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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의 첫 질문은 당연히 부모님의 존재였고.

“미리암은 너를 낳은 뒤 죽었다.”

돌아온 아이작의 대답은 사망한 모친의 얘기였다.

부모의 목숨을 담보로 태어난 아이라니…….

“저 때문인가요?”

불편한 심경을 감추며 이유를 되물었다.

출산 중 사망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죽어 가는 와중에 너를 낳았을 뿐… 네 탓은 아니니 염려할 필요 없다.”

자책하지 말라는 그의 말에도 어머니의 죽음은 신경 쓰였다.

어쩔 수 없는 핏줄의 끌림 같이.

“…미리암을 죽게 만든 놈들은 따로 있었다.”

역시나 이어진 그의 말은 불행한 결말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작은 어금니를 깨물며 조용히 숨을 삼켰다.

“벌써 28년이구나…….”

가려진 안대로 인해 표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꾹 다문 그의 입에선 표현하지 못한 한이 흘러나왔다.

무거운 정적이 방안을 잠식했고, 숨을 고르던 아이작은 작게 주억거리며 뒷말을 이어 갔다.

“그날 만삭인 미리암이 피를 흘리며 찾아왔었다. 그녀의 꼴은 엉망진창이었지. 여기저기 긁히고 베어서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칼부림을 당한 건가요?”

“그렇지. 하지만 이유를 물어볼 틈도 없었다. 뒤를 쫓던 놈들이 마을에 들이닥쳤으니까.”

막연하게 느꼈던 불안함의 정체는 이것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이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것.

인간이 죽을 수 있는 수많은 이유 중에 하필이면 살해라는 최악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놈들은 만삭인 미리암을 찾아 온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닥치는 대로 죽이고, 또 죽였지.”

“…….”

“생지옥이 따로 없었지만, 하찮은 검술이라도 배운 덕에 나와 미리암은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밤새도록 산을 달려 어느 산짐승 둥지에 몸을 숨겼다.”

아이작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나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현됐다.

무거운 몸을 이끌며 산길을 달리는 상처투성이의 여인과 그 곁을 지키며 길을 트는 또 다른 젊은 남자…….

물어보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 갔음에도 애써 짓누르며 다음 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 네가 태어났고… 네 어미는 숨이 끊어졌다.”

이어진 씁쓸한 결말에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이런 건 쉽지 않았다.

“이반 님…….”

곁으로 다가온 로제가 위로하듯 이름을 불렀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찮다고 말하기엔 가슴이 쓰렸고, 그렇다고 눈물이 흐를 만큼 슬픈 것도 아니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닌 이유였다.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던 건지.

아버지는 무얼 하고 있었기에 어머니 혼자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그리고…….

그 빌어먹을 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오늘은 참으로 긴 밤이 되겠구나…….”

아이작은 긴 한숨을 내쉬며 감춰 둔 28년 속으로 들어갔다.

* * *

쾌쾌한 누린내가 진동하는 작은 토굴 내부.

피칠갑을 한 만삭의 여인을 보며 아이작은 조급함에 사로잡혔다.

“미리암 괜찮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오랜만에 나타난 어린 시절 친구는 임신한 몸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식은땀을 흘리는 옛 친구는 가쁜 호흡을 이어 가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

“아이작… 나… 더는 힘들 것 같아.”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내가 내려가서 약으로 사용할 걸 찾아올 테니까, 약한 소리하지 말고 그때까지 버텨!”

“아니… 늦었어. 그 대신 다른 걸 좀 도와줘.”

고개를 젓는 미리암을 보며 아이작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돌아오라고 마음을 접은 것이 아니었는데…….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서 미안해… 하지만 너 말곤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어…….”

가물거리는 미리암의 눈이 아이작의 가슴을 후벼 팠다.

이런 악몽 같은 순간이 올 줄이야.

마을을 떠날 때만 해도 그녀의 미래엔 행복만이 가득할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되길 빌었다.

나의 첫사랑이자, 전할 수 없었던 짝사랑…….

햇살처럼 눈부셨던 그녀는 어느 날 그렇게 훌쩍 떠나 버렸다.

“우리…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났어야 했는데.”

힘없이 읊조리는 미리암의 말에 아이작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행복하길 빌었다.

누군지 모를 그 남자와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 나가길, 그래서 감히 넘볼 생각조차 할 수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남편은…….”

“어제 죽었어.”

돌아온 미리암은 사랑을 잃은 채 마지막을 앞두고 있었다.

“부탁할게… 내 숨이 남아 있을 때 아이를 꺼내 줘.”

“무슨 소리야? 아이를 꺼내다니, 아이는 낳는 거야 이 멍청아!”

“푸훗… 그래, 멍청한 소리지. 그런데… 내가 지금 낳을 힘이 없잖아.”

“시끄러!”

감춰진 속뜻이 너무 선명해 아이작은 화를 내듯 대답했다.

아이를 꺼내?

나더러 너의 배를 가르라고?

잔인한 미리암의 부탁에 아이작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없었다.

숨이 끊어진 뒤라도 힘들 텐데, 살아 있는 그녀의 삶을 거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이미 불가능했다.

“도와줘.”

“난 못 해.”

“아니, 너라서 부탁하는 거야. 이 아이… 꼭 살리고 싶어.”

그렇게 미리암은 엄청난 책임을 아이작에게 넘겼다.

“너의 마음을 받아 줄 수는 없었지만… 우린 오랜 친구였잖아. 나는 지금 여자가 아닌 친구로서 부탁하는 거야.”

“그렇지만…….”

“이 아이의 이름은 이반이야. 너도 이 이름을 기억하지?”

아이작은 작은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마을을 침입한 산적에게서 우리의 목숨을 구해 주었던 남자.

― 이 다음에 아이가 태어나면 아저씨랑 같은 이름을 지어 줄 거예요!

어린 미리암은 해맑게 웃으며 그 남자와 약속했었다.

그 어렸던 소녀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난 준비됐어.”

꺼져 가는 생명을 불태워 새로운 생명을 살리려 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이반.

“혼자 둬서 엄마가 미안해…….”

마지막 말을 남긴 미리암은 품에 안긴 핏덩이를 보며 조용히 숨을 거뒀다.

* * *

“그 뒤로 나는 놈들의 정체를 밝히려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다.”

그렇게 찾아 헤맨 시간이 무려 5년.

아이작은 도시로 떠난 마을 선배를 찾아 나를 맡겼다고 한다.

그 선배의 이름이 데릭이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흘러왔다.

이후 아이작은 드러난 단서를 찾아 본격적인 추적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는 너무 거대했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나는 두 눈을 잃고 말았지.”

죽음을 면한 아이작은 아리안 왕국으로 몸을 숨겼다.

“차라리 데릭 영감을 찾아오지 그러셨어요.”

잠적을 택한 아이작의 행보에 나는 의문을 제시했다.

데릭에게 왔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테니까.

하지만 그의 선택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숨어 있었다.

― 네가 그 남자의 아이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라.

어느 날 찾아온 정체불명의 남자는 저런 말을 남기며 추적의 단서를 제공했다.

그 대신 조건을 제시했는데.

― 그 아이와 함께 조용한 곳으로 가든가, 아니면 아이를 떠나 복수의 길을 찾아라. 그리고 두 번 다신 아이의 앞에 나타나지 마라. 너로 인해 그 아이마저 위험해질 것이다.

단서를 제공한 남자는 이런 선택지를 내밀었다고 한다.

“나는 복수를 택했지. 미리암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가 죽었으니까.”

그 마을 사람 안에는 아이작의 가족도 포함돼 있었다.

이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머니는 나를 살리기 위해 도망쳤고, 마을에 돌아온 어머니로 인해 모든 사람이 변을 당했다.

누구 탓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모른 척하고 넘기기엔 휘말려든 생명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저 하나 때문에…….”

“아니다. 죄지은 놈들이 따로 있는데 왜 피해자인 네가 자책을 한단 말이냐.”

고개 숙인 나를 향해 아이작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토록 잘 자랐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냐… 내가 이제야 편히 죽을 수 있겠구나. 미리암 그 녀석도 이젠 잘했다 칭찬하겠구나.”

안대에 가려진 얼굴 아래로 말라 버린 입술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평온하다고 해야 할까.

깊은 세월의 짐을 벗은 듯 아이작은 소탈하게 웃으며 마른세수를 했다.

“……그런데요.”

하지만 내 입장은 조금 달랐다.

아직 덜어 내지 못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 의문의 대상은 특별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시는 건가요?”

길었던 아이작의 얘기에서 아버지에 대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물론 마주하기도 전에 이미 사망했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사실 너의 아비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더구나.”

찾으려 노력을 했음에도 찾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단서를 제공했다는 정체불명의 남자는 누구였을까.

“어떻게 찾아왔는지는 나도 모른다. 미리암의 행적을 좇았다고 하는데… 임신 사실까지 알고 있던 걸 보면 네 아비의 지인이었던 것 같구나.”

게다가 해코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켜 주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아이작에게 했던 남자의 충고는 나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었다.

아니, 확실히 나를 위한 조언이었다.

“그 뒤론 못 만나셨나요?”

“아니다. 단서를 좇다 위기에 빠졌을 때도 그 남자가 나의 생명을 구해 줬었다. 독에 당해 죽을 뻔한 걸 눈 두 개로 끝나게 해 줬지.”

“흠…….”

“지금 생각해 보면 의술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던 같다.”

그 정도 수준은 이미 넘어섰지 싶다.

해독을 했음에도 실명할 정도면 얼마나 강한 극독을 사용했다는 말일까.

그것을 치료했다는 건, 특정 경지에 이른 전문 치료사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 남자에 대한 정보도 없었나요?”

나는 좀 더 확실한 증거를 물어보았다.

그 정도의 인물이라면 특정 지을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었을 터.

“이름은 알고 있다. 내가 사경을 헤맬 때,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의 이름을 물었었지. 그때 얘기해 주더구나.”

“…….”

“그 남자의 이름은 그레이시였다.”

“그레이시요?”

“그래, 목숨이 위태롭던 순간에 들어서 완벽하다 할 순 없지만,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레이시였다. 최소한 비슷하긴 할 거다.”

일단은 기억해 뒀다.

나중에 베르를 만나게 되면 또 다른 실마리가 되어 줄지도 모르니까.

“딱히 거처를 알려 주지 않아도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곤 했지. 얼마 전에 카슈타르에서도 만났었다.”

“카슈타르라면… 혹시 주점 아니었나요?”

“그걸 어찌…….”

“그때 함께 만났던 남자가 그레이시였군요.”

“그래, 맞다. 슬슬 거처를 옮길 때가 됐다고 하더구나.”

하여 아이작은 카잔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렇게 질문은 일단락되었고.

“그래, 어떻게 지내 온 거냐. 지금은 뭘 하고 사는 거고? 나를 찾아낸 걸 보니 평범한 삶은 아닌 것 같다만…….”

안부를 물어 오는 아이작에게 나는 그간의 상황을 적당히 설명했다.

대장간 보조로 살아온 시절.

그리고 빅터를 만나 무인(武人)의 길을 선택하고, 로제의 도움으로 아이작을 찾게 된 내용까지.

그간의 사정을 듣던 아이작은 분위기를 바꾸며 나에게 질문했다.

“빅터의 제자가 되었다고?”

“네, 스승님이죠. 빅터 크로제를 아세요?”

그에 아이작은 이마를 문지르며 입술을 곱씹었다.

좋지 않은 느낌이랄까.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이런 예감은,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다.

“미리암을 죽인 건 황실 직속부대였다. 그리고 빅터는… 그 부대의 책임자 중 하나였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갑작스런 흐름의 변화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지금 이 남자가 하고 있는 말은.

“스승님이 나의 부모를 죽였다는 건가요?”

“최소한 발은 담갔다고 할 수 있겠지. 황실 직속부대가 움직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비밀스런 부모님의 죽음 뒤에 빅터가 있을지도 모른단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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