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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김사범, 2020시즌(vs 토론토, 그리고 괴물)

초등학교 고학년 때, 한참 야구가 너무 재미있었던 그 시절 나는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야구와 관련지어서 생각했었다.

“모두 수학 익힘책의 문제를 풀어 볼까요?”

‘한 번 공격 때 23점을 낼 수 있는 팀이 9번 공격하면 207점이네.’

“모두 횡단보도에서 손을 들고 건너야 하는 건 알죠? 그럼…….”

‘1루에 나가면 나 혼자 달리는 게 아니라 코치님의 지시를 받고 뛰어야지. 항상 3루 쪽을 바라봐야 한다고 하셨어.’

지루한 수업시간, 그 시간을 보내는 나름의 방법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국기에 관련된 수업에서도 나는 어김없이 딴생각에 빠져 있었다.

‘어? 저 국기, 경기장 같네?’

내 시선을 사로잡은 캐나다의 국기.

캐나다 국기 가운데에 그려져 있는 단풍잎이 어린 시절 나에게는 주자로 가득 찬 만루 상황을 앞에 둔 타자가 서 있는 모습으로 보였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오늘, 난 캐나다를 연고지로 둔 팀을 상대하는 타자가 됐다.

그들의 국기와 같은 만루 상황에서.

[김사범 선수가 5회 말, 노아웃 주자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섭니다. 네이트 피어슨 선수가 갑자기 제구 난조를 보이네요.]

[3회 초에 게레로 주니어 선수가 솔로 홈런을 칠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자신감 넘쳤던 블루제이스인데요. 이렇게 되면 흐름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게레로 주니어 선수의 세레머니도 인상 깊었죠? 김사범 선수를 지나치며 했던 걸로 봐선 김사범 선수를 굉장히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습니다. 아, 토론토가 투수를 교체하네요, 이렇게 되면 4이닝 1실점,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가게 됩니다.]

느낌이 왔었는데, 아쉽다. 3회 공격 때 커터에 당했던 복수를 해주고 싶었는데.

내야 땅볼로 기록됐지만, 원래는 내야를 빠르게 벗어나는 타구였다. 외야의 경계선까지 물러나 있던 2루수가 낚아채서 1루로 던지기 전까진.

[이번에 올라올 선수는 존 액스포드 선수입니다. 나이가 꽤 많은 베테랑 선수죠? 아무래도 만루 상황이다 보니 경험이 많은 선수를 올린 것 같습니다.]

[몸을 풀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았으니까요. 과연 토론토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남게 될지 궁금하네요.]

타석에서 물러나서 액스…… 어쩌구 투수의 연습투구를 지켜봤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공. 자연스럽게 시선을 그라운드로 향하니 잔뜩 물러나 있는 토론토의 수비진이 보인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전진수비를 해서 홈 승부를 노리지 않나? 흠.

나는 철저하게 계산적인 메이저리그의 수비를 볼 때마다 괴물이 떠오른다. 쉽게 보이다가도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면 더 커진 덩치로 내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괴물.

지금 이 시프트를 깨는 건 쉽다. 그저 빈 곳으로 적당히 번트를 대면 되니까.

돌아오기 전, 번트의 달인이었던 내 피가 잠시 끓는 게 느껴졌다.

‘한번 해봐?’

아직도 그때의 감각과 요령은 내 머리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게 맞는 선택일까? 그저 저 수비수들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 번트를 대는 게?

‘이젠 아니지. 내게는 앞을 가로막는 괴물들을 부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 장타를 막기 위 해 뒤로 물러난 거라면, 더 강하게 치기로.

“타자, 타석으로.”

심판의 말에 타석에 들어섰다.

타격자세를 취하며 의식적으로 신경 쓰던, 몸 안에 남겨둔 브레이크들을 하나하나 풀었다.

시즌 후반? 모른다. 체력 소모? 그것도 모른다.

일단 이 수작질을 부숴야 좀 시원한 기분이 들 거 같다.

[바뀐 투수, 존 액스포드 선수가 초구를 던집니다!]

카운트를 잡으러 오는 초구를 하도 쳤더니 이제 초구에 좋은 볼을 잘 안 준다.

존 바깥쪽에서 흘러나가는 변화구를 던지거나 지금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공을 던지는데…….

하지만 저 투수가 던진 공은 내 배트가 닿는 곳으로 떨어지고 있다. 투수의 몸이 덜 풀렸는지, 아니면 긴장했는지 모르지만 심지어 조금 이르게 꺾이며 구질조차 파악되는 공.

빠아악!

오른 다리가 무너질 정도로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아니, 그냥 오는 공을 보이는 대로 최선을 다해 후려쳤다.

치는 순간 갑자기 무게감이 없어진 배트를 놓고, 1루를 향해 출발했다.

[Let's get it Boom! Boom! Boom!]

[김사범 선수, 그랜드 슬램! 이 홈런으로 김사범 선수의 홈런 개수는 39개가 됐습니다!]

[방금 홈런 기록으로 39개의 홈런과 30개의 도루를 기록한 김사범 선수입니다. 만으로 20살 시즌에 이런 기록을 남긴 건 김사범 선수가 유일해요. 방금 홈런으로 캔 그리피 주니어 선수의 기록을 깨 버렸습니다!]

홈플레이트를 밟자 이삭이 나에게 뭔가를 건네줬다.

“이게 뭐야?”

“빅리그 첫 만루 홈런 기념품.”

손잡이 부분과 배트 몸통 부분이 갈라져 달랑거리는, 내 배트였던 물건을 들고 덕아웃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내 몸을 타고 돌아다니는 경련.

“끄응, 괜히 오버했네.”

조금씩 쑤시기 시작하는 몸 때문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만 20세 시즌에 30-30을 기록한 선수는 켄 그리피 주니어, 마이크 트라웃, 그리고 김사범 선수밖에 없습니다. 루키 시즌으로 한정하면 트라웃 선수와 김사범 선수만 남는데, 사실 트라웃 선수는 30-30을 기록하기 전 시즌에 40경기가량을 이미 뛰었었거든요? 실질적으로 순수 루키로서는 김사범 선수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죠.]

[루키 시즌 홈런 기록에서도 2017시즌 코디 밸린저 선수를 제치고 역대 3위로 올랐습니다. 이제 김사범 선수의 위로는 마크 맥과이어 선수와 애런 저지 선수의 기록만 남아있어요 ]

[하하, 맥과이어 선수가 49개, 저지 선수가 52개를 기록하고 있죠? 만약 다시 한 번 순위가 올라간다면 말로만 듣던 50-50도 꿈은 아니겠어요.]

[스코어는 5대 2! 디트로이트가 김사범 선수를 앞세워 역전에 성공합니다!]

* * *

[김사범 선수가 고의사구로 출루한 뒤 도루에 성공합니다! 시즌 31개째 도루!]

.

.

.

[김사범 선수 타석에 대타가 나섭니다. 이미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교체를 해준 것 같죠?]

[어차피 또 고의사구로 나가도 도루를 할 수 없는 점수 차이니까요. 좋은 선택입니다.]

9:2.

우린 토론토와의 첫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경기 후.

“이삭, 요즘 물이 올랐네?”

“붐, 너는 좀 그만 쳐. 상대방이 불쌍하지도 않아?”

“미기, 요즘 보충제 좋은 거 먹나 봐요? 아주 전성기 시절로 돌아간 거 같은데요?”

오늘 경기에 나가지 못한 폴리가 덕아웃을 헤집어 놓고 있다. 아, 시끄러.

경기 후 미팅까지 끝내고 코메리카 파크를 나가려고 할 때, 복도에서 게레로 주니어를 만났다.

“인정. 오늘은 내가 졌어. 역시 대단한데?”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거는 게레로 주니어.

“뭐, 보통이지. 계속 카운트 셀 거야? 내가 볼 땐 필요 없을 거 같은데.”

“하하하, 그래. 좋아. 내 완패야.”

후후후, 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야구는 장기전이야. 시즌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거든. 오늘 내가 졌어도 나중에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몰라.”

“뭐, 그래. 그렇긴 하지. 그럼 푹 쉬어라, 밤에 돌아다니지 말고. 여긴 디트로이트거든.”

게레로 주니어의 말이 맞다. 운동으로 먹고사는 프로들의 내일은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까. 당장 내일 치명적인 부상으로 경기를 뛸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억!”

1회부터 내 2루타와 미기의 장타성 타구로 1점을 내며 순조롭게 풀릴 거 같던 게임은 카스테야노스의 타구 때 3루에서 쓰러진 미기를 시작으로 한없이 꼬여 갔다.

[미겔 카브레라 선수가 쓰러졌는데요, 허벅지 뒤를 잡고 쓰러진 걸로 봐선 햄스트링인것 같습니다.]

[아, 베테랑 선수들에겐 치명적인 부상입니다. 슬슬 순위 경쟁을 위해 달려야 할 디트로이트로서는…….]

결국 그날 경기는 철저히 날 피하며 고립시킨 토론토의 승리로 끝났다.

“미기는 햄스트링 쪽에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하더군. 아마 15일 DL에 올라갈 거야.”

경기 후 미팅에서 론이 미기의 상태를 말해 줬다. 15일 DL이지만 미기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 안에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돌아오기 전, 체력 관리를 위해 한두 경기를 빠진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부상이 없었던 미기다. 디트로이트는 그런 미기를 중심으로 팀을 완성시켜 지구 내에서 꽤 괜찮은 성적을 남겼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내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번 타석도 볼넷이네요. 카브레라 선수의 햄스트링 부상 이후 카스테야노스 선수가 3번 타순으로 출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디트로이트를 상대하는 팀들이 이젠 당연하게 거르는 선수가 됐어요. 물론 경기 전체를 다 거르진 않지만 이렇게 드문드문 타격기회가 오다 보면 당장 타격 컨디션 유지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후반기로부터 한 달이 지난 오늘. 내 홈런 기록은 39개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었고, 도루 기록만 무서운 페이스로 쌓였다.

“세이프!”

[아, 피치아웃! 2루에서…… 세잎입니다! 김사범 선수의 시즌 52번째 도루!]

[분풀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견제구를 아무리 뿌려도, 심지어 피치아웃을 해도 도루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도루가 가능하면 뛰는 게 맞지만,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도루는 생각보다 부상 위험이 아주 큰 플레이니까요.]

슬라이딩 한 뒤, 2루 위에서 벨트에 낀 흙을 털어 냈다. 수없이 많은 견제구 끝에 얻은 귀중한 도루. 하지만 즐겁지 않다.

[디트로이트, 폴리 선수와 그린 선수를 이용해서 경기 후반, 한 점 차 승부를 지켜냅니다.]

[아, 오랜만의 승리네요. 아쉬운 건 클리블랜드도 오늘 경기에서 승리해서 게임 차이를 줄이지 못했어요. 아직 9경기 차이가 납니다.]

[카브레라 선수의 부상 이후 6연패를 한 게 정말 아쉽습니다.]

[그 이후에도 긴 연패는 없었지만 투타의 균형이 안 맞고 있거든요? 유망주가 주축인 팀의 문제인데, 분위기가…….]

언제나와 같은 저녁,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처럼 활기차지 못했다.

“케이시, 몇 경기 차이지?”

“9경기.”

“아니, 그거 말고. 와일드카드.”

“그건 동부에서 다 해먹어서 잘 몰라.”

폴리에 물음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케이시.

“이번 시즌은 정말 동부가 다 해먹겠네. 후.”

이삭의 한숨. 그도 그럴 만한 게, 동부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양키스에 이어 2위인 보스턴, 3위인 탬파베이가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나란히 1, 2등을 달리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모르잖아? 미기도 곧 돌아오고, 탬파베이하고는 아직 4연전이 남아 있기도 하고.”

폴리가 요 근래 한 말 중 제일 맘에 드는 말이다.

“맞아, 아직 포기하긴 이르지. 탬파베이하고 경기가 다음 주지?”

“다음 주 주말 원정경기.”

“잘 됐네. 이번 주말에 미기가 돌아오니까 슬슬 달려 보자고. 나도 최대한 많이 뛰어 볼 테니까.”

“붐의 입에서 최대한 많이 뛴다는 소리가 나오다니. 이삭, 타자들이 좀 분발해야겠는데?”

폴리의 도발이 이삭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하우스 내의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와, 저 덩치를 저렇게 접는단 말야?’

* * *

그리고 마침내, 미기가 돌아왔다.

“우리 루키들, 내가 없는 동안 아주 여기저기서 쥐어 터지던데?”

“미기, 정말 잘 왔어요. 몸은 어때요?”

첫 스프링 캠프에서 미기를 봤던 그때 같다.

“이젠 다 나았어. 나이는 속일 수 없나 봐.”

“햄스트링을 속일 수 없는 거겠죠.”

“하하, 맞아 폴리. 조금 이따 몸 좀 풀고 넌 속일 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고.”

“취소, 취소예요.”

우울하기까지 하던 팀에 활기가 돈다.

그리고 조금 뒤, 또 다른 반가운 사람이 코메리카 파크에 도착했다.

“붐! 반가워, 오랜만인데?”

“스튜어트! 콜업 된 거예요?”

“팀이 아쉽긴 했나 봐, 올림픽에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바로 올라가라고 하더라고.”

“하하, 아 맞다. 은메달 축하해요.”

“금메달이 아니라 창피한데 뭐.”

“그래도 스튜어트는 제 몫을 했잖아요? 결승전이야 일본 투수가 잘 던진 거고.”

“말도 마, 팀 분위기가 아주 개판이었어.”

왜 그런지 알 거 같다. 그 녀석에 관련된 일화들은 나도 기사로 많이 접했었으니까.

“왜요?”

“마이크 페이스라고 일본에서 뛰는 포수가 있었는데, 그 녀석 때문에 난리였거든.”

“4강전에서 결승 홈런 날린 선수, 맞죠?”

“봤나 보네? 그 녀석이 어땠냐면…….”

그 포수, 잘하면 내년에 우리 팀에 올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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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스탯 999 4번타자 - 힘 스탯 999 4번타자-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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