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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이럴 수가…….

한마디로 ‘이럴 수가’였다.

뒤늦게 발견한 이 길은 길게 이어진 능선을 따라 아리안의 국경을 지나갔다.

거기서도 한참을 더 지나 대수림 입구에서 끝이 났으니.

오른쪽으로 향하면 리베가 나오고, 그대로 직진하면 반투족의 부락에 도착하게 된다.

심지어 별다른 몬스터도 없었다.

진즉에 이 길을 알았다면 부족장의 원정도 그토록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았을 터.

“덕분에 우리는 이반을 만났다!”

“그래서 살려 두는 것이다. 이반에게 감사해라.”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술과 부족장은 얼굴을 붉히며 삿대질을 해 댔다.

“이대로 가면 부족 마을이다. 리베에 먼저 가 보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인가?”

“리베보단 너희 부락이 더 가깝잖아. 이쪽 일 먼저 해결하고 가는 게 마음도 편하겠지.”

일정을 묻는 별의 말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거 알고 있는가?”

“뭘?”

“그대는 다정한 사람이다.”

“어엉?”

뜬금없는 별의 말에 나는 괴상한 소릴 내며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적에겐 강하고 무자비하다. 하지만 동료에겐 따듯하고 듬직하다.”

“갑자기 왜 그래, 민망하게.”

“고마워서 그런다. 그대를 만나게 해 준 메투스께 감사드린다.”

이런 낯부끄러운 얘기를 저리 자연스럽게 말하다니.

여전히 무표정한 별은 정면을 바라본 채 덤덤히 말을 이어 갔다.

“반투족의 세상은 단순하다. 그것은 매우 좁고, 편향적이며, 건조하지. 그래서 우리는 남녀의 관계도 단순하다.”

알고 있었다.

랑방으로 향하던 날 로제와 별은 이 문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으니까.

그때 주제가 합방이었던 것 같은데…….

“강한 자의 피를 이어 가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얘길 꺼낸 별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조용히 걸었다.

바스락대는 나뭇잎을 밟으며, 해야 할 말을 찾는 듯 침묵 속을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많은 감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 그래? 뭘 알게 됐는데.”

“…비밀이다.”

“엥?”

이 녀석 뭔가 수상하다.

어제 저녁부터 그러더니, 고원을 내려오는 내내 착 가라앉은 얼굴로 먼 산을 바라보곤 했다.

“진짜 이상하네. 너답지 않아.”

“맞다. 나는 변했다.”

“흠… 뭔지 모르겠지만 응원할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이 정도였다.

그 이상을 답해 줄 만큼 똑똑하고 지혜로운 것도 아니니까.

한 사람의 변화를 논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조심스런 얘기였다.

“저 멍청한 두 놈에게는 좀 더 모질게 대해라. 그래야 정신 차린다.”

화제를 바꾼 별은 여전한 두 남자를 보며 쓰게 혀를 찼다.

어련하겠나.

하지만 저런 모습조차 이젠 정겹게 느껴진다.

그게 부족장이고 술이니까.

별이 알게 된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도, 나에겐 여전히 별이고 모두가 소중한 동료들이다.

그러니까.

“나도 고마워.”

“윽…….”

입을 닫아 버린 별과 나는 시끄러운 두 남자를 따라 부족 마을로 향했다.

* * *

반투족의 마을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물론 도시와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작은 촌락을 기대했던 나에겐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었다.

“마을 인구가 얼마나 되는 거야?”

“2,000명 정도 된다.”

“와…….”

예상을 웃도는 마을 규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원주민 부락 수준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마을보다 큰 규모니까.

전투 민족이라며 특별한 취급을 받았을 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러니 자부심도 강할 수밖에.

전통에 대한 삼인조의 집착은 괜한 고집이 아닌 문화였던 것이다.

“지금부터 마을 중앙을 지나가게 된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앞만 보고 가라.”

“알겠어. 알겠는데… 원래 이렇게 요란하게 환영하는 거야?”

주의를 당부하는 부족장의 말에 나는 대답과 질문을 동시에 내뱉었다.

앞만 보고 가고 싶어도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다.

걸어가는 길은 이미 주민들로 가득했고, 특유의 복장을 갖춘 전사들은 의중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우리의 곁을 따라붙었다.

호기심과 경계심.

그리고 묘한 긴장감이 뒤섞이며 마을 중앙은 소란스럽게 변해 갔다.

“추방자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제야 나는 이 어색한 분위기의 정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의문이었다.

좀 더 깊이 들어가자면 왜 돌아왔는가.

추방당한 사람이 돌아왔으니 그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염치로 돌아왔는가.”

“비켜라.”

길을 막아서는 남자를 밀어내며 부족장은 앞으로 나갔다.

“부족을 욕 보인자! 메투스의 분노가 그대를 향할 것이다! 썩 물러가라!”

“신성한 부족의 땅에 세속인을 들이다니! 제정신인가?!”

결국 우리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시작된 바람은 멈추지 않았고, 그 바람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마을 중앙을 들끓게 했다.

“타락한 자여, 조상님께 사죄하고 두 번 다시 이곳을 찾지 말라!”

결투에서 진 것이 이 정도까지 큰일인가.

마을 사람들의 적개심은 단순한 전통을 넘어선 광기와 같은 뭔가가 숨어 있었다.

고작 한 번의 패배로 동족을 내치다다니.

“더 이상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

심지어 이 녀석들은 동료의 패배 앞에서 외면을 택했던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걸까?

결투에 대한 로망이 얼마나 큰지 나는 잘 모르지만.

“입만 산 겁쟁이들.”

녀석들은 긍지란 이름을 앞세워 동료의 고통을 모른 척했다.

한데 이게 무슨 궤변인지.

이들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한다고 해도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말로 할 때 비켜라…….”

이젠 나의 동료를 욕보이고 있으니까.

그들이 내친 세 명의 남녀는 이제 훌륭한 동료가 되어 나의 등 뒤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네놈들이 감히.’

나는 부족장의 앞에 서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밀어냈다.

어차피 내 역할은 침입자.

조금 먼저 시작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크윽, 감히 반투족의 땅에서 도발을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런 건방진!”

하지만 녀석은 덤벼들지 않았다.

그저 뒷걸음을 치며 소리만 질러댈 뿐.

으르렁대는 주민들 사이를 지나 족장의 거처를 향해 무거운 걸음을 내딛었다.

마을은 조용했다.

차갑게 식은 나의 눈은 마주한 모든 이에게 경고를 보냈고.

그 경고는 길이 되어 우리를 족장의 앞에 데려다주었다.

비겁한 걸까.

아니면 규율에 따라 참고 있었던 걸까.

전투 민족이라던 반투족은 그 누구도 나에게 도전하지 않았다.

“오래간만이로구나.”

그렇게 우리는 꼿꼿하게 서 있는 족장과 얼굴을 마주했다.

부족장은 말없이 고갤 숙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족장의 관심은 나에게 향했다.

“그대의 이름과 목적을 물어도 되겠소?”

“이반입니다. 워 울프의 선택을 받은 자격으로 부족장에게 결투를 신청하러 왔습니다.”

망설일 게 없잖은가.

나는 이곳에 온 목적 그대로를 가감 없이 입으로 옮겼다.

주름진 족장의 눈이 꿈틀거렸다.

“워 울프는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안고 있던 꼬맹이를 꺼내 족장의 발 앞에 내려놨다.

푸르르르륵―

맨땅에 발을 디딘 녀석은 부르르 몸을 털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내 곁이긴 했지만.

지켜보던 족장의 눈은 예리하게 빛나며 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풉, 푸하하하하!”

흐르는 침묵을 깨뜨리며 커다란 실소가 들려왔다.

소리의 방향은 족장의 뒤편.

“워 울프라더니 이건 똥강아지가 아닌가?”

입꼬리를 비튼 남자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부족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같잖은 짓으로 우리를 능멸하려는 것인가.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부족장의 이름을 걸고 너희들을 처단할 것이다.”

녀석이었다.

나를 죽이고 가라를 밀어내고 부족장의 자리를 꿰찬 녀석.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셋 셀 동안 눈 깔아는 눈썹을 끌어올리며 나의 도발에 반응했다.

“두 사람 다 멈추게.”

일촉즉발의 상황을 제지하며 족장이 입을 열었다.

달아오른 투기를 진정시킨 족장은 워 울프 새끼를 바라보며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영물을 어떻게 직접 데리고 온 것인가. 어미가 절대로 가만있지 않았을 터인데?”

“어미는 설원 오우거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주절주절 말을 보탤 이유도 없고, 알아 달라 애원할 필요도 없다.

전통을 위해 자식마저 내쳤던 남자다.

워 울프라는 걸 알아봤다면 그걸로 충분할 터.

“하면 설원 오우거는 어찌 되었나.”

족장은 질문의 대상을 바꿔 결과를 물어봤다.

“죽였습니다.”

“자네가?”

“네.”

“흐음… 그대에게선 오러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데… 정녕 설원 오우거를 해치웠단 말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족장은 의뭉스런 얼굴로 다시 반문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그 남자는 홀로 아홉 마리를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족장님을 도왔던 그 남자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곁을 지키던 나를 죽이고 가라가 대신했다.

“닥쳐라! 그런 허황된 말을 밀을 것 같으냐! 족장님, 속지 마십시오. 워 울프 새끼도 설원 오우거도 모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입니다!”

돌아온 반응은 격렬했다.

부족장을 이어받은 녀석의 눈은 불신과 분노로 가득 차 사납게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대답대신 작은 물통을 내밀었다.

“뭐 하자는 수작인가?!”

“못 믿겠으면 이거라도 마시면서 머리 좀 식히라고.”

내가 건넨 것은 설원 오우거의 피였다.

그냥 마시면 위가 타 버릴 거라 했던 그것.

하나 물통을 받아 간 사람은 녀석이 아닌 족장이었다.

“흐음…….”

긴 숨을 내쉰 족장은 물통을 바라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그대가 그 남자의 아들인가.”

“그렇습니다. 진이라는 이름을 쓰셨죠.”

“진… 그래, 무엇으로 증명할 텐가.”

“혈통으로 증명해 드리지요.

물통을 되돌려 주며 아버지의 존재를 물어봤다.

“족장님!”

“시끄럽다. 워 울프의 새끼도 진짜고, 설원 오우거의 혈액도 진짜다.”

“하지만 출처가 불분명하지 않습니까?! 새끼 워 울프도 그저 주워 왔을 게 빤하고, 오우거의 피도 이미 죽은 걸 뽑아 왔을 게 분명합니다!”

차기 부족장의 대응은 여전했다.

감정은 더욱 격해졌고, 거칠어진 그의 입에선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하나 그는 침묵해야 했다.

“워 울프의 새끼는 오로지 부모만 따른다. 한데 저 남자를 따르고 있지 않느냐. 저것은 워 울프의 피가 저 남자를 주인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족장이 나의 손을 들어줬으니까.

그 외에 자잘한 문제들은.

“의심되면 덤벼.”

붙어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설원 오우거를 죽였는지, 피만 주워 왔는지.

그리고 진의 아들인지 말이다.

“워 울프의 선택을 받은 전사로서 부족장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나는 그러쥔 해머를 들어 녀석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렇게 결투는 시작되었고.

“허억…….”

녀석은 단 일합 만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나는 천천히 걸어 날아간 놈의 검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가 녀석의 손에 검을 넘겨주었다.

“결투에서 졌으니 네놈도 추방당해야겠네?”

“…….”

대답 없는 녀석을 두고 족장을 향해 돌아섰다.

“결투의 승자로서 족장님께 청합니다.”

“말해 보시게.”

“진정한 후계자를 원하신다면 두 사람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이어진 나의 말에 족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나를 죽이고 가라는 저에게 패배해 추방당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증명하지 않았던 셋 셀 동안 눈 깔아가 부족장이 되었죠.”

“흐음.”

“그리고 이제는 두 사람 모두 추방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나는 손을 뻗어 나를 죽이고 가라를 지목했다.

“싸움에 졌다고 다 쫓아내면 누가 나서서 부족을 지킨답니까?”

나는 좌중을 둘러보며 차갑게 말했다.

의리의 대가가 고작 이따위라니.

내 뒤에 서 있는 추방자 삼인조는 동료의 패배를 나누다 모든 걸 잃었다.

“나의 아버지가 당신에게 기회를 주었던 것처럼, 저 두 사람에게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한 번의 실패가 주홍 글씨가 되지 않도록.

패배를 딛고 일어설 용기와 의지를 얻을 수 있도록.

“알겠네.”

족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젠 네 차례다.”

“고맙다.”

추방당했던 부족장은 핼버드를 그러쥐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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