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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김사범, 2021 포스트 시즌(열망)(6)

야구란 스포츠를 오래 하다 보면 내가 상대할 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대단한 능력이라기보단, 경기 전 훈련 세션부터 시작해서 주축 선수들의 움직임, 덕아웃의 분위기나 후보로 나설 선수들의 표정 등등을 보고 예상할 수 있는 건데…….

‘아주 그냥 악으로 똘똘 뭉쳤네. 살벌하게.’

손에 잡힐 듯 안 잡히는 우승에 대한 야속함과 메이저리그 첫 기록을 헌납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거기다 홈이라는 장소적 특성까지 겹쳐 있는 상황에서 다저스는 온몸을 불사를 준비를 끝낸 것 같다.

“뭘 그렇게 보냐?”

“어, 폴리. 팔은?”

폴리가 왼팔을 붕붕 휘두르면서 말했다.

“괜찮지. 당연한 거 아냐?”

“그건 왼…… 아니다. 오늘 조심해. 악당들이 이를 갈고 있는 거 같으니까.”

“네가 홈런 쳐서 내가 등판할 기회를 안 주면 되겠네. 잠깐, 그럼 제일 멋진 순간을 빼앗기는 건가? 흠…….”

오른쪽으로 던지는 녀석이 왼팔을 돌리면서 센 척을 하는 거 하며, 은근히 쉬고 싶다고 말하는 것까지.

머리에 별로 든 게 없는 폴리가 이런 식으로 피곤함을 호소한다는 건 정말 힘들다는 의미다.

“그래. 오늘은 푹 쉬어라. 내가 허락할게.”

“뭐라는 거야? 월드시리즈 마지막 공을 뭘 던져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 알아서 해라.

* * *

경기가 시작하기 전, 라커룸.

“마지막이란 말은 참 좋아. 마지막, 마지막. 뭔가 여운이 남는 게 참 멋진 단어지 않나?”

“맞아요, 론.”

그새 어디서 집어왔는지, 라커에 기대 해바라기씨를 먹으며 대답하는 미기.

“여기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미기밖에 없는 것 같군. 아니면 마지막이란 멋진 단어를 잘 모르는 애송이들이거나. 아무튼. 오늘 우린 이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할거다.”

“그…….”

“저기 눈치 없는 우리의 마무리 투수가 무슨 헛소리를 내뱉을지 잘 알지만, 뭐. 모두 힘을 합쳐 무시하도록 하지. 아무튼, 이제 한 경기 남았다. 우리가 야구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또 사람들에게 칭송받을 순간까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그저 평소처럼 하면 될 테니까. 질문?”

갑자기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샴페인? 맥주? 이온음료?”

이 정도만 말해도 모두들 알아듣겠지.

잠깐 머뭇하던 론이 이삭과 나를 번갈아 보며 대답했다.

“내가 보니 이삭이 사제 폭탄 제조를 잘하더군. 일단 경기장에선 이온음료로 하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렇게 론의 연설이 끝나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길에 미기가 날 불러 세웠다.

“붐, 오늘 컨디션 어때?”

“좋죠. 언제나와 같이.”

미기의 입술이 달싹이는 게 보였다.

“그…… 내가 좀 불편해 보인다면. 아니 뭐, 그렇다는 건 아닌데. 아무튼, 네가 보기에 내가 경기를 뛸 수 없을 정도라고 느껴지면 내게 말해 줘. 욕심 부리지 말고 벤치로 꺼지라고.”

“네?”

브레이크가 되어 달라는 말이군.

“아무튼, 알잖아? 그냥 내가 불편해 보이면 그 말만 해 주면 돼.”

“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어요.”

모르는 척하기도 힘들다 이젠.

“그리고, 송구 확실히 하고. 제대로.”

“제대로?”

“제대로.”

* * *

[……오늘 경기, LA 다저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모두 총력전을 예고했습니다.]

[양 팀의 선발만 봐도 알 수 있죠. 디트로이트는 1차전에서 던진 크리스 아처 선수가, 다저스는 2차전에서 던진 클레이튼 커쇼 선수가 선발투수로 나섭니다.]

[커쇼 선수는 2차전 투구 이후 이틀을 쉬고 등판하게 되는군요.]

[내일 선발 투수로 예정되어 있는 훌리오 유리아스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든 투수가 불펜에서 대기할 예정입니다. 지켜봐야 알겠지만 초반 3이닝 정도를 소화하고 내려갈 가능성이 크죠.]

30대 중반 선발투수가 경기에서 110개 정도의 공을 던지면 다음 날 어떤 상태가 될까?

답은 ‘시체’다. 괜히 팀에서 선발등판 다음 날은 노터치를 할 정도로.

어렸을 적 호기심에 간만에 선발로 투구를 마친 선배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대답을 듣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몸에 있는 관절마다 핀을 박아서 고정시켜 놓고, 오른팔에는 그 핀에 모래주머니까지 연결해 놓은 거 같다고 했었나.’

뭐 아무튼, 지금 저기 마운드에 서 있는 커쇼는 절대 원래의 컨디션이 아닐 거다. 분명히.

하지만…….

“스트라이크! 아우웃!”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의 몸을 속여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삭 페레데스 선수를 3구 만에 돌려세우는 클레이튼 커쇼 선수! 이른 등판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1회 초, 첫 타자부터 흥건히 젖은 이마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왼손을 보다 보면 곧 그 속임수로도 속일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를 것 같지만…….

따악!

“아웃!”

문제는 투구판을 밟고 서 있는 투수가 커쇼라는 거고, 적어도 게임 시작 후 지금까지 보여 준 그의 투구는 배트를 가져다 대기도 힘들 정도로 위력적이라는 거다.

두 타자를 순식간에 잡아낸 뒤 나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순간에도.

“스트라이크!”

“볼!”

“볼!”

“파울!”

“볼!”

“파울!”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본인의 몸을 속이는 사람은 다저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 미구엘 카브레라 선수가 커쇼 선수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군요.]

[평소와 달리 아주 작은 타격 폼으로 배트에 공을 가져다 대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커쇼 선수를 마음먹고 괴롭히고 있군요.]

마운드의 투수는 공을 던지고 나서 왼팔을 두어 바퀴 돌린다.

타석의 타자는 커트를 한 번 할 때마다 왼손의 장갑을 다시 채우며 주먹을 몇 번 움켜쥐었다 피길 반복한다.

두 사람의 위치라면, 지금 이 순간, 저 자리에 없어도 됐다. 혹여 지더라도 아무도 그들을 탓하지 않을 거고, 승리하더라도 나서지 않은 그들을 욕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저들은 그동안 자신이 환호받고, 욕을 먹던 바로 그 위치에 오롯하게 서서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그들의 그런 열망이 너무나 크고 밝아, 1루에 있는 나는 도루를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 * *

“수고했어요. 미기.”

“제기랄, 1도만 더 낮았으면 홈런이었을 텐데.”

그건 좀…….

안 그래도 하강기류 때문에 비거리 안 나오기로 유명한 다저 스타디움인데.

그래도 그렇게 작은 타격 폼으로 외야 멀리까지 타구를 날린 걸 보면, 다치지 않았으면 홈런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미기,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한데…….”

“뭔데? 설마 지금이 그 순간이야? 아직은 멀쩡한데?”

“아뇨. 수비 나가야죠. 미트는 저기 있어요.”

“아. 그렇군. 제길, 이걸 까먹다니.”

오랜만에 수비를 하러 나서는 미기와 같이 그라운드로 나섰다.

[다저스의 선두타자, 알렉스 버두고 선수의 타석입니다.]

[다저스의 라인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군요.]

[디트로이트가 그랬듯, 가장 익숙하며 가장 파괴력 있는 라인업을 짜낸 결과겠죠.]

크리스가 연습구를 던지는 사이, 내야진들은 미기를 위해 1루로 공을 던져 주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아주 어려운 공이 아니면 크게 통증을 느끼진 않는 것 같아.’

하긴, 이 정도로 통증이 느껴질 정도면 론이 알아서 휴식을 강요했을 거다.

[크리스 아처 선수, 초구를 던졌습니다!]

“스트라이크!”

거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패스트볼.

처음부터 큰 기회를 놓친 타자라고 보기엔 버두고의 표정이 너무 평온하다. 그저 약간의 아쉬움 정도?

‘웨이팅 사인이 나온 건가?’

타자들, 특히 여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타자들 중 벤치에서 나오는 웨이팅 사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잘 되도 볼. 안 되면 스트라이크를 먹고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따라서 저렇게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는 건…….

‘상대 투수를 개개인이 아닌 팀 전체를 움직여 잡아먹으려고 하는군. 흠.’

‘그런’ 야구의 원산지인 일본 출신인 페이스도 느꼈을 거다.

정말 다저스가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임을.

잠시 후, 내 걱정은 현실이 됐다.

“스트라이크! 아웃!”

[알렉스 버두고 선수, 높은 패스트볼에 헛스윙으로 물러납니다.]

[하지만 꽤 끈질긴 승부를 해 줬습니다. 초구를 놓친 게 억울했나 봐요, 하하.]

[2-2에서 2개의 공을 커트하고 7구째 공에 헛스윙을 했죠?]

녀석들은 집요하게 크리스의 ‘강점’인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다.

그것도 집요하리만큼 철저하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쉽게 잡아낸 크리스는 잘 던지지 않던 체인지업을 이용해 두 번째 카운트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그 후 버두고는 존 바깥으로 빼는 슬라이더는 참아 냈고, 존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슬라이더는 커트했다.

‘결과적으로 삼진을 잡긴 했는데…….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좋지 않은데.’

자신의 주 무기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크리스도 점점 지쳐 갈 거다. 애초에 구종이 다양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더.

따악!

2번으로 출장한 밸린저의 타구가 3루 쪽으로 향했다.

“내가 할게!”

헤이스의 콜에 백업을 위해 슬쩍 경로를 틀었다.

안정적으로 타구를 잡는 데 성공한 헤이스가 1루를 향해 바로 송구했다.

퍼엉!

“아웃!”

살짝 낮은 송구라 불안했지만, 미기는 익숙하게 몸을 낮춰 송구를 잡아냈다.

‘꽤 강한 송구였는데…… 괜찮은가 본데? 거의 다 나았었나 보네.’

마음속에 있던 두어 개의 구름 중 하나가 걷혔다.

* * *

경기가 후반에 접어든 7회 말.

그라운드는 숨쉬기 힘들 정도의 긴장감에 둘러싸여 있었다.

[커쇼 선수가 내려간 4회 초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마에다 켄타 선수가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 디트로이트 선발투수였던 시미즈 루이 선수의 업그레이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 투수니까요. 타순이 한두 바퀴 돌기 전에는 정타를 때려내기 힘든 투수죠.]

[디트로이트도 6회 말부터 뷰 버로우즈 선수를 투입하면서 경기는 불펜싸움으로 접어들고 있죠? 7회까지 책임져 준다면 디트로이트 입장에서는 최상의 결과겠네요.]

[디트로이트가 1:0으로 리드하고 있습니다만, 절대 방심하면 안 되는 스코어입니다. 정말 시즌의 끝에 몰린 다저스 선수단입니다.]

4회 초, 페이스와 나의 안타와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다저스는 커쇼를 내리고 마에다를 올리는 강수를 뒀다.

그리고 마에다는 미기에게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팀의 기대에 부응해 스튜어트를 외야 플라이, 닉을 병살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7회 말.

4회 이후 쌓여 온 분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 달아올랐다.

따악!

[아, 조지 스프링어 선수! 뷰 버로우즈 선수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간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베이스 온 볼스!”

[저스틴 터너 선수, 침착하게 공을 골라 나가는군요. 이쯤 되면 디트로이트 벤치에서도…… 아, 말씀드리는 순간 투수 교체입니다.]

[쉐인 그린 선수죠? 제이슨 폴리 선수가 마무리로 자리 잡기 전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투수이니만큼 이 위기를…….]

딱!

[아, 안타! 안타입니다! 코리 시거 선수의 안타!]

[2루 주자인 스프링어 선수는 홈으로! 아, 다시 돌아오는군요.]

[우익수인 닉 카스테야노스 선수의 수비 위치가 좋았어요. 정상 위치였다면 홈까지 들어왔을 겁니다.]

무사 만루.

타석엔 키버트 루이스. 다저스가 어린 나이에 주전 포수 자리를 맡길 만큼 방망이가 좋은 녀석이다. 3할 언저리의 타율에 18개의 홈런.

큰 무대, 중요한 순간에 나서는 어린 선수답지 않는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온 녀석은 2개의 공을 지켜보다 매섭게 배트를 돌렸다.

따악!

[키버트 루이스 선수! 쳤습니다! 내야를 가르는 땅볼 타…… 아! 김사범 선수가 잡아냅니다!]

공을 잡자마자 슬라이딩을 한 자세 그대로 글러브에 오른손을 집어넣어 이삭에게 토스했다.

2루 베이스를 밟고 자연스럽게 피벗 동작을 하는 이삭. 타구가 빨라 충분한 여유가…….

촤아아악!

코리 시거의 슬라이딩이 깊다.

1루 주자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태클.

스파이크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누가 봐도 이삭을 향하고 있는 움직임.

‘이삭! 뛰어!’

“뛰……!”

내 입에서 경고가 나오기도 전에 이삭은 이미 뛰어올라 1루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삭의 오른팔에서 뿜어져 나온 공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미기의 미트를 향해 쏘아졌다.

“아웃!”

“아웃!”

[아, 역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키스톤 콤비답습니다. 이 타구를 병살로…….]

[비록 한 점을 주긴 했습니다만, 아주 좋은 수비였습니다. 놓쳤다면 게임을 완전히 내줄 뻔했거든요.]

“뛰 뭐?”

“아냐. 뛰긴 했지? 뛴 거나 안 뛴 거나 구분이 안 가서 헷갈려.”

“날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내 키를 모욕하는 건 못 참아.”

“뭐라는 거야?”

짧은 만담 후에 이삭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 주먹을 내밀었다. 시선을 돌린 채 마주 주먹을 부딪히는 녀석.

그리고 쉐인은 우리의 플레이가 헛되지 않게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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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스탯 999 4번타자 - 힘 스탯 999 4번타자-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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