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오늘은 흑염의 프린세스의 두 번째 임무가 있는 날이었다.

“대표님께서 많이 바쁘셔서요. 오늘도 직접 배웅하고 싶어 하셨는데 시간이 안 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요?”

제휘의 말에 은하는 무심히 대꾸했다.

“몹시 아쉬워하시더군요.”

“그랬군요.”

단지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그녀는 딱히 아쉽지 않은 모양새였다. 어쩌면 이 화제 자체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걸지도 몰랐다.

작게 헛기침을 한 제휘는 화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흠흠. 집은 마음에 드시나요?”

“네. 무척.”

늑대가 마련해 준 집은 그야말로 궁전 수준이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을 시절에도 이토록 고급스러운 집에 산 적은 없었다. 그 이후로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판잣집에 살았고.

한편 핸들을 잡은 제휘는 생각했다.

‘하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지.’

그 정도로 호화로운 오피스텔이었다. 그것은 과연 오랫동안 시우를 보좌해 온 제휘조차도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