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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김사범, 2020 시즌(vs 코리 클루버)(2)

대한민국, 서울.

올림픽 야구 대표팀 사무실 내의 감독실.

“감독님, 김사범의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감독님과 대표팀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군요.”

“김사범? 디트로이트에서 뛰고 있는 그 김사범을 말하는 건가?”

“네. 이번 올림픽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거 같습니다.”

“이야기할 게 있나? 물론 지금 메이저에서 잘나가니 욕심이야 나겠다만, 유격수 자리는 하선이가 있잖아?”

“그렇긴 한데, 일단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이렇게 애매한 타이밍에 만나면 서로 골치 아파져. 잘 거절해 봐. 나중엔 몰라도 지금은 대표팀에 뽑을 만큼 충분히 검증된 선수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남자는 사무실을 나서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대표팀의 감독인 김서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협회는 항상 이런 식으로 사람을 떠보는군. 능력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나저나 김사범이라…….’

김서문 감독이 보고 있는 모니터의 화면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렇게 영문 페이지들 사이를 누비던 김서문 감독의 손길은 갑작스럽게 울리는 벨소리에 의해 멈췄다.

띠리리리!

올드한 취향의 벨소리가 울리는 그의 핸드폰 화면에는 처음 보는 번호가 떠 있었다.

‘누구지?’

의문은 잠시, 모르는 번호를 두려워할 만한 삶을 살지 않았던 그는 이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김서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갑작스럽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는 김사범 선수의 에이전트 짐이라고 합니다.]

“예,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이 번호는 어떻게…….”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협회를 거쳐서는 진솔한 대화를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렇게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무례하긴 하네요. 지금 이 시기에 통화를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죠. 그럼 이만…….”

[잠시만요! 저에게 5분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감독님께도 나쁜 제안은 아닐 겁니다.]

잠시 침묵하며 고민하는 김서문 감독.

마침 바라본 모니터 화면에는 김사범의 수비 하이라이트가 재생되고 있다.

“좋아요. 오래 통화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먼저 말하지만, 올림픽 대표팀 자리는 이미 다 채워졌습니다. 예외조항이 있지만 만약 예외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자리를 메꿀 선수까지 모두 채워졌단 이야깁니다.”

[하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감독님께 연락한 겁니다.]

“미래요?”

[네, 미래. 그것과 관련해서 지금 감독님이 답답해하시는 부분도 채워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짧은 통화로 끝날 줄 알았던 이 통화는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 * *

따악!

나의 호수비가 클리블랜드의 좋은 흐름을 잠시 막긴 했지만, 아쉽게도 버로우즈는 곧장 중전안타를 맞았다.

1:0

전광판에 우리 팀이 아닌 다른 팀의 점수가 올라갈 때마다 항상 기분이 나빠지는 걸 느낀다.

“킴! 이건 어쩔 수 없었어! 내야수가 다섯 명이었어도 방금 건 못 잡았을걸?”

아쉬움에 땅을 차다 고르다를 반복하는 내게 2루수인 이삭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야수는 원래 다섯 명이다. 투수까지 여섯 명. 바보 같긴.

어찌 됐건 이삭의 한마디로 다시 집중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아웃!”

그렇게, 길었던 1회 초가 끝났다.

이제 우리가 공격할 시간이다.

“후, 힘드네요 미기.”

“하하, 나도 지켜보느라 힘들었어. 그래도 한 건 했잖아?”

“그렇긴 하죠. 아참, 경기 전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깜빡했네요. 코리의 투심, 어때요?”

“뭐, 더럽지. 많이 던지기도 하고. 제구가 괜찮은 날은 더 지랄맞고.”

“흠, 결국 투심을 공략해야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은데, 커터와 파워커브는 데이터상으로는 피안타율이 너무 낮더라고요.”

갑자기 말이 없어진 미기. 뭔 일 있나 싶어 옆을 봤더니 뭔가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혹시 제가 뭘 잘못했나요?”

“아니, 아니야.”

“음…… 표정은 아닌 게 아닌데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여는 미기.

“붐, 왜 그렇게 치열하게 경기하는 거야?”

“네? 경기는 당연히 치열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 말에 미기는 고개를 흔든다.

“아니, 그게 아니라 타석에서 마치 기계처럼 분석하고, 행동하잖아. 보통 너 같은 루키는 그렇지 않거든. 좀 더, 뭐랄까. 본능적으로 스윙하지.”

“네?”

“분석을 하는 게 안 좋다는 건 아냐. 하지만 지금은 타석에서 머리로 하는 타격보다 가슴으로 하는 타격을 할 시기야. 머리로 하는 타격은 그 후에 배워도 충분해.”

“무슨 말이죠?”

“설명하기 어렵군. 음…… 그래. 좋은 타자는 지금 너처럼 분석하고, 또 분석해. 그리고 최선의 확률을 따라 움직이지.”

“그렇죠. 그래서 제가…….”

“그런데 시대를 이끄는 타자들은 보통 자신의 감이나, 눈. 스윙을 믿고 투수들을 상대해. 지금 우리는 우리의 모든 행동이 수치화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결국 스윙을 시작하고 공이 배트에 맞기 전에는 확률은 확률일 뿐이야. 거기에 매몰되지 마.”

“음…….”

“게레로를 생각해 봐. 눈이 좋은 타자였지만 때로는 무릎 아래로 오는 공도 부숴 버릴 듯 스윙했지. 확률적으로 안타가 되기 힘든 공인데 말이야. 그냥, 자기가 맘에 들면 때리는 거야. 그런 자세가 지금 너에게는 필요해.”

돌아오기 전의 나는 항상 지금처럼 분석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한 거였다.

“마침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네. 다음 타석이야. 나가서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코리를 노려보다 좋은 공이 오면 스윙하고 와. 삼진을 먹더라도.”

“아…… 네.”

배트를 들고 대기타석으로 향한다. 생각해 보면, 미기가 말한 영역은 천재의 영역을 말하는 것 같다. 별다른 노력 없어도 시즌이 끝날 때 보면 3할을 치고 있는 그런 사람들.

과연 지금의 나는 그런 사람들과 같은 위치에 서 있을까?

상태창을 불러와 다시 한 번 읽어 본다.

지금 내가 이 상태창이 없어져도 지금 같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아니, 과거의 내가 힘이 충분했더라면 어떤 성적을 냈을까?

“베이스 온 볼스!”

심판의 목소리에 떠오르는 상념을 정리했다.

지금이라면, 미기가 말했던 타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머리가 텅텅 빈 기분이니까.

습관처럼 배트를 잡은 오른손에 힘을 주며 타석으로 향했다.

* * *

서울, 대표팀 감독실.

김서문 감독은 생각에 잠겼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김서문 감독은 방금 끝난 통화의 내용을 곱씹었다.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야구협회는 본인들의 파이를 침범하는 것에 특히 더 예민합니다. 당장 눈앞의 이득을 크게 탐하기도 하고.]

“큼, 저도 한국의 야구 원로입니다. 그런 말씀은 좀 듣기 거북하군요.”

[아, 듣기 거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죠. 지금 야구 대표팀의 라인업이 백 퍼센트 감독님의 의사를 반영한 결과는 아닐 겁니다.]

“……제가 직접 짠 엔트리입니다.”

[하하, 대화가 겉도는군요. 이해합니다. 뭐가 어떻게 됐든, 결론은 그겁니다. 저와 제 고객이 한바탕 휘저어 놓겠습니다.]

“무슨 뜻이죠?”

[잠재적인 위협이 되겠다는 뜻입니다. 본인들이 먹을 파이가 줄어들면 내부의 결속력이 더 강해지지 않겠습니까?]

“선수에게, 당신의 고객에게 좋은 일은 아닐 텐데요.”

[하하, 그거야 두고 볼 일이죠. 사범은 특별합니다. 전 그걸 알아요. 올림픽 엔트리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 더 미래의 자리를 원하는 거죠]

“아시안 게임을 말하는 겁니까?”

[그렇죠.]

“그때까지 제가 감독 자리에 앉아 있을까요?”

[본인이 원하신다면, 그렇게 될 겁니다. 제가 준비한 제안은 하나가 아니니까요.]

“음…….”

감독실 안으로 김서문 감독의 침음성이 퍼진다.

[스폰서. 대표팀만을 위한 규모 있는 스폰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전 소개만 할 뿐, 그 건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감독님에게 달려있죠.]

“저는 정치판에 뛰어들 생각이 없습니다.”

[저쪽이 총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이쪽은 칼 정도는 들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후, 일단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죠.”

[좋습니다. 저는 언제든 준비되어 있으니 아무 때나 연락 주시면 됩니다. 아, 곧 제 고객에 대한 방송이 나갈 텐데. 그 이전에는 답을 주셨으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 제안은 받아들이면 안 돼. 지금처럼 그렇게 지내면 된다. 결국 감독이라면 결과로 말하면 되니까.’

마음을 정리한 듯 편해 보이는 김서문 감독.

하지만 그의 핸드폰 속에는 아직 짐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 * *

코메리카 파크.

1회 말, 무사 1, 2루.

원래 제구에 약간의 기복이 있는 투수였지만 오늘따라 더 제구에 애를 먹는 코리 클루버다.

사실 가지고 있는 구위가 깡패 같은 투수이기 때문에 이렇게 제구가 안 되는 날에도 억지로 존에 집어넣어 결과를 만들어 내는 타입이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

평소처럼 타석에 깊게 발을 박아 넣는다.

‘생각 없이. 치고 싶은 공을 치자.’

미기의 말대로, 머리를 비우고 투수에게 집중한다. 투구판에 발을 올려놓는 위치, 사인을 주고받는 눈빛 그리고 눈으로 주자를 견제하는 순간까지.

코리 클루버의 발이 올라간다. 저 발이 땅에 닿을 때쯤이면 그의 손에서 공이 나올 것이다.

퍼엉!

“스트라잌!”

날카로운 투심이 내 배트를 피하며 포수 미트에 박힌다.

‘이미지보다 더 살아서 움직인다.’

의식적으로 이어지는 생각을 차단한다. 딱 하나, 살아서 움직이는 투심의 궤적만 머리에 박아 넣는다.

펑!

“스트라잌! 투!”

다시 또 헛스윙, 이번엔 커터다.

바로 이어지는 3구.

틱!

배트 상단에 맞은 공이 백네트 뒤로 넘어간다. 아쉬운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4구째.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높이 들어온다.

‘보낼까?’

생각과는 반대로 내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존 높은 곳이 아닌 그보다 아래를 향해서.

스트라이크 존 위를 향해 오던 공이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따아악!

2018 시즌 선수들이 뽑은 가장 위력적인 커브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코리의 공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간다.

베이스를 돌며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날 감싸고 있던 껍질을 깨고 나온 듯한 느낌.

나는, 내 생각보다 조금 더 대단한 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붐! 붐! 붐! 붐!

베이스를 밞고 나서야 들리는 관중들의 함성소리. 그들은 지금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오롯이 바라보고 있다.

* * *

“장비 왔어요! 가져올게요!”

“혼자 어떻게 그걸 가져와! 같이 가자! 빨리!”

두 사람의 질주가 시작됐다.

“허억, 헉, 다음 타석이 김사범 선수의 타석이죠?”

“후욱, 그래. 이거 빨리 가져가서 설치해야 해. 다른 건 나중에 하더라도 오디오는 꼭! 뛰어!”

올 땐 없었던 가방들을 짊어지고 다시 뛰는 둘, 하지만 체력의 한계였는지 점차 발걸음이 느려진다.

“하악, 학, 학, PD님, 더 이상은 못 뛰겠어요. 정말로.”

“후욱, 일단 관중석 입구까지라도 가자. 훅, 정 안되면 거기서라도 찍어야지.”

따악!

우와아아아아!

“뭐야!”

김PD는 반사적으로 복도에 설치된 TV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후, 김사범 선수는 아니네. 좀 쉬었지? 이제 사범 선수 타석이야. 좀 힘들어도 뛰자.”

“하아아, 알겠어요. 가요.”

작가의 작은 한숨 소리와 함께 그들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관중석 입구. 밝은 빛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가는 그들의 눈에 튕기듯 일어나는 관중들의 모습이 보였다.

“설마?”

으우아아아아악!

이제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함성 소리를 뚫고 바라본 그라운드.

그곳에는 석상처럼 굳은 투수를 가운데에 두고 유유히 그라운드를 도는 김사범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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