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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이걸 뭐라고 답해야 할까.

들려오는 모든 얘기가 하나같이 크고 무거워 담아 두기가 힘들었다.

판단이 서지 않았다.

빅터가 부모님의 원수라고?

시작의 마을에서 밤을 보내던 날, 그날 빅터는 회한이 서린 말로 황실을 원망했었다.

황제를 찬탈자라고 칭했고, 영웅들의 희생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빅터는 황제와 암묵적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세월이 흘렀으니 그때완 상황이 다르겠지. 하지만 황실 직속부대에서 활약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이작의 말마따나 황제와의 간극은 이후에 생겼을 수도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소신이 바뀐다던가 하는 그런 것 있잖은가.

“스승님을 직접 마주한 적이 있었나요?”

“그런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눈을 잃었던 그 싸움의 상대는 빅터의 오른팔인 루드겐 마이어였다.”

“루드겐 마이어…….”

“녀석은 검사이면서도 악랄한 암수를 즐겨 사용했지. 그날 싸움에서도 놈은 독이 발린 암기를 몰래 사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빅터의 무관함을 장담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등을 돌릴 수도 없는 일.

‘만나서 물어보는 수밖에.’

굴곡진 과거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지었다.

혼자 머리 싸매 봐야, 나오는 건 의심과 편견뿐일 테니까.

그 대신 나와 관련된 얘기로 이 대화의 끝을 장식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르는 이야기.

“제 코어는 왜 이렇게 된 거죠?”

어린 내 몸에 손댄 그 망할 놈을 물어보았다.

“흠… 그것은 사고였다.”

“사고라고요?”

“그래, 데릭에게 너를 맡기던 날, 눈앞에 뭐가 보인다면서 갑자기 쓰러지더구나.”

하지만 돌아온 얘기에 범인은 따로 없었다.

굳이 지목하자면 내 스스로가 문제였는데.

“뭘 봤다고 했는데요?”

“글쎄다. 알아볼 틈도 없이 갑자기 쓰러져서 나도 확인하지 못했다.”

이어진 아이작의 설명은 이랬다.

나는 쓰러진 채로 마나를 흡수했고, 폭주한 마나가 홀을 코어로 각성시켰다.

“그 뒤로 터졌군요.”

“그래. 손쓸 방법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

이후로 아이작은 쓰러진 나를 살리려 치료사를 찾아다녔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봤지만, 결과는 실패.

“보름을 기절했다가 깨어났지만… 너는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뭐가 이렇게 파란만장한 건지…….

이쯤 되니, 이 사람을 찾아 나선 게 후회가 될 지경이다.

내 삶에서 평범함은 아예 없는 건가?

나오는 말마다 이토록 얽히고설켰으니, 이제는 뭘 물어보기도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이상한 걸 넘어서 수상하지 않나.

눈앞에 뭐가 보였다는 것도 그렇고, 마나를 흡수해 폭주했다는 것도 그렇다.

뭐 하나 정상인 게 없다.

지금 나에게 생긴 능력이 우연은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나의 어린 시절은 납득하기 힘든 얘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러면 그레이시라는 사람이 답인가.’

아이작 이전의 인연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내가 세상에 없던 시절의 기억.

아버지와 연관된 사람의 증언이 마지막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그레이시라는 분… 혹시라도 연락이 온다면 알려 주세요.”

“그래, 알겠다.”

마지막 희망은 이제 그 남자에게로 넘어갔다.

남은 건 아이작의 거취에 관한 간단한 문답뿐.

“난 이곳에 있을 예정이다.”

당분간 아이작은 이곳 랑방에 머무르기로 했다.

필요한 연락은 로제를 통해 주고받기로 했고.

“도움이 필요하거든 연락해라.”

“아저씨도요.”

아이작과 헤어진 우리는 두 번째 목적지인 누벨로 향했다.

* * *

“죽은 8인의 영웅 중에 끝내 시신을 찾지 못한 사람이 세 명 있었다.”

길게 자란 풀숲을 헤치며 빅터는 하던 말을 잠시 멈췄다.

그대로 검을 뽑아 머리 위로 올리더니.

스걱―

엉켜 있는 넝쿨을 잘라 내고는 앞을 향하며 뒷말을 이었다.

“그중 하나는 카론, 그리고 또 다른 이는 루즈, 마지막으로 발견되지 않은 시신의 주인은 지금 우리가 찾고 있는 그레이시였다.”

“흐음…….”

그에 베르는 낮게 신음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 세 명 중 한 명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근거는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

“살아 있다고 추측하는 건 단지 그 이유 때문인가요? 시신이 없어서?”

의심과 수상함을 근거로 한, 다소 뜬구름 잡는 추적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단서를 제공한 사람이 베르 자신이긴 하지만.

“우선 첫 번째는 치료 방법이다. 주문도 없이 무영창으로 마법을 치유했다면 일반적인 방법은 아닐 터. 과거에 그 남자의 치유 마법이 딱 그러했다.”

빅터는 또 다른 이유를 들며 의심을 합리화하고 있었다.

우리가 찾는 사람이 과거의 그 영웅인 이유.

즉, 자신이 떠올린 그 남자와 베르가 목격한 남자 사이의 공통점을 나열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특별한 기운을 알아봤다고 말한 것인데, 그 녀석은 사람을 보면 한 번에 모든 걸 다 알아냈다.”

“모든 거라시면?”

“그야 말로 모든 거였다. 몸 안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부러진 곳은 없는지, 심지어 보이지도 않는 장기 출혈의 위치도 척 보면 다 알았다.”

“허… 그거 신묘한 능력이군요.”

“능력이지. 그리고 녀석의 주위엔 온통 신기한 능력자들뿐이었다.”

감탄하는 베르의 말에 답하며 빅터는 눈썹을 끌어올렸다.

문득 떠오른 인마대전의 기억 때문이었다.

마족에 맞서던 8인의 영웅들.

하나같이 특이한 그들의 이능력은 신기하단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다.

신이 인간의 형태로 내려오면 저런 모습일까.

매 순간이 전율이었던 그들의 용맹은, 멸망으로 치닫던 크루시아 대륙을 마족으로부터 구해 냈다.

그런 특별한 영웅 사이에 어린 남자가 하나 있었으니, 당시 10대 소년이었던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그레이시라고 불렀다.

그리고 빅터는 지금 그 남자의 행적을 좇고 있었다.

“한데 아직도 그곳을 왕래하실까요?”

“가 봐야 알겠지. 하지만 그레이시가 살아 있고, 또한 치유 마법을 계속 하고 있다면 그곳을 찾을게다.”

의문을 제시하는 베르의 말에 빅터는 확신하듯 대답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추측일 뿐.

조용히 곁을 따르던 에스카가 덤덤히 입을 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되겠군요.”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빅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에스카의 말에 동조했다.

운이 좋다면 일찍 보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언제 마주할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존을 믿기로 한 이상 반드시 가야만 했다.

“녀석이 가진 능력의 원천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니 나타날 게다. 녀석의 힘은 그곳에서 보충되니까.”

빅터는 그레이시가 나타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자신을 포함한 두 명만이 알고 있던 비밀의 장소가 아니던가.

그중에 한 명은 이미 죽었으니, 사실상 베일에 가려진 은신처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살아 있다면 언젠간 모습을 드러낼 터.

“대신 각오해야 할 게다.”

빅터는 쓰게 웃으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렇게 위험한 곳입니까?”

그에 베르는 되물었고.

“가 보면 알게다.”

빅터는 짧게 답했다.

오랜 시간 잊고 지냈을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

“어지간한 놈들은 하루도 못 견디지. 나도 확신이 생겼으니 다시 찾아가는 것이다.”

표정을 바꾼 빅터의 모습에, 베르와 에스카는 마른침을 삼키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 *

누벨에 도착한 우리는 가장 먼저 용병 조합을 찾아갔다.

이유라면 출입증 때문인데, 카잔의 대수림 출입은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드나들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누구겠는가.

“어서 오세요. 의뢰는 왼쪽 게시판에서 선택해 주세요. 신청 가능한 기준을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전투와 사냥을 업으로 삼는 용병들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이었다.

“보셨죠? 이래서 카잔이 용병으로 돈 벌기 좋다는 거예요. 용병들이 아니면 대수림을 못 들어가니까요.”

“그러면 재료 매입 가격도 높겠네요?”

“당연하죠. 하지만 용병 조합에서 재료를 직판하니까 상인들은 오히려 저렴하게 재료를 수급할 수 있게 돼요.”

설명을 마친 로제는 부러운 표정으로 매입 창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구경을 하더니.

“우리 아리안은 대수림 출입구가 없어요. 덕분에 마수가 거의 없는 평화로운 땅이 되긴 했지만… 이런 걸 보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삐쭉거리며 홀로 중얼거렸다.

하기야 아리안의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하다.

자체적으로 수급할 방법이 없으니, 모든 수렵 재료의 유통이 수입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겠나.

결국 가격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아리안의 제조업 역시, 국가의 무력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있으면 뭐 합니까. 지들 맘대로 담합해서 개판인 나라도 있는데요.”

리베를 빗대어 한 말이지만, 사실 브라함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힘 있는 놈들끼리 단물 뽑는 건 마찬가지란 얘기다.

“브라함은 그래도 사정이 낫지 않나요? 입구가 두 군데 있잖아요.”

“그렇지도 않아요.”

의아해하는 로제에게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브라함에서 대수림으로 가는 루트는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내가 지나온 길이고, 다른 하나는 황도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함브룩이란 도시였다.

그렇게 두 개나 있으면 뭐 하나.

내가 지나온 길은 험난한 여건으로 인해 개발되지 못했고, 여러 세력이 개입한 함브룩은 철옹성 같은 시장구조로 이익을 나누고 있었다.

‘이제야 상관없는 얘기지만.’

대장간 일을 할 때는 뒷목 잡는 데릭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원자재값이 춤을 추었으니까.

대수림에서 들어오는 특수 광물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인가 싶었다.

“많이 가진 놈들이 더 가지려고 하니 문제인 거죠.”

씁쓸한 표정을 지은 나는 게시판에 붙은 여러 의뢰서를 보며 적당한 목표를 찾기 시작했다.

뭐가 됐건 하나 붙잡아야 대수림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쌍두 토끼 가죽 100장…….’

이건 보상이 별로다.

아니, 보상을 떠나 수주하기가 창피하다.

수주 가능한 등급이 중급 기사 이상이니, 나 같은 고급 인력이 나서기엔 낯부끄러운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을 뭐로 보겠냐고.’

이 덩치에 이 만큼의 사람을 달고 와서 이런 의뢰를 수주할 순 없는 것 아니겠나.

그러니 내 선택은 이거다.

[화염도마뱀 우파루파 토벌.]

전리품 화염 결정 개당 1골드. 무한 매입.

수주 조건 6성, 6서클 이상.

우파루파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걸로 결정했다.

신청 조건부터가 까다롭고, 보상은 무려 1골드에 무한 매입이기까지 했다.

‘딱 좋아.’

조건부터 보상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하여 의뢰서를 들고 접수창구로 향했다.

“이거 접수해 주세요.”

앞에 도착한 나는 건조한 목소리로 의뢰 수락을 부탁했다.

순조로운 출발이다.

의뢰서를 받아든 접수창구의 직원은 차분하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고는…….

“커허억! 화염 우파루파 토벌을!”

화들짝 놀라며 고함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은 덤.

“이거 6성급은 되셔야 하는데… 승급 증명서 있으신가요?”

등급을 묻는 접수원에 말에 나는 얼굴을 구기며 노려보기만 했다.

오러도 없는데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잖은가.

“위대한 반투족은 오러 따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한껏 인상을 구기며 큰소리로 당당히 외쳤다.

사실 쪽팔려 미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은 접수부터 해야 어디든 갈 테니까.

하지만 그 순간.

“저하고 얘기하시죠.”

씩씩거리는 나를 제치고 로제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제논 백작이 서명한 증명서와 통행증를 접수원에게 내밀었다.

“이미 국경에서 인증받았습니다. 이분들은 반투족이 맞고, 특히 여기 이분은 7성에 준하는 분이십니다.”

그에 용병 조합 내부가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웃기고 있네! 아무리 반투족이라고 해도 어떻게 맨몸으로 7성급과 비교를 하나?!”

“거, 젊은 아가씨가 허풍이 심하네.”

“나도 7성인데 이거 반갑군!”

뭐 대충 이런 거였다.

믿지 못하겠다는 의심과 난잡한 시비 같은 것들.

한데, 이런 잡소릴 일일이 들어줄 필요가 있나?

“야, 나부터 이겨 봐아아아악!”

건들거리는 용병을 붙잡아 조합 입구를 향해 집어던졌다.

자칭 7성이라던 얼빵한 녀석.

놈이 문밖으로 날아간 걸 확인한 뒤, 접수창구를 향해 되돌아갔다.

돌아온 나는 뻐끔거리는 창구 직원과 시선을 마주했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꽈드드득―

나는 눈알을 치켜뜨며 이빨을 갈아 댔다.

결과는 말해 뭐 하겠나.

“무사히 잘 다녀오십쇼!”

우리는 창구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용병 조합을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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