하니까요.”

1000-1000 정도 되면 좀 신나겠네.

절대,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기록이니까.

* * *

[이름 : 4번 타자

칭호 : 힘이 999인

직업 : 전사

스탯

힘 : 999+(현재 적용 : 999)

민Ф : 10

지능 : 10

내@ : 13

스킬

Δ안(펼치기)

999999번의 스윙(펼치기)

기분 나쁜 선생님(펼치Γ)

스% 묶음(펼치기)]

‘보자, 하나, 둘…… 다섯 개? 지난주보다 한 개 더 늘었네?’

상태창이 깨지기 시작한 뒤, 난 가끔 깨진 글자들이 몇 개인지 세어 보는 취미가 생겼다.

‘저번에 늘었던 때가…… 한 달 전? 음, 그럼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깨지는 건 아닌 것 같고.’

일종의 탐구심? 그래도 내 몸의 일부가 된 녀석인데, 그냥 내버려 두기에 좀 그렇기도 했고.

“자기, 일어났어?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났네?”

반쯤 감긴 눈으로 내게 다가와 안기는 수리.

“오늘은 낮 경기라 일찍 나가려고. 오늘 저녁, 알지?”

“그…… 파티? 지구 우승 기념으로 구단주가 주최했다고 했나?”

“응. 아주 귀찮은 사람이야. 그냥 간단하게 식사나 하면 되지 왜 이런 걸 여는지…….”

미국에서 지낸 지 3년이 넘었는데도 이 파티 문화에는 좀처럼 적응하기가 힘들다.

짐은 한국에서 회식을 하는 거와 비슷한 의미라고 하는데, 뭐. 애초에 회식 자리에도 잘 참석하지 않아서…….

“푸흐흣, 아무튼. 귀찮은 거 싫어하는 거 보면 진짜 곰 같아.”

“곰? 곰 좋지. 그래서 겨울이 되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자잖아.”

“그러다가 스윙도 곰처럼 느려질걸?”

“수리, 잘 모르나 본데. 곰은 사실 엄청나게 빨라.”

“실제로 본 적 있어?”

“어?”

“없지?”

어릴 때 동물원에서…… 음…… 그걸 봤다고 해야 하나?

“난 봤어. 실제로. 차 타고 가다가.”

졌다.

이게 뭐라고 패배감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 오늘 수리에게 졌다.

[갑니다! 갑니다! 갑니다! 본인의 시즌 69호 홈런을 담장 밖으로 날려 버린 김사범 선수!! 1회부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기선제압을 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야구에선 이겼지만.

경기 후, 바로 이어진 회식(?) 자리.

“……작년과 같은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원하겠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성적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진상 구단주의 말이 끝나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파티가 시작됐다.

“프란-츠, 앨리-스! 저기 저 삼촌이 붐-이란다! 가서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프란-츠 피스예요!”

“엘리-스예요!”

맙소사. 이게 말로만 듣던 유전자의 힘인가?

“안녕? 반가워, 난 수리 킴이란다.”

그 와중에 뭔가 엄청난 소리를 내뱉는 수리.

그렇게 혼란스럽고, 신기한 파티가 계속되고.

살짝씩 얼굴이 붉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난 생각했다.

내년에도, 그 내년에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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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스탯 999 4번타자 - 힘 스탯 999 4번타자-1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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