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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김사범, 2022시즌(평천하(平天下))(7)

[이삭 페레데스 선수의 타구가 우중간을 완벽하게 갈라놓았습니다!]

타구음이 들리고, 타구의 궤적을 확인하자마자 이삭은 짧은 다리를 이용해 최선을 다해 달렸다.

“하나 더! 하나 더!!”

덕아웃에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휴스턴의 우익수가 펜스까지 허겁지겁 달려가는 걸 보니 공이 힘을 잃고 애매한 곳에서 멈췄나 보다.

[코스가 좋습니다! 이건 2루까진 확실하겠네요!]

“좋아! 가! 가! 가라고!”

“이건 가야지! 좋아!”

옆에서 들리는 폴리와 케이시의 고함.

주자가 이삭이 아니라면 충분히 3루까지도 볼 수 있는 타구였지만, 수비와 타격이 좋은 우리의 이삭은 주루엔 통 재능이 없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나온 2루타.

“뭘 노리고 친 거지?”

“브레이킹볼인 거 같았는데. 잘 안 떨어졌어.”

“흐음. 일단 가서 봐야 알겠군.”

젊은 선수들이 그런 이삭을 보며 환호할 동안, 몇몇 선수들은 이삭의 타격을 분석했다.

아니, 분석할 만큼 많은 공을 보여 주지 못했으니까…… 예상이라고 해야 하나?

‘라테는 공을 좀 많이 봐 줬으면 좋겠는데.’

사실, 포스트시즌쯤 되면 이미 저쪽 투수의 투구 궤적이나 폼, 약점, 강점 같은 건 모두 분해되고, 분석된 다음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우리 앞에 놓여진다.

그러니까, 지금 라테가 공을 많이 보길 원하는 건 저 녀석이 던지는 공을 알아본다는 느낌보다 이미지 속의 공과 지금 녀석이 던지는 실제 공과의 간극을…….

따악!

‘이놈들이?’

[오늘 포레스트 휘틀리 선수의 공이 좋지 않군요. 단 2구 만에 두 타자를 내보냈습니다.]

[소위 말해 볼 끝이 더러운 패스트볼을 가진 선수입니다만, 오늘 패스트볼은 너무 깨끗하네요. 이렇게 된 이상 휴스턴이 빠르게 볼배합을 바꿔야 합니다. 평소처럼 패스트볼 위주로 피칭을 하다간 아주 이른 시간에 경기를 포기하게 될 수 있어요.]

내 배트를 들고 상태를 점검했다.

지난 2경기 동안 단 한 번도 공에 맞은 적이 없어 아주, 아주 깨끗했지만. 뭐, 기분이니까.

“붐, 만루에서 고의볼넷으로 출루하는 걸 보여 줘!”

“우와! 그거 정말 죽이겠는데요? 저도 나중엔 꼭 그런…….”

“아-하!”

남의 속도 모르고 재잘거리는 놈들을 뒤로하고, 대기타석으로 향했다.

“붐.”

덕아웃을 나가려는 순간, 들리는 낮고 작은 목소리. 론이다.

“네?”

“아마 상대 투수는 이를 악물고 던져 댈 거야. 몸쪽으로 타이트하게 붙일 수도 있으니 박스에서 떨어져서…….”

“몸쪽 공을 후려갈겨라?”

론이 당황하는 게 선글라스 너머로도 느껴졌다.

하지만, 론은 론이니까.

“……흠. 그것도 좋겠군.”

전혀 당황하지 않고 내 말을 받아줬다.

아주 무서운 웃음을 지으면서.

* * *

‘빌어먹을, 해설자라는 놈들은 또 공이 흔들린다며 씹어 대고 있겠지.’

포레스트 휘틀리.

그는 ‘영광의 길’만 걸어온 선수였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휴스턴의 유니폼을 받은 그는 2017년 한해에만 교육리그-싱글 A-어드밴스드 싱글 A를 거쳐 더블 A에 안착한, 휴스턴 팜 내에서도 아주 주목받던 투수였다.

‘그 빌어먹을 의사만 아니었어도 내가 지금 이렇게 푼돈이나 받으면서 던지진 않았을 텐데.’

2018년, 고질적인 등근육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생각 없이 처방한 의료용 스테이로이드를 맞기 전까진.

“금지약물이 검출됐네. 치료를 받기 전에는 무조건 팀 닥터에게 자문을 구하라는 말을 들었으면서…….”

덕분에 50경기 출장 정지를 받게 된 그는 전반기를 통째로 날려 먹었고, 가까스로 복귀한 후반기에는 리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나머지 잔부상을 달고 살았었다.

그리고 2019년,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시즌은 안 그래도 집중되었던 이목을 더욱 증폭시켰으며, 간단한 테스트(9월 확장 로스터)를 거친 뒤 2020시즌부터 ‘빅리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분 나쁜 녀석이 나타났다.

[포레스트 휘틀리, 이번 이닝도 삼진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새로운 세대를 이끌 선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 투수로 주저 없이 선택한 투수죠. 물론 타자는…….]

[‘붐’이겠지요.]

처음엔 그냥 별거 아닌, 덩치 큰 동양인이라고 생각했다. 장타력이 제법 좋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휘틀리는 자신의 공이 그를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포레스트 휘틀리, 아주 큰 한 방을 맞았습니다. 아, 방심했나요?]

[아닙니다. 이건 ‘붐’이 잘 친 거예요. 물론 흥분하면 제구가 흔들리는 경향이 있는…….]

그건 오산이었고, 던질 때마다 맞아 나가는 공은 휘틀리에게 커다란 부담감이 됐다.

‘왜, 왜 계속 맞는 거지? 내 공이 안 좋은 건가? 아냐, 그렇다고 하기엔…….’

이길 수 없는 상대, 넘지 못할 벽.

그런 적을 칭찬하고, 환호하는 언론들.

휘틀리는 곧 그 모든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호세 라미레즈는 꼭 잡아야 해. 만약 잡지 못한다면…….”

연속 안타를 맞고 나서 마운드로 올라온 투수 코치의 입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레파토리.

“결국 ‘붐’을 거르지 못하고 홈런을 맞겠죠. 네.”

뭔가 말을 하려 입을 달싹거리는 투수 코치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간 이후, 타석에는 호세 라미레즈가 들어왔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맘에 안 들어. 내 공만 정상이었다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녀석들인데…….’

김사범에게 지기 싫다는 마음 때문일까, 휘틀리는 자신의 몸 상태를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말았다.

그리고 짧은 투덜거림의 대가치고는 너무나 참혹한 피로감이 휘틀리의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후우, 나만 힘들 순 없지. 나만. 나만 그럴 순 없어.’

* * *

“볼!”

[아, 체인지업이 아주 크게 원바운드 뒵니다. 다행히 포수가 블로킹에는 성공했습니다.]

[이야, 이 체인지업은 써먹지 못하겠는데요?]

[네?]

[릴리스 포인트, 낙차, 구속 차이, 변화하는 시점, 그 무엇도 제대로 된 체인지업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정규시즌 때는 구종가치 1위를 차지했었던 공인데 말이죠.]

“볼!”

[보세요.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으니까 다른 변화구를 던져 보지만,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말을 안 듣는 상황에선 아주 쉽게 골라낼 수 있습니다. 하하, 이거. 어쩌면 아주…….]

“볼!”

[볼카운트는 쓰리볼, 휴스턴 벤치에서도 빠른 결단이 필요하겠네요.]

[어쨌든 코치가 한 번 마운드를 방문했으니, 다음 방문 시에는 무조건 교체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투수들이 다 제 컨디션이냐? 그건 또 아니거든요?]

“베이스 온 볼스!”

[네, 볼넷이네요. 이건 바꿔 줘야 해요.]

타석을 향해 나아가며 보호장구를 풀고 있는 호세에게 슬쩍 물었다.

“어때요?”

“뭘 어때? 존 안에 들어오는 공이 없어. 브레이킹볼도 다 보이고……. 그냥, 들어온다 싶으면 쳐.”

무사 만루의 기회.

마운드 위엔 경기 전보다 10년은 늙어 보이는 투수가 서 있다.

‘교체하려나?’

이삭과 라테가 연속 안타를 때려낸 순간부터 불펜은 가동되기 시작했을 거다.

그리고 아직 몸이 풀리진 않았겠지.

‘풀렸어도 풀린 티를 내지도 않을 거고.’

2군에 있었던 시절, 향상심 가득한 유망주들 사이에서 패배감에 절어 있던 선배들을 숱하게 봐온 나다.

그리고 그들이 풀었던 ‘패배담’도 많이 들어봤고.

이렇게 1회부터 패색이 짙은 경기에 나서길 원하는 투수들은 거의 없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최대한 등판을 미루고 있을 테니까…….

‘바꿔도 큰일, 안 바꿔도 큰일이라면 팀 내 에이스를 더 믿어 보겠지. 아마도.’

타격자세를 취하며 슬쩍 3루의 이삭을 바라봤다.

검게 탄 얼굴에서 슬그머니 피어나는 하얀 선.

아마 경기 시작 이후 처음으로 홈을 밟으면서 느낄 즐거움을 상상하고 있겠지.

그리고.

마운드 위의 투수가 와인드업을 했고.

퍼엉!

“스트라이크!”

내가 몸을 움찔하며 피할 만큼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내 몸쪽 존에 사정없이 꽂혔다.

놀라 마운드를 바라보니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씨익 웃는 투수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힘을 내는 포레스트 휘틀리 선수입니다.]

[바로 이거예요! 던지려면 이런 공을 던져야죠. 휘틀리 선수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뭐야? 팔을 갈아 넣기로 작정한 거야? 이거, 저 녀석에게 안 좋을 텐데.”

“닥쳐. 닥치고 타석에 들어와, 겁쟁이.”

음…….

누가 봐도 지금 저 녀석의 상태는…….

애초에 게임을 시작하고 공 10개도 안 던진 녀석치고는 너무 땀을 많이 흘리고 있는데.

“진심이야. 가서 물어봐. 괜찮냐고.”

휴스턴의 포수는 날 무시하기로 작정했는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나야 좋은데…… 흠…….’

아무래도 빨리 보내 줘야 할 거 같다.

[빠른 사인 교환 후, 바로 와인드업-]

일시적인 각성이라고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지웠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도 염두에 뒀다.

중심은 최대한 뒤로.

커터-슬라이더-커브가 들어오면 변화가 시작되기 전에 치는 게 이득이겠지만, 그러다가 체인지업이 들어오면 속절없이 헛스윙을 할 테니까.

대신 최대한 오래 보고, 아주 간결하게 배트를 낼 거다.

‘볼?’

패스트볼이라면 존 위를 지나갈 궤적.

하지만 그렇다고 치기엔 공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운데, 커브 혹은 체인지업.’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면 안 되지만, 뭐.

그리고.

하이 패스트볼로 보이던 공은 터널구간을 지나 급격한 변화를 보이며 존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슬라이더? 또?’

이미 배트를 멈추기엔 늦은 상황, 지금 궤적이라면 맞아도 땅볼을 면할 수 없다.

그래서 난.

오히려 더 빠르고, 강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배트 끝에 맞았는지 울리는 손.

그리고 타구는…….

[김사범 선수의 타구가 내야를 꿰……! 아! 포레스트 휘틀리 선수가 막았습니다! 바로 홈으로 토스하는 휘틀리 선수!]

마운드 근처에서 바운드된 공을 기어코 따라가 맨손으로 막아 낸 녀석.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할 때지.

“세잎!”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1루에서 멈추지 말고 2루로 향하라는 사인을 보자마자 무게중심을 마운드 쪽으로 향했다.

“가! 가! 가!”

마침내 2루에 도착해서야, 대충 상황이 그려졌다.

[아,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홈플레이트로 백업을 들어가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포레스트 휘틀리 선수!]

[수많은 투수 코치들이 투수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는 상황이죠. 절대 타구에 글러브 이외의 몸을 가져다 대지 말아라. 바로 이런 상황 때문입니다.]

[오른손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휴스턴의 팀 닥터가 나왔습니다만…… 아, 바로 교체 신호를 보내는군요.]

팀 닥터가 보자마자 교체를 알릴 정도면……. 음…….

안 됐네. 꽤 괜찮은 녀석 같던데.

* * *

[‘16연승’ 아메리칸리그의 제왕,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3차전, 4차전 도합 24실점을 한 휴스턴의 투수진, 포레스트 휘틀리는 오른손 중수골 골절.]

[많은 팀들이 사용하는 포스트시즌 3인 로테이션, 과연 올바른 것인가.]

“우린, 디트로이트로, 간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론의 한마디가 끝난 후, 미닛 메이드 파크의 원정팀 라커룸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펑!

펑!

곳곳에서 터지는 샴페인, 물론 샴페인을 든 건 나름 고참급에 속하는 선수들이었다.

“세계에스우브브브! 제일 야구를 좌랄푸풉! 하는 팀의 일원이 된다니!”

아까부터 끊임없이 움직이는 라테의 입을 노리고 호세가 샴페인을 들이부었지만, 그 정도의 압력으로는 라테의 입을 막을 순 없었다.

“붐! 여기 지원이 필요해! 한 두어 병만 더 가져와 봐!”

“옙!”

그렇게 열 살짜리 아이들처럼 한참을 노래하고, 춤추고, 마신 우리는 굉장히 업된 기분으로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구장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환상적인 풍경들.

우리를 위해 2000km를 달려온 팬들이, 구장에서 나가는 길목 좌우에서 노래하며 춤추고 있었다.

“와…… 이건, 정말…….”

옆자리의 폴리가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탄성처럼, 그건 정말 장관이었다.

휴스턴 팬들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모습이겠지만, 지금 내, 아니 우리들 눈에는 뭔가 가슴이 찡한 감동을 주는 장면들.

이런 감동에 약한 폴리가 우다다다거리며 버스 앞으로 달려 나갔다.

“문! 문 좀 열어 주세요!”

문이 열리고, 폴리가 외쳤다.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우린, 우린, 디트로이트로 갑니다!(This is not slip now! We go to detroit!)”

아, 씨.

저거 분명 뭐가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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