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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김사범, 날개를 펼치다(1)

한공고 야구부실.

날이 풀려가는 5월 중순이지만 싸늘한 냉기가 돈다.

“야, 숨 막혀 죽을 거 같아.”

“닥쳐, 입 함부로 열지 마, 분위기 파악 좀 해라.”

“……야, 감독님 언제 오시냐? 그냥 빨리 연습했으면 좋겠는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리고 이종협 감독이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몇몇 선수의 얼굴을 살피는 감독.

“예상했던 대로 얼굴들이 말이 아니군.”

불을 붙이는 한마디, 모두가 이 감독의 입을 주목한다.

“좋아, 상대 팀 분석 전에 잠깐 시간을 내도록 하지. 궁금한 게 있다면 지금 말하도록.”

3학년으로 보이는 선수가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든다.

“김준섭, 말해라.”

“이번 타순변경의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현대 야구가 프런트 중심으로 돌아가고, 빠르게 데이터 중심으로 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구단은 선수기용에 대한 감독의 권한을 인정한다.

프로 구단조차 감독의 입김이 그렇듯 강한데, 고교 야구에서 감독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준섭의 질문은 그런 권위를 깨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사 표명일 것이다.

“왜 한길이가 4번에서 6번까지 내려왔나, 이게 궁금한 건가?”

“흐읍!”

애써 돌려 말한 사실을 노골적으로 공론화한 이 감독.

“간단하지, 실력이네. 물론 우리가 그저 그런 평범한 팀이었으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거야.”

자신이 가져온 기록지를 펼치는 이 감독.

“하지만 우리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고, 그런 팀에선 때론 상징성이나 사기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있지.”

“한길이의 경우, 너희도 알겠지만 공 보고 공을 때리는, 직감적인 타자가 아니야. 대신 머리가 좋은 타자다 보니 투수들과의 수 싸움에 능하지.”

기록지를 보며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감독의 모습에 선수들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사범이가 3번에 기용되면서 투수들이 한길이에게 승부를 거는 일이 잦아지고, 수 싸움으로 가기 전 빠른 승부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예전보다 확실히 공격적으로 투구하긴 하네.’

‘와, 이거 이렇게 되면 한길 선배 자존심 어떡하지? 완전 공개적으로 밟히는 거 아냐?’

이한길의 얼굴은 붉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가면 선수, 팀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롭게 배팅할 수 있는 6번에 기용을 한 거야.”

선수들을 둘러보는 이종협 감독이 단호하게 말한다.

“라인업 변경에 대한 이유는 이정도로 마무리하지.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분석이 끝나고 따로 찾아올 수 있도록.”

켜지는 화면, 16강 상대 팀이 보인다.

“16강에서 맞붙을 상대는 마산마용고다.”

분석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 남자의 눈빛이 불타오른다.

* * *

“자, 이쯤 하지, 투수 파트와 포수파트는 김 코치한테 가서 따로 작성된 분석자료를 받아갈 수 있도록.”

“넵!”

“오랜 시간 수고 많았다. 오늘은 이만 헤치고 내일 경기에 늦지 않게 모여라. 이상.”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의 분석이 끝났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고등학교 수준의 분석이 아니야. 날이 갈수록 코치님들의 얼굴이 수척해지는 이유가 있었군.’

다들 마음이 맞는 몇몇 사람들끼리 뭉쳐 집에 돌아가는 게 보인다.

‘나도 마음이 맞는 녀석과 함께해야겠군.’

라커에서 소중하게 배트를 꺼낸 뒤, 실내 연습장으로 향한다.

오늘의 연습 루틴을 생각하며 즐겁게 걸어가던 도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감독님. 지금은 단순한 슬럼프일 뿐입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기회를 주십쇼.”

“음, 한길아. 내가 본 너의 모습과 지금 네가 생각하는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네?”

“너는 4번 타자일 이유가 없어, 아니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하나?”

지금 저기를 지나간다는 건 석유통을 들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라 조금 기다리며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너는 전형적인 게스 히터고,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타자다. 그런 타입의 타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경험이야. 지금 당장은 4번에서 물러난 게 자존심 상하겠지. 이해한다. 하지만 무의미한 경험을 쌓으며 허송세월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경험을 쌓는 게 너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거다.”

타당한 말에 내 고개도 끄덕여진다. 물론 내 고개만.

“그리고, 이제 개인 성적도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구나. 그동안 잘해 왔던 보상을 받아야지.”

최후의 카드. 드래프트도 나왔다. 거의 끝나 가는 분위기에 슬슬 움직이려는 찰나.

“김사범 때문입니까?”

“응?”

“전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녀석을 4번에 두려고 이러시는 거 같습니다.”

“흐음…….”

이한길의 말투가 격정적으로 변한다. 이거 좀 위험하군.

“그 녀석이! 단지 지금 잘 친다는 이유만으로 4번을 다는 것이 싫습니다! 팀을 위해 3년간 헌신한 건 그 녀석이 아니라 저입니다!”

아, 결국 떨어진 자신의 위치가 아닌 내 위치에 대한 질투인가.

‘정말 보기 싫군, 남자의 질투란. 하지만 이렇게 간다면…….’

“그만, 돌아가라.”

“감독님!”

“그만!”

복도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더 이상 넘어오지 마라, 내가 지금까지 너에게 가지고 있는 호의마저 버리고 싶진 않다.”

이한길은 이종협 감독이 선을 넘는 사람에게 누구보다 냉정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가라,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갑자기 다가오는 발걸음.

‘어, 이 상황에선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될 거 같은데…….’

발걸음은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마침내 마주친 둘,

어색하고, 뜨거운 공기.

“……다 들었냐?”

“어, 고의는 아니었다.”

“신나지?”

“뭐?”

“아냐, 됐다. 갈 길 가라.”

말을 마치고 돌아가는 녀석.

‘피곤해질 각오는 했는데, 더 심각한 것 같군.’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 연습장으로 향했다.

* * *

[오늘 경기는 타격전으로 진행이 되네요, 마용고, 또 투수를 교체합니다.]

[이번이 3번째 교체죠? 7회 말에 3번째 교체면 많은 수는 아닙니다만……. 선발투수가 조기에 강판당한 게 크네요.]

[스코어는 13:9, 한공고가 앞서고 있습니다, 잠시 뒤에 뵙겠습니다.]

한공고 덕아웃, 이정협 감독의 얼굴이 좋지 않다.

“역시, 상위권 팀들에겐 우리 팀 투수들이 쉽게 가질 못하는군.”

“맞습니다. 16강부턴 대회 일정이 빡빡해서 이렇게 될 줄은 알았습니다만, 그래도 아쉽습니다.”

“음, 한수는 내일 8강에서 던져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쳐도, 나머지 투수들이 차이가 너무 나.”

코치의 눈이 타석에서 잠시 물러나 있는 타자에게 향한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나마 타선이 도와주고 있군요.”

“사범이는 걱정하지 않았고, 태연이와 민수가 부담 가지지 않고 잘해 주고 있어.”

“이대로라면 사범이에게 집중된 견제가 조금 나아질 겁니다.”

[투수가 교체되고, 이제 다시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김사범 선수죠? 이번 전기 주말리그, 황금사자기까지 합쳐서 엄청난 성적을 보여 주는 선수죠.]

[오늘 경기까지 9경기 38타석 22타수 18안타 16볼넷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타율로 따지면 8할이 넘어요.]

[심지어 같은 기간 동안 홈런이 11개죠? 오랜만에 고교 리그를 압도하는 타자 유망주가 나왔어요.]

[안 위원님께선 이런 엄청난 타격 성적이 어떻게 나온 거라고 보십니까?]

“볼!”

[타격 메커니즘을 말하기 전에, 일단 공을 잘 봐요, 나쁜 공에 손이 거의 나가지 않습니다. 방금도 보세요. 존에서 약간 벗어난 슬라이더인데 전혀 배트를 내지 않아요.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이 확고하다는 이야깁니다.]

[공을 잘 본다, 그 말씀은 투수로서는 굉장히 무서운 소리 같습니다.]

[맞습니다. 잡으러 들어가면 맞고, 맞으면 홈런. 유인해 보려 살살 꼬셔도 넘어오지 않아요. 아, 이거 제가 투수라도 굉장히 힘들 것 같습니다.]

[투수로선 실투하지 않도록 존에서 멀리 빼서 거르는 게 최선이겠군요.]

[맞습니다. 김사범 선수가 얻어 낸 볼넷 수로 알 수 있죠, 확실하게 거르지 않고, 만약 실투한다면…….]

빠악!

[2구째 직구를 때립니다! 넘어가나요? 넘어가나요?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기는 타구! 김사범 선수의 투런입니다!]

[제가 말씀드렸죠? 느린 그림에서도 나오지만, 실투를 받아쳐 나온 홈런입니다. 아예 거를 거라면 포수가 저렇게 애매하게 앉아 있으면 안 되죠, 확실하게 나와서 받아 줘야 해요.]

[이번 홈런으로 스코어는 15:9! 한공고가 마용고의 추격 의지를 꺾습니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홈플레이트를 밟자, 기다리고 있던 김태연이 말을 건다.

“간만에 한 건 했네?”

“난 항상 잘하지.”

“재수 없기는, 잘했다.”

상대 팀이 날 마음껏 거르지 못한다는 게 이렇게 차이가 날 줄 몰랐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날 거르지 못한다. 나만 잘하면 돼.’

8할을 넘는 타율과 두 자릿수의 홈런도 날 만족하게 하진 못한다. 내 눈은 이미 더 높아져 있으니까.

황금사자기 16강 [VS 마산마용고]

5타석 3타수 2안타 1홈런(3타점) 2볼넷.

* * *

황금사자기가 열리는 목동 구장,

“오랜만이야, 메이슨.”

“우리 어제도 본 거 같은데?”

“왜 이리 까칠해? 어차피 이 동네에서 맨날 마주치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좀 신선하지. 안 그래?”

메이슨이라 불린 외국인의 표정이 날카로워진다.

“난 아직 네가 뺏어간 류의 얼굴이 눈에 선한데?”

“하하, 그게 언제인데 아직도 그래?”

“앨버슨, 그만하지. 그럼 좋은 주말 보내라고.”

“잠깐! 너도 킴을 보러 온 거지?”

“노코멘트.”

메이슨이 떠난 목동구장, 앨버슨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앨버슨, 왜 그렇게 급하게 나간 거예요?”

“아, 좋은 낚시꾼을 만나서. 원래 월척을 낚으려면 낚시꾼을 따라다녀야 하거든.”

그의 비유가 와닿지 않는지, 미간이 좁아지는 동료.

“낚시꾼이요?”

“본능인지, 노력인지. 아주 기가 막히게 잡는 녀석이 있거든. 물론, 끝이 좋진 않지만.”

“그게 저 사람이에요?”

“그래, 그리고 반응을 보아하니 냄새를 맡은 모양이야. 앞으론 좀 바빠지겠어.”

앨버슨의 얼굴에 비열한 웃음이 걸린다.

잠시 뒤, 메이슨의 차 안.

“빌어먹을! 이번에도 또 그 녀석들이야!”

[워워, 진정해. 여기는 한밤중이야. 큰 소리를 듣기엔 너무 늦었어.]

“그놈의 LA, LA, LA! 한국 사람들은 LA라면 아주 환장을 하지!”

[어쩔 수 있나, 그건 그 녀석들이 오래전부터 만들어 온 거라고.]

짜증이 나는 듯 셔츠의 단추를 두어 개 더 풀어 버리는 메이슨.

“후, 이번에는 놓치면 안 돼. 아주 거물의 냄새가 나는 녀석이야.”

[킴을 말하는 건가? 나도 봤어, 그 정도 스터프면 1~2년 안에 메이저에서 써먹을 수 있겠더군.]

“흥, 그 녀석을 우리 구단이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야구는 모르는 거라네, 친구. 우리가 아무리 가난해도 꿈은 꿀 수 있는 거 아닌가?]

자금 사정이 풍족하지는 않은 구단인 듯, 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조 섞인 농담이 흘러나온다.

“아무튼, 우리는 투수 ‘킴’이 아닌 타자 ‘킴’을 노려야 해.”

[오, 메이슨. 그 친구는 곧 불태우고 사라질 거라고 한 건 너야.]

“그야 그런 말도 안 되는 타격 폼을 처음 봐서 그런 거고. 보면 볼수록 탐나는 녀석이야.”

[제발, 우리 이성적으로 접근하자고. 네가 그럴 때마다 우리 구단이 휘청인 건 잘 알 텐데?]

큼큼,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헛기침을 하는 메이슨.

“이전 기록을 살펴보면 지금 이 정도로 하는 게 이상한 타자야. 하지만 지금 실력은 진짜지. 후려치기도 좋고, 다른 놈들이 꺼림칙해서 망설일 때 낚아야 해.”

[나도 꺼림칙해, 친구.]

가방에서 다른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뒤지며 메이슨이 말한다.

“딱 하나만 생각하자고. 약물만 아니면 돼. OK? 그 괴물 녀석의 팔뚝이나 가슴에 빌어먹을 빗살무늬만 없으면 그 타격 포텐셜은 진짜라고.”

[수비도 훌륭하고.]

“그렇지, 훌륭한 수비는 덤이지.”

[좋아. 해 봐. 다른 녀석들 들러붙지 않게 알아서 잘하고.]

“성적이 좋아서 몇몇 놈들은 이미 붙었을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알아서 할 거지?]

“걱정하지 마, 방법이 있으니. 뜨겁게 만들어 주자고, 너무 뜨거워서 갔다 댄 손이 다 익어 버리도록 말이야.”

[넌 악마야, 메이슨.]

“칭찬 고마워 친구. 속도 다 풀리고, 허락도 받았으니 이제 용건은 끝났군. 잘 자!”

[빌어먹을 자식. 끊어!]

끊어진 전화.

아직은 고요하지만, 곧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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